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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민소득(GNI)이 내년이면 마침내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2만 달러를 돌파한 지 무려 12년 만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이란 후진국 혹은 개발도상국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정치·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앞선 나라를 일컫는다.
하지만 개념이 모호해 한마디로 이거다, 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막연하기는 하지만 경제적 기준으로는 1인당 소득 3만 달러가 선진국에 진입하는 문턱으로 간주돼 왔다. 현재 지구상에 이 문턱을 넘어서고 있는 국가는 27개국이다.
다른 한편으론 '30-50 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하는 일곱 번째 국가가 될 날이 멀지 않다. 이 정도면 다소 으쓱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대세인 것 같다. 소득의 내용과 질에 대한 불만이 여전히 많다. 더군다나 우리의 정치, 사회, 문화 등이 과연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경제적 요소보다 더 큰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에서 넘어가는 데에 소요되는 기간을 보면 독일은 4년, 일본은 5년, 이탈리아와 캐나다는 15년이 걸렸다. 3만 달러 이상 소득 국가들이 이를 위해 소요된 기간은 평균 8.7년이었다. 우리의 경우 평균보다 훨씬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되고 있는 셈이다.
2006년 2만 달러에 진입한 이후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등의 외부 충격파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중국의 부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수의 한국 상품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정치적 후진성, 사회적 자본의 고갈, 자기 밥그릇 챙기기, 성장 생태계 축소 혹은 파괴 등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딜레마가 되고 있기도 하다.
다행히 수출 회복으로 금년 3% 성장세 재진입과 최근 달러에 대한 급격한 원화절상으로 3만 달러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지만 경제 펀드멘탈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세계 경제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지만 우리 경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다.
왜 이러한 진단이 나오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세계가 움직이고 있는 것과 비교해 우리가 하고 있는 행위들을 보면 경쟁에 뒤질 것 같은 우려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는 절대 기우가 아니다. 이런 냉정한 평가를 겸허히 수용하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우리 위치는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경고로 새겨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가 달성하고 있는 경제적 성취도는 크게 나무랄 것 없을 정도로 괄목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는 이류이고, 정치 혹은 사회적 수준은 삼류라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스스로 내리고 있는 솔직한 평가다. 단기간에 압축 성장을 하다 보니 이러한 현상이 생겨난 것이라는 일부 자조적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3만 달러 시대에는 더 이상 통할 수 없는 구차한 변명으로 들린다.
평창 동계올림픽, 실질적 선진국 도약의 원년(元年)으로 삼아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이제 50일 이내로 들어왔다. 지난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개최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쾌거다. 돌이켜보면 서울 올림픽을 통해 우리나라 글로벌 위상이 크게 약진했고 경제적으로도 일취월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래서 지구상의 많은 신흥국들이 올림픽 개최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다. 그렇다고 어느 국가나 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제적인 평가에 의해 일정 수준에 도달한 국가만이 그러한 영예를 누릴 수 있다. 스포츠 강국에다 경제적인 여건이 충족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지구촌의 4대 스포츠 축제로 흔히 하·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를 꼽는다. 이 4개 대회를 모두 개최한 국가는 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이다. 그리고 개최 예정국인 한국·러시아·미국 등을 포함하더라도 7개국에 불과하다.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여러 의미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은 지난 1988년의 하계올림픽에 버금가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원년에 개최되는 글로벌 이벤트다.
이를 우리의 국운 상승과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드는 모멘텀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잔뜩 움츠린 우리의 기개와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명실상부한 일류 선진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로드맵이 만들어져야 한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 자존심을 회복하고 다시 일류국가로 부상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중국은 대국굴기(大國崛起)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겠다는 기세다. 이벤트를 활용해 자국의 위상을 대외에 과시함과 동시에 자국민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민심을 하나로 모아 미래 성장 동력원으로까지 끌어 올리려는 목적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진입은 대부분 신흥국에게 부러움 그 자체이다. 지난 50여 년간 피땀 흘려 이룩해낸 쾌거로 충분히 자축할 만하다. 그러나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금세 우리가 여기에 안주할 수 없다는 현실에 섬뜩해진다. 성장 동력은 계속 표류하고 있고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나무를 보는데 숲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거듭하고 있다.
모든 것은 단절되고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사회적 자본이 더 이상 확충되지 않는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큰 걱정이라는 한탄이 여기저기서 새어 나온다. 지난 시절 우리에게도 수차례 고난과 좌절의 시기가 있었지만 위기를 헤쳐 나오기 위한 리더십과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지곤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야말로 새로운 국민적 동력을 모을 수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절호의 기회이다. 이런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중국의 고위급 인사 혹은 북한의 참가에만 연연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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