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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뉴노멀(New Normal)’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는 디플레와 저성장의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미국의 목소리는 약화되고 중국을 위시한 신흥국들의 입김이 강해지는 새로운 글로벌 질서가 태동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화’에 대한 회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970년대부터 시작된 신(新)자유주의는 국가권력의 시장개입을 지양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활동을 중시하는 경제적 자유방임주의가 주류 이론으로 정착하게 된다.
당연히 글로벌화와 자유화가 세계경제의 팽창을 견인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수혜가 상대적으로 신흥국에 집중되면서 선진국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일본·한국·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된 것이다. 대서양변에서 글로벌화를 축소(다운사이징·Downsizing)해야 한다는 논리가 다시 설득력을 얻는다.
최근 미국과 서유럽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극단적 우경화 현상과 보호무역 혹은 자국우선주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글로벌화와 자유화가 자국 산업을 위축시키고 그 자리를 수입상품이 차지함으로 인해 무역적자가 눈덩이 처럼 늘어난다. 노동시장의 개방으로 이민자 혹은 외국인 노동자가 일자리를 차지해 자국민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든다.
미국의 ‘아메리칸 퍼스트’ 영국의 ‘브렉시트’ 등이 등장하게 된 것도 이러한 글로벌 정세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한동안은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 세력과 미국과 일부 서유럽 국가들이 가세하는 보호무역 세력 간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팽팽하지만 어느 쪽으로 글로벌 교역량이 많아지느냐에 따라 대세가 결정될 것이다. 인도·동남아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글로벌 경제에 대한 편입이 빨라지고 그 비중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자유무역 쪽으로 저울추가 기울어질 공산이 크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 소용돌이 속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경제와 관련한 글로벌 흐름이다. 일반적으로 아웃바운드 경제란 밖으로 나가는 경제를 일컫는다. 수출·기업(혹은 개인)의 해외투자·해외관광·유학 등 인력유출과 상품(혹은 서비스)·기업·사람·자금의 해외유출을 의미한다.
반대로 인바운드 경제는 안으로 들어오는 경제를 말한다. 수입·외국인투자 유입·외국인 관광 혹은 유학생·인재유치 등으로 아웃바운드와는 정확하게 대칭적인 개념이다. 지금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은 국익의 극대화를 위해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경제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골몰하고 있다.
개별 국가가 처한 환경이나 포지션에 따라 이 두 개의 전략을 구사하는 방법이 상이하다. 분명한 것은 많은 국가들이 전통적으로 국익 창출의 소스를 아웃바운드에서 찾았지만 점진적으로 인바운드의 중요성을 자각해 나가고 있는 것이 현저하게 눈에 띈다.
‘대한민국號’ 인바운드 경제 방치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는 인바운드 경제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추는 등 감세(減稅)를 통해 바깥에 나가있는 미국 제조업 혹은 달러의 본국 유턴, 즉 리쇼어링(Reshoring)에 초점을 맞춘다.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멕시코 등 제3국 생산기지를 활용한 미국 시장으로의 우회수출을 전면 차단하는 대신 미국 내에 들어와서 제조 활동을 하라고 강요한다. 이를 통해 미국 내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는 수입을 감소시키면서 수출을 늘려나간다는 포석이다.
일본은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 경제의 동시 효율성 제고에 열을 올린다. 엔저·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수출을 독려하는 한편 해외에 나가있는 일본 기업의 유턴까지 유도하고 있다.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인구절벽에 따른 고용 부족을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메워하고 있다.
중국도 성장의 신동력을 수출보다는 내수 쪽으로 바꾸면서 인바운드 경제에 방점을 찍고 있는 분위기다. 신자유주의, 즉 지구촌의 글로벌화와 자유화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이 국경을 초월하여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환경이 가장 좋은 곳에 뿌리를 내리기에 동분서주한다.
각국 정부들은 보다 많은 기업들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세금을 내리고 규제를 풀며 노동시장 개혁, 차별적 인센티브 제공에 혈안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밑그림을 그려 나간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앞서 나가는 신흥국들도 이에 매우 적극적이다. 집토끼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묶고 동시에 산토끼까지 안방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 소위 말하는 국가 간의 ‘혁신 경쟁’이다. 혁신은 결국 기업의 생태계로 연결된다.
혁신을 통해 제로섬 게임이 아닌 파이 확대를 위해 국가의 역량을 집결하고 있는 것이 글로벌 트렌드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모두가 배수의 진을 치고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짜는 셈이다.
OECD 국가 중 올 들어 22%에서 25%로 법인세를 인상 추진하는 유일한 국가가 한국이다. 한국과 미국의 법인세 실효 세율이 역전되는 셈이다.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의 올 해외여행 인구가 1800만명인데 반해 인구 5000만명의 우리는 2600만명이나 된다.
일본의 외국 관광객 유치는 2800만명이나 되는 반면 우리는 1250만명 정도로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드(THAAD) 배치 등을 감안하더라도 양국 간의 차이가 너무 크다. 올해 일본의 관광수지 흑자는 12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는 150억 달러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18년 연속 여행수지 적자 행진이다.
인재 유출도 심각하다. 중국 제조업의 현장에서 한국에서 빠져나온 우수 인재들을 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쟁자들은 모두 인바운드 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웃바운드로 역주행하고 있다.
기업은 해외에 나가려고만 하는 모양새다. 국내 관광은 아예 관심을 두지 않고 해외로 나가서 돈을 펑펑 쓴다. 인바운드 경제의 중요성에 눈을 뜨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갈수록 더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갈수록 명백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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