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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 사는 젊은이들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 등을 작성한 리스트를 말한다. 일생 여름만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겨울에 내리는 눈이나 스키를 타는 것은 꿈같은 공상이다. 이러한 생각이 사치이자 허영으로 여겨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인식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산층이 생겨나고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하고 싶은 것을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고 있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하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붐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국으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예전에는 일부 부유층들이 일본으로 겨울 여행을 떠났지만 요즘에는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더 저렴한 한국행을 선호하는 추세다. 넘쳐나는 동남아 관광객으로 강원도 등 일부 지역은 겨울 관광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도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대회 관계자들은 흥행이 되지 않는다고 노심초사한다. 어수선한 연말 국내 분위기도 올림픽에 대한 열기를 부추길 만큼 그리 녹록치 않아 보인다.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에 대해서도 모르는 국민들이 절대다수다. 일본은 아직 2년이나 남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준비와 흥행 띄우기에 한창이다. 1964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개최되는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청산하는 소위 ‘일본재생(日本再生)’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올림픽 특수를 부추기려고 일본 정부가 제대로 팔을 걷어붙인 모습이다.
한편 중국 베이징은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 이후 14년 만인 2022년 동계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G2 국가로 스포츠·레저 등 문화 선진국 도약을 대비하는 ‘중국굴기(中國崛起)’를 슬로건으로 하고 있다. 한국은 평창 올림픽을 통해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선언했지만 어딘가 맥이 조금 빠진 듯하다.
한·중·일 올림픽 삼국지를 놓고 보면 국민적인 열기 차원에서 우리가 많이 밀리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당장 평창에서 열릴 큰 이벤트도 물론이지만 그 이후도 매우 중요하다. 흔히들 국민소득 2만불 이상이 되면 동계 스포츠가 뜨고 3만불이 되면 요트 산업이 든다고 한다.
우리는 국토 70% 이상이 산으로 돼 있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우리 남해안은 요트 산업이 성행할 수 있는 적격지로 평가받기도 한다. 고령화 시대에 지방이 더 어렵다고 지레 좌절하거나 포기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인바운드(안으로 들어오는)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만들어야 하고 우리 방식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코드에 적용해야 한다. 지방으로 갈수록 외국인이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잠자리나 먹거리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미래에 대한 비전 혹은 인식이나 뭔가를 실행에 옮기려는 노력들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하루하루 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제주도·강원도를 필두로 각 지방 간 선의의 경쟁이 일어나야 한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유커들의 방한이 감소해 우리 관광산업이 잿더미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일부 업종들이 직격타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평가해 보면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일보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중국인들의 빈자리를 동남아 혹은 중동으로부터의 관광객들이 채워주고 있다. 관광 시장의 수요가 다변화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전기(轉機)가 되고 있다. 수출에 더해 관광에도 ‘중국+α’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에 있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우리 관광 내수 시장에 중국 사람만 가득한 것도 문제다. 당장의 수요 감소로 일시적인 고충이 있긴 하지만 다양한 인종들로 붐비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훨씬 더 유리하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역으로 전화위복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시쳇말로 중이 못 깎은 제 머리를 남이 대신 깎아준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 정부에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다.
실제로 올 제주도를 찾은 유커들이 75%나 감소했지만 전체 관광객은 7% 감소에 그쳤다. 일본인·홍콩인들이 다시 돌아오고 동남아에서도 신규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주도 땅에 중국인들이 판을 치면 다른 국적 관광객들이 외면하기 마련이다. 제주 현지인들 역시 중국 관광객이 아무리 몰려 와도 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 한다. 중국인이 오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할 정도다.
서울~강릉 간 고속철 개통으로 강원도가 관광특수로 날개를 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인들이 즐겨 찾던 남이섬도 이제는 동남아 혹은 대만 사람들로 넘쳐난다. 다양한 관광객으로 채워지면서 콘텐츠도 보강되는 등 질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요즘 관광의 대세는 단순 유적지나 자연경관보다는 미식(美食)과 휴양, 성형 등 의료관광, 쇼핑 등이 어우러져야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더불어 단체 관광 유치에만 올인할 것이 아니라 품위 있는 개별 관광객을 맞이할 수 있는 여건 구축에 더 충실해야 한다.
어떤 점에서 제주도나 강원도뿐만 아니라 이외 지역도 동전의 양면과 같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닥뜨리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위기에 처하는 지방과 기회를 잘 살려나가는 지방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여진다.
기회를 찾는 리더십과 이러한 불씨를 살려 나가려는 주민들과의 혼연일체가 요구된다. 차별화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고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안락하게 머물 수 있는 글로벌 코드형 관광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관광 산업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이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있는 것은 외국 관광객들이 도쿄·오사카·교토 등 대도시만 찾는 것이 아니고 지방을 더 선호한다는 점이다.
서유럽은 모든 지역이 관광지지만 지방마다 고유 특산품을 내세워 관광객들이 구매하고 싶은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둔갑시켜 이익을 창출한다. 곧 3만불 시대로 진입한다고 우쭐할 것이 아니라 그에 걸맞은 제대로 된 콘텐츠를 갖고 있는가를 반문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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