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 걸림돌 된 ‘정치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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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0-13 09:13:4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유독 우리나라를 향해서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막말 싸움으로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한층 고조시켜 놓더니, 이번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하자며 또다시 한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한국과의 무역거래로 매년 400억달러를 손해 보고 있으니 이를 바로잡아야 겠다는 것이다. 왜 미국이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까지 한국을 보호해야 하느냐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인 듯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매개로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는 등의 분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FTA 재협상과 관련 한국을 첫 타깃으로 삼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행동양식을 볼때 그만한 전략을 세워놓고 재협상을 요구하는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가 세계 자유주의 경제흐름에 역행하는 ‘무모한 전략’이라는 비판은 정작 미국내에서 나오고 있다. 강한 미국을 내세우며 보호무역을 펼쳤던 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이후 30여년에 걸쳐 국제 경제 질서를 보호주의에서 자유주의로 재편해 놓았던 미국 월가의 자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보호무역주의’ ‘자국민 우선주의’ 정책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세계 각국간의 자유로운 ‘돈’의 이동과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해 온 미 월가의 자본가들은 지금의 세계 경제 질서가 보호무역주의로 바뀌는 것을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 재협상을 밀어부쳐 성사시키거나, 현재 논의를 시작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개정하거나 폐기를 시도할 경우, 나아가 유럽 각국을 상대로 보호주의 무역 협정을 밀어부칠 경우 세계 각국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한미 FTA 재협상 요구 방식이 매우 단순하다는 점도 특이하다. 한국이라는 자동차를 정면으로 마주보고 달리는 이른바 무대포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나는 브레이크 없이 돌진할 테니 죽기 싫으면 핸들을 돌려라(한국이 재협상에 응해라)’라는 식이다. 한국은 결국 핸들을 돌릴 것 이라는 자신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만일 한국이 재협상 불가를 외치며 핸들을 돌리지 않고 그대로 질주해 미국이라는 자동차와 서로 충돌한다면(한미 FTA 폐기) 한국도 피해를 입겠지만 미국이 입는 피해도 만만치 않는데도 말이다.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경제상식만 알아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아주 단순한 형태를 띠고 있다.

정작 두려운 상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 숨어 있다. 재협상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정치권은 “한미FTA 재협상으로 나라 경제가 휘청거릴 것”(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문재인 정부의 무능의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FTA 체결 당시 진보정권에서 극심한 방해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 입장인지 꼭 들어야겠다”(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라며 한미 FTA 재협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자는 결론을 일찌감치 낸 듯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정부를 향해 재협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지는 목소리는 정치권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미국 우선주의를 놓고 불편한 관계인 독일, 미국의 요구에 보복 운운하며 맞서는 캐나다, 미국이 오히려 눈치보게 만든 중국 등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나 자국민 우선주의는 ‘분업과 교류’를 근간으로 하는 세계 경제질서에 역행될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저항과 미국 월가 자본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성공 여부를 예단 할 수 없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도 단순해 대응 전략을 짜기도 어렵지 않다.

결국 국익보다는 한미 FTA 재협상 문제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정치꾼들이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은 본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