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우려 ‘공포의 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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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우려 ‘공포의 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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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7-08-23 00:11:49

예전에 봤던 프로그램 하나가 떠올랐다. 몇 번의 검색을 하고 나니 당시 방영했던 내용을 블로그에 게재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2014년 2월 방송된 해당 프로그램은 KBS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너무도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편리한 제품들의 사용을 멈춘 채 일정기간을 살아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령 한 여름 전기 없이 살기에 도전할 경우 선풍기가동을 위해 전기를 생산해내는 그런 류의 프로그램이다.

원래 출연진은 남성위주였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올랐던 방송분은 김숙·김신영·김지민·박소영·박지선·박은영 등 개그우먼들과 아나운서가 출연했다. 2014년 2월 방송됐으니 벌써 3년이나 지난 그 때의 회차가 기억에 남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 그 프로그램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프로그램의 주제는 ‘화학제품 없이 살아가기’였다. 사실 처음엔 그게 왜 문제가 될지 몰랐다. 그저 씻고 가꾸는데 다소 불편함을 겪을 것이라 생각했다. 화장품 대다수가 화학제품인 만큼 그래서 여성들을 출연시킨 것이라 여겼을 뿐이었다.

대게 이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은 ‘대체품’을 찾는데 주력했다. 눈썹그리는 펜슬을 얻기 위해 숯을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대체품의 끝에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도 엿볼 수 있는 그런 맥락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화학제품으로 둘러 쌓여있는 가를 깨닫게 했다.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이다. 당장도 플라스틱으로 조립된 노트북과 키보드·마우스를 사용해 글을 쓰고 있으며 조금 전 수첩에 메모를 할 때 사용했던 볼펜도 플라스틱 등으로 구성된 화학제품이다.

책상 위에서 시선을 떼도 마찬가지다. TV도, 자동차도 환경을 생각하라며 선물 받은 텀블러까지 온갖 것들이 화학제품들이었다. 눈을 떠 씻을 때부터 잠들기 전 TV를 끄기 위해 손에 쥔 리모콘과 탁자 위에 벗어 놓은 안경까지 화학제품은 현대인의 삶 깊숙이 자리한 상태다.

그리고 오늘 우린 그 화학제품의 역습을 감내해내고 있다. 최근만 해도 그렇다. 양계장 진드기 퇴치를 위해 사용됐던 피프로닐이 계란에서 검출돼 홍역을 치르고 있으며 생리불순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 것으로 의심되는 릴리안 생리대를 둘러싼 의혹의 눈초리 역시 공개되지 않은 화학성분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SK가 제조하고 옥시·애경 등에서 숱하게 팔려나간 가습기살균제의 악몽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이를 팔아치운 대기업들의 장삿속에 사랑하는 아이와 아내가 사용할 가습기를 보다 깨끗하게 살균하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짓밟았다. 대다수 업체들은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의 그늘에 숨어 모르쇠로 일관했다.

혹자는 ‘케미칼포비아’라 불렀다. 케미칼포비아란 화학을 뜻하는 영어단어 ‘Chemical’과 공포를 의미하는 ‘Phobia’를 합성한 단어다. 화학제품·성분 등에 따른 유해성이 우려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화학제품 없이 살 수 있을까. 단언컨대 불가능하다.

이미 화학제품·성분이 논란이 된 유사사례의 공통점은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당장의 편리성, 제조원가 낮추기 등 지출을 줄이고 당장의 돈벌이를 위해 제조사가 사용했던 사례가 빈번하다. 살충제계란의 경우가 전자에 해당되며 유럽 등지에서 사용이 금지된 성분을 대기업들이 유통·판매했던 가습기살균제가 후자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이용치 않고 살아가기 힘든 화학제품의 진짜 부작용은 경고문구가 아닌 일부 기업들의 그릇된 행태에서 빚어졌다. 결국 쉽게 드러나지 않는 기업들의 도덕성이 이 같은 폐단의 반복여부를 판가름하게 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관계당국 공무원들이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생리대의 경우 이제 갓 조사에 착수했을 뿐이지만 벌서부터 걱정이 된다. 유해성 조사에 수개월이 걸릴 것이며 만약 유관관계가 발견될 경우 제조사의 고의성여부를 두고 한동안 시끄러운 공방전이 펼쳐질 것이다.

잘못이 인정될 경우도 문제다. 피해자 보상을 위한 시간은 이보다 곱절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니까. 앞서 사례들 대다수가 그래왔으니까. 그저 지금은 철저한 검사·조사만을 바랄 뿐이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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