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는 무엇으로부터 비롯됐나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정현의 인문 책방…데이비드 맥닐리 <글로벌 슬럼프>

금융파생상품의 부상과 금융시장 거품이 낳은 필연적 위기

고태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7-11-04 15:05:43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핵심 진원지는 ‘서브프라임모기지’였다. ‘서브프라임모기지’란 ‘비우량자주택담보대출’을 의미한다. 1970년대 말 이후 경기침체가 확산되자 미국은 금융영역의 거대한 확장을 꾀했다. 이는 90년대 이후 중하층 서민들을 향한 주택담보대출의 거대한 부흥을 불러일으켰다.

신용의 비우량자라는 것은 신용의 지불능력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 70년대 말 오일쇼크와 이윤율의 하락 국면을 거치며 미국은 일련의 가혹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우선 크게 추락했다. 이 책의 저자 맥닐리에 따르면, 1978년부터 1993년까지 미국의 실질임금은 무려 15%가 하락한다.

같은 맥락에서 공공 서비스는 축소되고, 새로운 생산방식(이른바 ‘린생산방식’)의 도입으로 생산의 효율화가 이루어지면서 역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됐다. 1970년대 이윤율 감소는 1980년대 구조조정과 생산효율화 전략을 기반으로 다시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처방에 가까웠고, 위기는 1990년대 말 이후 구조적으로 다시 출현하기 시작한다.

1990년대 말 이후 위기의 구조적 유예

맥닐리는 1990년대 말, 특히 1997년이 분기점이라고 말한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입각한 노동효율화와 실질임금의 저하가 이윤율의 재부상을 이끈 동력이었지만, 이것이 1997년을 전후로 그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윤율이 1997년 이후 다시 하락국면으로 접어들자 금융시장의 새로운 전략이 본격화됐다. 일종의 신용팽창 국면이 전개된 것으로, 특히 금융파생상품의 비대화가 주목할 만하다.

파생상품의 시작점은 일종의 보험상품의 등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금융대부업체가 주택 구매를 원하는 서민에게 대출을 해주었을 때, 원금상환의 리스크가 일정 정도 뒤따르게 된다. 대부업체는 이 리스크를 온전히 떠맡는 데 부담을 느끼기에, 제3의 보험상품을 활용해 리스크를 분산시키고자 할 것이다.

일상에서 사람들이 보험상품에 가입하듯, 금융파생상품은 금융투자의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옵션들을 가동시킨다. 하나의 금융상품이 만들어지면, 이 상품에 잇대어 수많은 파생상품들이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결합돼 투자의 연결고리들을 창출한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본의 실물적 기반은 적은 데 비해 금융적 연결고리들은 과도하게 집중돼 일종의 거품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원금상황이 실패하여 파생상품에 부담이 가해지기 시작할 때 하나의 위기가 연쇄 부도로 전이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다른 하나는 1990년대 말 이후 본격화된 이 파생상품 시장이 대체로 중하층 서민들을 대상으로 투자전략을 펼쳤다는 점이다. 앞서 봤듯, 1978년 이후 미국의 실질임금은 상당한 하락세에 놓여 있었다. 수익률의 저하를 보전하기 위해 금융자본이 서민을 타깃으로 영업을 한 것인데, 실질임금 자체가 하락한 서민들 자체가 이미 대출의 상당한 리스크를 안고 있었다.

금융위기의 이면에 놓인 소득불평등

1980년대 이후 이윤율 상승의 기반에는 앞서 봤듯, 실질임금의 하락이 놓여 있었다. 이는 결국 1980년대 이후 미국경제의 새로운 성장세에는 상당한 정도의 소득불평등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우선 주택가격의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파생상품시장의 거품에 있었던 것으로, 금융위기를 목전에 둔 2006년에는 실제 주택담보부채권의 실제 가치보다 이에 대한 보험상품격인 신용부도스왑의 가치가 8배나 더 커지게 된다.

이렇듯 90년대 말 이후의 금융시장 팽창은 거대한 거품을 낳았고, 이 거품은 실질임금 저하로 구매력 하락을 경험하는 서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를 낳게 됐다. 따라서 위기는 구조적 필연성을 띠는 것이었다. 70년대 말에 발생한 이윤율 하락의 구조적 위기는 80년대 노동의 구조조정과 90년대 이후의 금융시장의 거품 속에서 일시적으로 유예됐고, 그 유예된 위기는 2008년에 폭발하게 된다.

저자 맥닐리는 이런 점에서 2008년 금융위기는 이전의 여느 위기들보다 근본적인 성격을 띤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2008년의 위기를 1930년대 경제공황의 맥락과 비교하며 그 심층성을 논증한다. 그만큼 오늘날 필요한 것은 보다 심층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고태경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