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곧 대의명분’ 피곤한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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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05 11:24:38

‘정치는 대의명분(大義名分)으로 한다’라는 말이 있다. 대의명분은 정치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대중들은 그 정당성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항상 대중들의 평가 앞에 서야 하는 정치인에게 있어 대의명분은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항목이다.

대의명분은 사전적 의미로 세상을 향해 내세우는 명분을 뜻한다. 따라서 정치인은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대의명분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대중들을 설득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지형이 급변할수록 그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평범한 삶을 사는 일반 시민들이야 대의명분에 집착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지만, 정치인에게 있어 대의명분은 평생 짊어져야 할 숙명과도 같다.

대의명분은 무명의 정치인을 일약 대중 정치인으로 만들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지역주의 타파’라는 대의명분은 대중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고, 정치 신병(新兵) 노무현은 정치입문 14년만에 대통령이 됐다.

반면에 대의명분은 유력 정치인을 추락시키기도 한다. 이인제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한때 대통령 후보로 나서 500만표를 획득했던 그였지만, 16번의 당적변경이 말해주듯 그의 대의명분은 정당성 확보에 실패했다. 그가 내세워 온 대의명분이 ‘대통령 후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적 전성기를 맞은 이후 20년도 안 돼 잊혀진 정치인이 됐다.

정치인에게 있어 대의명분의 중요성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프랑스의 혁명가 나폴레옹은 ‘자유·평등·박애’를 대의명분으로 내세웠다. 나폴레옹의 대의명분은 자국민의 지지를 받았고, 그의 군사적 천재성까지 더해져 유럽을 지배했다.

세계 최대 제국을 건설한 칭기스칸은 흩어진 부족들을 통합한다는 대의명분에서 출발했고, 통합된 부족의 힘은 전 세계를 떨게했다. 마케도니아의 지배자 알렉산더의 대의명분은 ‘동서를 아우르는 하나된 세계’였다.

소설 ‘삼국지연의’의 주인공 유비는 ‘한나라 황실 회복’을,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은 ‘중화(中華) 회복’을 대의명분으로 삼았다. 이들은 ‘대중들의 지지’라는 정당성을 확보함으로서 자신들의 대의명분을 실현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곧 잘 내세우는 대의명분은 ‘개혁’이다. 특히 요즘처럼 정당들이 쪼개지고, 또 다시 새로 합쳐지는 이합집산이 극심할수록 ‘개혁’이라는 대의명분은 정쟁의 도구로, 또는 정적 제거를 위한 무소불위의 철퇴로 둔갑한다.

수세에 몰린 정치인은 ‘개혁’을 내세워 자신을 ‘고난의 정치 지도자’로 포장한다. 철새정치인이라는 부끄러운 전력(前歷)을 세탁하기에도 이 만한 대의명분은 없다. ‘자신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 ‘자신이 공천을 받는 것’ 자체가 대의명분인 정치인도 있다. 그들은 어김없이 ‘개혁’을 자신의 전유물로 둔갑시킨다.

‘정당하다’는 대의명분을 부여받지 못한 정치행위는 대중들을 피로하게 만든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안철수와 박지원을 보는 마음이 착잡한 이유다.

그들이 서로 치고 받으며 내세우는 대의명분들을 대중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하기사 그들이 대중들의 평가 결과를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김진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