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4차산업 전쟁 포문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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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2-11 19:30:56

최근 가상화폐에 범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경우 올해 초 100만원 안팎에 불과했던 코인당 시세가 1000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 8일에는 2500만원 가까이 올랐다가 이틀 만에 40%가량 급락하는 등 한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가격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엔 우려가 가득하다. 가상화폐가 투기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부정적 시각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더욱이 가상화폐의 성격이 모호하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가상화페는 말그대로 실물이 존재하지 않고 전자화된 정보의 형태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금전이나 화폐 등으로 바라보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20% 이상이 한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점도 우려를 살만하다. 이에 정부 역시 최근 가상화폐 TF팀을 구성해 대책마련에 나섰다. 거래소 운영금지, 신규통화 자금조달 금지 등의 내용이 골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내에서 비트코인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투자에 나섰던 다수의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보호 방안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4차산업의 기술발전을 막는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않다. 가상화폐의 핵심인 블록체인은 4차산업 분야에서도 핵심기술로 손꼽힌다. 4차산업은 장기화된 저성장 기조를 타개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거론된다.

이미 드러난 가치보다 잠재적인 미래 부가가치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 분야인 셈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4차산업 기술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4차산업 혁명이 거론되던 당시만해도 한국은 최대 수혜국으로 거론됐다. 우수한 IT인프라를 갖췄다는 이점이 부각된 결과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선도국에 비해 관련 기술 수준이 상당히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OECD에 따르면 금융산업 관련 특허 등록 실적은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 뿐 아니라 중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12년까지만해도 한국의 금융업 관련 특허 출원 수는 미국에 이어 2위였지만 2015년 이후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에까지 밀렸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부른 참사라는 것이 금융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일례로 국내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은산분리 규정에 막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란 요원한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도 마찬가지다. 한국판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등을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자본금 4조원 이상의 증권사에 한해 발행어음을 인가해 준다고 밝힌 것과 달리 정작 현재 단 1개 금융사만 발행어음이 허용됐다.

사실상 정부가 4차산업 혁명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셈이다. 금융은 경제의 혈맥이라 불릴 만큼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규제가 불가피한 산업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규제의 목적이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 등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규제보단 육성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금융관련 핵심 기술의 발전 여부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가상화폐를 향한 금융당국의 대처가 결국 4차산업 혁명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결정지을 전초전과 다름없는 셈이다.

[임현범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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