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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은 바뀌었지만 우리 정치는 여전히 삼류 이하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늘 그랬듯이 뺄셈의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상식 혹은 기본에서 벗어나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챙기다보니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계속 시끄럽고 불안하다.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우리 식으로만 살면 혹은 나만 잘 살면 된다는 집단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5년 단임 정권에 불과하지만 차제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바꾸려 한다. 아예 대못까지 박으려 한다.
과거를 모두 부정하면서 현재의 힘으로 모든 것을 채우려 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은 보이지 않은 지 오래다. 집권을 하면 지지자들의 눈높이만 맞출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도 끌어안을 수 있는 정책이나 비전 제시가 필요하지만 오로지 외길로만 걸어간다. 그나마 기대했던 도덕적 우월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검증 절차를 밟아 캐비넷에 들어간 사람은 차치하고서도 대궐(?)에 들어가 있는 참모들은 이들을 뺨칠 정도로 더 화려하다. 약하고 소외된 자들을 대변하면서 살아왔다는 이들의 평소 언행이 무색할 정도이다. 속과 겉이 다르고, 한편으로는 약삭빠르다고 표현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지금 지구촌은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거대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이렇게 빨리 가는 것이 좋지 않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미 화살 시위가 당겨져서 과녁을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모두가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골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 지구 온난화에 더해 최근 확산되고 있는 지역·인종 간의 갈등 등 어느 것도 만만한 것이 없다. 우리는 이에 더해 북핵,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사면초가에 첩첩산중이다. 정신을 놓고 있으면 하루아침에 나라가 폭삭 주저앉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터널 속으로 진입하고 있는 형국이다. 다른 경쟁국에 비해 훨씬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지만 우리는 집안싸움으로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다.
생산성 없는 진영 논리에만 사로잡혀 제로섬 게임에 연연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를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가진 파이를 누가 더 많이 먹느냐를 두고 사생결단을 한다. 결국 파이는 줄어들고 궁극에는 쪽박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전투구를 하는 꼴이다.
글로벌 뉴 노멀로 인한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근 세계 경제는 희망의 씨앗을 뿌려가고 있다. 미래에 닥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들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고, 중국도 위험이 잠재하고 있지만 외형적인 모습은 순항하고 있다. 일본은 확실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고, 유럽 경제도 모처럼 활기를 띈다. 선진국과 중국의 경기 호조세로 신흥국 경기마저 되살아나고 있다. 지구촌 경제 전체에 모처럼 생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도 올해 초 반짝 좋아질 기미를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서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정부는 ‘3% 성장’을 장담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의 젖줄인 수출이 잘된다고는 하지만 특정 품목 및 특정 기업에만 치우쳐 있기 때문에 투자, 고용, 소비 등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약한 것도 흠이다. 더 큰 문제는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보다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에서 심히 걱정이 된다.
복지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성장동력과 기업 살리기가 우선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현안은 4중(重) 쇼크로 지적되는 소비 부진, 건설경기 하락, 사드, 북핵 등이다. 내·외부 환경 요인이 만들어낸 악재들이다. 소비부진은 우리만이 아닌 글로벌 경제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다.
8.2 대책으로 생겨난 건설경기 하락과 중국 혹은 북한 요인으로 생겨난 사드와 북핵은 우리 경제만이 안고 있는 딜레마이다. 이와 관련한 모든 영향은 일차적으로 고스란히 기업으로 가고 있고, 이차적으로 결국 일반 국민(노동자 혹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그렇다면 해법도 당연히 기업에게 초점이 맞추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비자 혹은 노동자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분명히 글로벌 트렌드와 역행하고 있는 우리식 해결책이다.
각국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것도 이러한 순서와 질서를 잘 맞추어 퍼즐을 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더라도 SOC 예산 삭감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지만 신산업 혹은 산업경쟁력 제고 예산까지도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예산 증액 10개 항목 중 9개가 복지 예산이라고 하니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아직도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제조업이고, 또 수출이다. 물론 서비스업도 육성해야 하고, 소득증대를 통한 내수도 키워야 한다. 물론 소외계층 혹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확대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선순위의 가장 윗자리에는 글로벌 경쟁에 도태되지 않게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기업에 자신감을 북돋우는 부문이 차지해야 한다. 이것이 글로벌 트렌드이고,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구도이다.
중국은 제조업 강국의 야심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일본은 보기 좋게 제조업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 있는 1등을 기치로 내걸고 있으며, 독일은 제조업 최강의 위상을 고수하는데 안간힘을 쓴다. 싱가포르, 홍콩 등 과거 NICs 국가들도 창업을 부추기고 직업훈련 확대를 대응을 통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고 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고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늦었다고 자각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특정 지지층을 위한 포퓰리즘 정치가 아닌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수긍할 수 있는 공감대를 만드는 정치라야 고질적인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위기를 위기인지 모르는 그런 안일한 리더십으로는 험난한 국면을 타개해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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