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지 않는 ‘시그니처’ 입은 LG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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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17-12-13 00:04:05

LG전자가 자사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SIGNATURE)를 스마트폰에 적용한 한정판을 선보인다. 초프리미엄 스마트폰 ‘LG 시그니처 에디션’을 이달 말 300대 한정 출시한다. 가격은 무려 200만원 선이다.

제품 후면에는 긁힘에 강한 지르코늄 세라믹을 적용했다. 지르코늄 세라믹은 마모와 부식에 강한 금속으로 주로 명품 시계에서 주로 활용된다. 6인치 올레드 풀비전(OLED FullVision)을 채용하고 오디오 명가 뱅앤올룹슨이 튜닝한 유선 이어폰을 제공한다. 최신 운영체제를 탑재하는 등 최고 수준의 사양을 자랑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LG전자는 전담 상담요원을 배치하고, 제품 후면에 고객 이름을 새기는 인그레이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서비스 정책도 차별화 할 계획이지만 과연 이 모든 사양과 서비스가 200만원의 가치를 지녔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심지어 LG전자 직원들 사이에서도 회의감 섞인 의견이 나온다.

한 LG전자 직원은 “임원 진급용 폰이 아니냐는 자조적 반응이 직원들 사이에서도 나온다”며 “스마트폰 사업에서 이미 실패를 하고 또 다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은 자충수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그간 쌓아올린 최고급 브랜드 ‘시그니처’의 가치가 오히려 훼손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베일을 벗은 LG전자 초프리미엄 가전 통합 브랜드 ‘LG시그니처’는 시중 제품보다 한층 더 높은 프리미엄 상품들도 상위 1% 가전시장을 이끌겠다는 야심과 함께 탄생됐다.

LG전자 측은 시그니처 브랜드 론칭 및 신제품 발표회에서 판매량이 많이 늘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신뢰 등 가치 제고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스마트폰 사업에서 실패에 가까운 쓴맛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시그니처’를 입힌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연이은 신작 흥행실패로 인해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뤄진 LG전자 임원인사에서 조준호 MC사업본부 본부장은 LG인화원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진 인사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200만원대 프리미엄 폰 아이디어는 이제 막 인사발령을 받은 새로운 스마트폰 수장(황정환 부사장)이 낸 것이 아닌 현재 LG전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조성진 부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성진 회장은 스마트폰 전문가라기 보단 가전 전문가에 가깝다.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가전에서야 초 프리미엄 전략이 먹힐지 몰라도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스마트폰 시장은 얘기가 다르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이는 오히려 소비자들에에게 억지로 프라미엄 가치를 입히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똑똑하다. 제품의 가치를 철저하게 파헤친다. 과연 LG전자가 내놓은 200만원 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LG전자 임원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지 모두가 주목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유은주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