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짧은 어린이 보험, 결국엔 이중과세 꼴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김덕용의 ‘바른보험’

결국 성인이 되기 전 새 보험으로 전환…안심하지 말아야

김덕용 필진페이지 + 입력 2017-08-13 22:07:59

올해 처음으로 신생아 수가 40만 명을 밑돌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저출산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하지만 신생아 또는 태아들이 가입하는 어린이 보험 또는 태아보험은 가입률은 상대적으로 최고다.

온·오프라인으로 가입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들이 앞다퉈 좋은 상품들을 출시하고 과거에 비해 공격적으로 보장범위를 넓혀 가입을 시키고 있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어릴 때 가입해두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험설계사인 필자의 입장에선 이러한 기사나 소식이 조금은 불편하다. 보험이라는 것이 주관을 가지고 올바르게 가입하지 않은 이상 다시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는 상황을 몇 번이고 반복될 수 있는데 이 태아나 어린이 보험이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과거와 달리 유아박람회나 태아교실 및 각종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 가입까지 유도하려고 자세한 설명은 뒤로한 채 가격에만 치중해 보험소개를 하는 상황이 많이 연출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아빠, 엄마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고개만 끄덕이며 자연스레 가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나이가 젊다 보니 보험에 관해 무지한 경우가 많아 그냥 믿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태아보험이나 어린이 보험을 왜 가입해야 하며 어떻게 가입해야 하는지 전혀 모른 채 가입만 한다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왜 태아보험이나 어린이 보험을 가입하는 것일까. 먼저 태아보험은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프기라도 하면 보험가입이 힘들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가입을 해 놓는 것이다.

어린이 보험은 과거와 달리 성인이 되기 전에 보험을 미리 보충해주는 의미에서 가입을 하는 것이다. 물론 어릴 때 보상을 받으려고 가입을 하는 것도 맞지만 이 부분은 의료실비가 출시된 이후로는 대다수 질병 및 상해가 보상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는 어른이 되기 전 성인질환 또는 각종 좋은 보장을 미리 가입해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부분을 생각해 볼 틈도 없이 보험료가 저렴한 것에만 치중해서 만기가 짧은 어린이 보험을 가입한다는 것이다. 물론 형편이 어려워 보험료가 저렴한 것을 가입할 수 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 보험의 필요성에 대해 잘 몰라 그냥 저렴한 것만 찾는 경우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이다.

물론 만기 짧은 보험이 무조건 나쁘다고만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자칫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라는 것이다. 사실 살펴보면 태아보험은 4~5개의 태아 특약이 있기 때문에 태아보험이라고 불리고 어린이 보험은 어린이 특약이 10개 내외로 있기 때문에 어린이 보험이라고 불린다.

이 특약들은 30년 내에는 모두 보장이 끝난다. 그리고 위 특약을 제외한 나머지 특약들은 일반 성인들이 가입하는 특약들과 똑같다. 이 특약들은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20세에서 길게는 110세까지 설정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보험의 틀은 성인보험이라는 것이다.

성인보험에 어린이 특약을 넣으면 어린이 보험이다. 여기에 태아특약을 추가하면 태아보험이다. 그런데 많은 설계사들이 애들이 크면 자기가 보험을 넣으라고 하고 엄마 아빠는 만기 짧게 보험료 싸게 가입하고 나중에 자녀들이 알아서 가입하게 하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화폐가치를 얘기한다. 현재 암 진단금 5000만원이 나중에는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100세만기로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이 부분은 모순이다. 이 말대로라면 성인이 돼서는 화폐가치 고려 다시 암 진단금을 1억원 가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보험료는 현재보다 훨씬 더 비싸게 내야 해서 지출은 더 커진다. 만약 어릴 때 저렴한 보험료로 암 진단금 5000만원을 100세만기로 부모님이 가입해서 물려준다면 성인이 돼서는 5000만원만 가입하면 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납입보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정말 유리하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소아암은 만 6세가 지나면 발병률이 현격히 낮아져 실제 발병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한다. 즉, 초등학생부터는 실제 성인 암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과 같으니 만기 짧은 보험은 결국 보험을 두 번 가입하게만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보험은 현재를 준비하는 상품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 또는 먼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어떤 부모든 내 자식에게 짐을 짊어지게 해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지금 단순히 얼마를 줄이는 대가가 내 자식이 먼 미래 비싼 보험을 다시 가입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진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덕용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