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쳐진 가상화폐 패권, 빅픽처 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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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1-15 00:42:15

최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가상화폐 처우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육성을 하자니 ‘혹시 모를’ 리스크가 우려되고, 규제를 하자니 ‘혹시 모를’ 과실을 우리만 놓치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는 탓이 크다.

사실상 블록체인이라는 신(新)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가 그간 존재하지 않았던 기술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발생하는 딜레마와 다름없다. 나날이 치솟고 있는 가상화폐의 가치가 단순히 거품으로 끝날지 아니면 세계 금융시장의 판도를 재편할 새로운 플랫폼으로 거듭날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탓이다.

최초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지난 2009년 처음 시장에 등장할 당시에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화폐 시스템이라고는 하지만 개발자가 누군지조차 드러나지 않아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오히려 신종 사기수법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합리적으로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랬던 가상화폐의 가치가 현재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50만원선에 머물렀던 1비트코인(BTC)의 가치는 현재 2000만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정부가 가상화폐가 투기시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규제 일변도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의 정책 방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어 우려가 앞선다. 앞서 정부는 가상화폐 투기가 비이성적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등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에 투자자들의 집단 반발이 이어지자 청와대가 직접 나서 정해진 바 없다고 답변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스위스와 미국, 일본 등 소위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들은 가상화폐를 제도권내에 편입하는 등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위스의 팔콘은행은 지난해 8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비트코인 캐시 등 가상화폐 거래를 허용했고, 미국도 시카고 상품거래소와 시카고옵션거래소 등에서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허용했다.

멀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도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가상화폐 거래소의 금융청 사전 심사와 등록을 의무화하며 가상화폐를 엔화나 달러와 같은 법정통화와 상호 교환할 수 있는 재산적 가치로 인정했다. 완전한 법정통화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가상화폐를 포용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온 것이다.

이들이 가상통화를 제도권 내에 편입시킨 데에는 전략적 목표가 분명히 존재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다들 알다시피 달러와 엔화라는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들이다. 가상화폐가 과연 미래의 금융 산업을 재편할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이들도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수많은 가상화폐 중 살아남은 가상화폐는 기축통화의 위상을 넘보는 글로벌 화폐로 거듭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우려를 염두한 것만은 분명하다.

혹자는 가상화폐 열풍이 과거 2000년대 초반 불었던 닷컴버블 사태와 유사하다고 얘기한다.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르니 실재하지도 않는 가상화폐는 쳐다도 보지말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시 닷컴버블 붕괴에서 살아남은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이베이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현재 어마어마한 시가총액을 자랑하며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상화폐는 4차산업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분수령과 다름없다. 사실상 현재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향후 다가올 4차산업 혁명의 대응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신기술이 범람하게 될 4차산업 혁명을 맞아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4차산업 패권 다툼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