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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연초에 나오는 미래에 대한 각종 전망 보고서를 보면 일면 수긍이 가는 것도 있는 반면 전혀 얼토당토않은 황당한 것들도 많다.
특히 요즘 같이 격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서는 온갖 추측과 예측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식의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미래 전망에 대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자칫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기수를 잡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래도 연초에는 최소한 모두가 희망적이다. 미래에 대해서도 비관적이기 보다는 낙관적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짙다.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없으면 인생 그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가가 부유하든 아니면 가난하든 이는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어떤 미래를 어떠한 방법으로 실현가능하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관한 사회적 담론(談論)을 만들어가는 소통이 중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제대로 된 국가들은 이에 대해 활짝 열려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철저하게 닫혀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지난 수년간 우리는 내부 문제에 머리를 싸매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여 왔다. 누가 더 정의롭고 정당하며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가 하는 흑백논리에만 사로잡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만성적인 지역 갈등에 더해 이념과 세대로 국가가 둘로 쪼개지는 난맥상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과거에 대한 족쇄 채우기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에 있는 자들의 배 채우기만 급급하다. 미래에 대한 밑그림이나 준비 같은 것은 별로 안중에 없다. 이런 제로섬 게임이 반복되는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가면을 쓴 선동꾼들이나 어설픈 좀비들이 득세한다.
도덕·안전 불감증, 관피아 등 낙하산 인사,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각종 관변 단체, 방만과 부도덕으로 일관하는 국가 예산 집행 등 진정한 적폐청산 대상들은 늘 거울 뒤에 가려지기 마련이다. 개혁을 외치지만 과거에만 집착하고 정작 미래는 뒷전이다.
눈을 돌려 밖을 보면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우리처럼 내부적인 문제에 매달려 서로 생채기를 하면서 ‘갈 지(之)’자 행보를 하는 나라는 없다. 심지어 외부와의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에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
이정도 되면 제대로 된 국가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경쟁자들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은 일사분란 착실하게 미래를 준비해 나가고 있는 듯하다. 한마디로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만 매달리면 분열이 불가피하지만 미래를 끼워 넣으면 반대편에 서있는 자들로부터도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다.
이 같은 지혜를 통해 경쟁자들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절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는다. 선진국은 4차 산업혁명 선점 경쟁을 통해 미래 선두주자의 꿈과 신흥국들은 중국 이후의 ‘세계의 공장’이 되겠다고 국력을 한군데로 집중한다.
‘3만 달러 시대’에 걸맞은 선진국형 경제구조가 시급하다
올해는 1인당 국민소득(GNI)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원년이다. 이제 4만 달러 시대로 치고 올라가자고 한다. 그러나 3만 달러보다 4만 달러 진입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매우 곤혹스럽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겨나지 않으면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는 경고는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일반적으로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들은 개발 수요가 많고 산업 업그레이드 수요가 많아 성장 여력이 넘쳐난다.
그러나 선진국이 되면 성장 잠재력이 정체되고 동력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아 성장이 정체되는 국가들이 허다하다. 우리보다 앞서가는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을 보더라도 그 명암은 극히 두드러진다. 이들 국가에게 1% 성장은 매우 힘겨워 보인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 독일과 그렇지 못한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현 상황은 매우 대조적이다. 심지어 프랑스도 성장 부진의 늪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글로벌 사례들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특징은 4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려면 경제 운용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교훈이다. 우리의 경우, 지금까지는 50여년 전 산업화를 시작했던 시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그러나앞으로의 판세는 확연히 달라진다.
우리와 유사한 구조와 수단으로 뒤를 따라오는 후발국의 추격을 뿌리쳐야 하고 상위에 있는 국가들과는 다른 차원의 경쟁 선상에 올라야 한다. 이를 위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구조개혁이다.
완벽한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에게 지적되는 3대 적(敵)으로 고비용·저효율 구조, 포퓰리즘, 규제 등이 거론된다. 이를 걷어내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인프라를 재구축해야 한다. 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노동개혁, 정치적 계산에서 기인하는 성급한 포퓰리즘, 사회주의 중국보다 더 많은 규제로는 결코 제대로 된 출발선상에 설 수 없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하거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 물론 지나친 낙관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당장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망각하고 시간을 흘려보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3만 달러 시대에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가를 냉정하게 분석해내야 한다.
제조업·수출시장·해외 생산기지·한류(韓流) 등 지난 50여년 간 우리가 만들어낸 귀중한 자산들이 많다. 반면 중국 후발개도국의 추격에 따른 주력산업의 샌드위치 신세 전락, 4차 산업혁명 준비와 관련 경쟁국 대비 상대적 준비 소홀, 노동시장의 경직에 따른 사회적 비용 지출 과다, 빈부·세대 간의 갈등 격화에 따른 사회적 자본의 고갈 등 약점도 수두룩하다.
대부분의 약점들이 최근 두드러지게 불거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기반 위에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 전통 주력산업의 혁신과 신산업의 육성, 한류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산업의 고도화, 노동시장의 개혁, 규제 샌드박스 도입, 아웃바운드 및 인바운드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 등 선진국형 경제구조를 서둘러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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