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주연, 논픽션 레알 막장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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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12 00:19:47

막장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드라마 속 ‘착한 주인공’은 아직 행복하지 않다. ‘나쁜 주인공’의 악행은 계속된다. TV에 둘러앉은 시청자들은 착한주인공의 고난에 공감하고, 나쁜 주인공의 비열한 짓에 분노한다.

드라마 속 나쁜 주인공은 파렴치한 짓을 서슴치 않는다. 착한 주인공을 짓누르고 자신의 ‘먹이’를 쟁취하기에 집중한다. ‘부끄러움’ 따위는 상관치 않는다.

‘저 놈 죗값을 받아야 하는데...’ 회(回)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은 의협심 많은 경찰이 돼 가고, 정의로운 판사가 돼 간다. 더 이상 두 눈뜨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에는 반전도 있다. 위기에 빠진 나쁜 주인공은 권력과 돈, 그리고 거미줄 인맥을 동원한다. 그가 가진 화려한 백그라운드는 간혹 삶에 지친 시청자들의 로망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 속 나쁜 주인공은 마지막 회에서 반드시 죗값을 받는다.

드라마가 끝나면 TV 화면엔 종영을 알리는 ‘감사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새 막장 드라마의 예고편이 나온다. 막장 드라마는 또다시 계속된다.

우리는 지금 ‘한국 사회’라는 화면을 통해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있다. 그것도 픽션이 아니라 100% 리얼리티 논픽션(Nonfiction)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를 불러 들였다. ‘정치보복성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변호인들까지 내쳤던 그였다. 국가정보원에서 상납 받은 돈으로 주사 시술비, 기 치료비, 대포폰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시점과 일치한다. 검찰이 뇌물 36억원을 추징하겠다며 재산동결에 나서자 그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재판준비에도 열심이다.

유영하에게 맡겼다는 돈 40억원의 출처도 의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공식 재산은 60억원이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재판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경제공동체’라는 것이 입증된다면,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전 재산을 추징당할 수 있다. 숨겨놓은 재산 역시 드러나는 족족 국고로 환수된다.

나라 망친 대통령으로 낙인찍히는 것보다 빈털터리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 더 두려웠던 모양이다.

사실 그의 돈도 아니다. 직장인의 유리지갑에서, 공사판 인부의 하루벌이에서, 시장상인들의 장사밑천에서 꼬박꼬박 떼어진 우리들의 세금으로 그는 고품격 웰빙과 화려한 옷 치장을 즐겼다. 아이들이 바다에 빠져 죽든 말든, 50대 가장들이 실업자가 되든 말든 그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돈 문제와 관련된 재판에는 성실히 임할 모양이다. 픽션보다 더 리얼한 논픽션 막장 드라마를 찾자면 이만한 것도 없다. 시청자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온리원(Only One) 논픽션 막장 드라마는 오늘도 뉴스를 통해 계속된다.

박근혜 표 논픽션 막장 드라마에 버금가는 또 한 편이 있다. 자산 가치 8조원대인 자신의 회사를 ‘내 것이 아니다’라고 우기는 희한한 전직 대통령이 주인공이다. 심지어 회사의 주인을 찾아 돌려주겠다는 대한민국 검사들을 탄핵하겠다고 한다.

BBK 피해자들의 몫인 140억원을 공권력을 동원해 가로챌 만큼 그는 ‘먹이(돈)’에 대한 집착이 강한 캐릭터다. 아랍에미레이트(UAE)에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는 대가로 우리의 80만 아들들을 담보물로 내놓는 대담한 면도 갖고 있다. 한때는 ‘부자 되세요’라는 현란한 언어로 시청자들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는 검찰 수사망이 조여오자 권력과 돈, 그리고 인맥을 총동원해 방어에 나서고 있다. TV속 막장 드라마와 판박이다.

두 대작(大作)에 미치지는 못하나 시청자들을 제대로 짜증나게 하는 단편 막장 드라마도 있다.

김성태 주연의 ‘UAE 외교 죽이기, 류여해 주연의 ‘제명과 폭로전’, 홍준표 주연의 ‘라이언 명박 구하기’ 등이다. 시청률이 떨어지면 이들 대신 새로운 주연급 신예들이 등장할 것이다.

세계 정치인 중에서 논픽션 막장드라마 최고 주연을 꼽자면 단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를 들 수 있다. 축구팀 ‘AC밀란’의 구단주이기도 한 그는 재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회계조작, 공무원매수, 성매매, 세금포탈 등 수많은 혐의로 여러 차례 실형을 받기도 했다.

그는 총리 재임시절 잇단 부패와 성추문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정경유착의 시대를 열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를 선택한 이탈리아는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맞은 것으로 이탈리아판 막장 드라마는 종영됐다.

이명박 박근혜 주연의 논픽션 막장 드라마는 점점 마지막 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쁜 주인공은 벌을 받을 것이고, 착한 주인공은 행복해 질 것이다. 그래야 된다. 아니면 우리는 다시 새 막장 드라마의 예고편을 봐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방영되는 100% 리얼리티 막장 드라마는 이번이 최종판이길 소망한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