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추락 굴욕 조용병, 결국 이자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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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10 08:31:29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가 1400조원을 돌파하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는 말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가 연일 사상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까지 가시화되면서 규모는 물론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질 역시 악화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소득대비 가계대출 비율(LTI)가 500% 이상인 차주가 10.2%에 달했다. 소득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말그대로 자신이 1년간 벌어들인 소득 대비 대출금의 규모를 뜻하는 지표다. LTI 비율이 500%라는 말은 5년 이상 벌어들인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갚아야 대출 원금을 갚을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LTI 평균도 210.7%를 기록했다. 2년치 벌어들인 소득을 꼬박 대출에 갚는데 쓴다해도 갚을 수 없는 수치인 셈이다. 특히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속도는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소득보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155.5%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3분기 133.9%에서 3년 만에 무려 21.6%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배경에는 은행의 ‘전당포식 영업’이 가장 먼저 지목된다. 시중은행들은 저금리 기조 하에 예금금리는 낮추면서 대출금리는 수시로 높여 예대마진 차를 이용해 손쉽게 수익을 올렸다. 빚에 허덕이는 서민들이 늘어났지만 덕분에 은행들은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문재인정부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에 고삐를 죄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간 예대마진 격차를 이용한 이자장사에 나서는 은행들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세에 제동을 걸었다.

그런데 최근 신한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했다가 금감원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조 회장을 향한 비판의 시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구랍 22일부터 코픽스 기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과 금융채 5년물을 기준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각각 0.05%포인트 올렸다.

조달금리가 인상되면서 그 인상분을 가산금리에 포함시켰다는 것이 신한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조달금리 인상분은 이미 기본금리에 포함돼있다는 점에서 가산금리 인상은 ‘꼼수’나 다름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대출 금리 등을 정할 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다. 그간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임의로 조정해 소비자를 상대로 이자장사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기준금리가 내려갈 땐 가산금리를 낮추지 않다가, 기준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맞춰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식의 예대마진 확대를 통해 손쉽게 돈을 버는 이른바 전당포식 영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이에 신한금융의 연말 깜작 가산금리 인상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조 회장이 KB금융과의 리딩뱅크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만큼 가장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주담대 이자인상을 통해 ‘막판 스퍼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신한 측에서도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산금리 인상에 대한 경고를 받은 직후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을 증폭시키고 있다. 조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리딩뱅크 자리를 KB금융에 내주자 부담을 느끼고 무리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새해를 맞아 금융권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하나같이 ‘디지털’과 ‘혁신’, ‘고객’ 등을 대표적인 키워드로 꼽았다. 이는 조 회장도 마찬가지다. 조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언급했듯이 혁신기업과 벤처, 서민들에게 금융의 온기를 골고루 전달하고 신한의 가치를 함께 키우는 길이 과연 가산금리 인상을 통한 손쉬운 수익 창출인지 되묻고 싶다.

바야흐로 4차산업 혁명시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전문가들은 4차산업에 활용될 기술들과 가장 어울리는 분야가 금융 분야라고 입을 모은다. 변화를 선도하는 곳이 리딩뱅크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빚에 허덕이는 가계를 볼모로 손쉽게 수익을 챙기는 ‘이자장사’로 리딩뱅크 타이틀을 다시 탈환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일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