스카이데일리 단독기사

 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현장진단]-수제맥주 관련 세법개정안 실효성 논란

대통령-재벌총수 건배주 마트진출 ‘과연 될까’

소규모 맥주업체 “가격경쟁력 뺏는 반쪽짜리 정책…실효성 의문”

김민아기자(jkimmi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8-09 17:25:03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문재인정부 초기 경제정책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로 요약된다. 이에 발맞춰 최근 기획재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조만간 주세법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서도 소규모 사업자가 만든 수제맥주 판매가 허용된다. 그런데 이를 두고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소매점 출고분에 대해 적용되는 과세표준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개정안으로는 소규모 업체가 대형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인 가경 경쟁력을 갖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소비자들 역시 맥주를 선택할 때 가격을 최우선적으로 고민하고, 그 다음으로 맛이나 마케팅 등을 중시한다고 답해 개정안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스카이데일리가 지난 2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세법개정안 내용 중 소규모 맥주업에 대한 규제 완화 내용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과 이에 대한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의 반응을 취재했다.

▲ 문재인정부가 소규모 맥주업체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을 내놨지만 오히려 관련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소매점 유통이 허용됐지만 세법 또한 개정돼 가격 경쟁력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맥주 진열대 ⓒ스카이데일리
 
최근 문재인정부의 소규모 맥주업체 지원 명목의 세법개정안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당초 정책 수혜자로 지목된 소규모 맥주업체에서 불거져 나왔다. 판로확대 차원의 소매점 유통이 허용됐지만 세법 또한 다소 불리한 방향으로 개정됐기 때문이다.
 
소규모 맥주업체들은 “대형 업체와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가격경쟁력이 필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새롭게 바뀌는 세법은 소규모 맥주업체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놨다”고 주장했다
 
백화점·편의점·마트서 수제맥주 판매 허용…“개정 세법으로는 진출 자체가 불가”
 
지난 2일 기획재정부는 소규모 맥주 업계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규모 맥주제조자를 저장조 시설기준 5㎘~75㎘에서 5㎘~120㎘로 확대된다. 세제 혜택도 부여된다.
 
출고량별 주세 경감율 대상 범위도 확대된다. 현행 제조장, 영업장, 식품접객업 영업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사업자의 영업장 등에서만 판매가 가능했던 소규모 수제맥주를 대형마트·슈퍼마켓·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런데 정작 개정안의 최대 수혜자인 소규모 맥주업계의 반응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안 자체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논란의 핵심은 소매점 판매분에 대한 과세기준 변화다.
 
현재 소규모 맥주업체의 제품 판매분에 대해서는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책정된다. 제조원가는 단어 뜻 그대로 맥주를 제조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다. 개정안에서는 소매점 판매를 허용하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형 맥주업체와 마찬가지로 출고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 수제맥주업계는 “소매점에 납품하려면 5~10억원의 비용이 드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소매 유통을 준비하고 있는 소규모 맥주업체도 “개정 세법이 적용되면 출고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소규모 맥주업체인 카브루 공장 내부(위)와 판매제품 [사진=카브루 제공]
 
출고가에는 제조원가와 더불어 간접비용, 물류비용, 포장비용 등 다양한 비용이 함께 포함된다. 간접비용에는 제조원가에 들어있지 않은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등이 포함돼 있다. 결국 세금을 매기는 기준가액 자체가 껑충 뛰어 소매점 판매 제품은 가격을 비싸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소규모 맥주업체들의 중론이다.
 
소규모 수제맥주업체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출고가격에 주세가 매겨지는 구조로 변화한다면 결국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기업 맥주 및 고품질의 수입 맥주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심으로 소규모 맥주업체를 지원할 의도가 있다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출고량별 주세 경감률 대상 범위 대폭 늘린 데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개정안에 따르면 연간 100㎘ 이하에 부여됐던 60% 주세 경감률은 연간 200㎘ 이하로 확대된다. 40% 주세 경감률 대상은 기존 100~300㎘에서 200~500㎘로, 20% 주세 경감률 대상은 각각 300㎘ 초과에서 500㎘ 초과로 각각 변경된다.
 
수제맥주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는 출고량별 주세 경감률을 확대했다고는 하지만 막상 소매점에 납품을 하려면 출고량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다”며 “경감률이 확대됐다고는 하지만 막상 소매점 납품을 위해 생산하는 출고량을 생각하면 세재혜택의 의미가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카브루’는 소매점 유통을 준비하고 있는 수제맥주 전문업체다. 이런 카브루 역시 이번 세법 개정안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카브루 측은 “소규모 양조장 규모 기준을 일부 확대를 해줬지만 수제 맥주시장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는데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소형 맥주업체가 중소기업 혹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발판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국내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맥주 제품 선택 시 가격과 품질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에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크게 저렴하지 않으면 굳이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 업체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수제맥주 펍 ‘데블즈도어’ ⓒ스카이데일리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역으로 소형 맥주업체를 설립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대기업의 소형 맥주업체 설립을 규제하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주세법 시행령 개정 이후 대기업들은 줄줄이 수제맥주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개정안은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 맥주 외부 유통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대기업 계열 수제 맥주 전문점이 잇따라 생겨났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4년 11월 크래프트 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를 선보였다. 롯데주류 역시 지난 2014년 롯데호텔 월드점 지하에 자사 맥주 클라우드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을 오픈했다. 두 곳 모두 소규모맥주제조면허로 등록돼 있어 세법개정안 지원 업체에 포함된다.
 
“맥주도 입에 들어가는 음식, 비슷한 가격이면 익숙한 브랜드 제품 구매할 것”
 
소비자들 대부분이 맥주 제품 선택 시 ‘가격’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점은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난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제품의 품질이나 맛이 보장되지 않은 소규모 업체 제품 보다 기존 대형 업체의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비쳤다.
 
허원(28·여) 씨는 “평소 아사히, 호가든 등 수입 맥주를 주로 마신다”며 “새로운 맥주는 거의 먹지 않고 먹는 맥주만 계속 구매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보는 맥주는 아무래도 사먹기가 꺼려진다”며 “가격이 획기적으로 저렴하면 한 번쯤 구매해 볼까 그렇지 않다면 굳이 모든 면에서 불확실한 제품을 구매하고 싶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정현우(24·남) 씨는 “보통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마실 때 저렴한 국내 맥주 위주로 구매하는 편이다”며 “가격이 맥주를 고르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소매점에 들어와도 기존 제품과 가격이 비슷하다면 거의 구매하지 않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민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