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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그 구성요소의 핵심인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많은 국민들이 사망하는 참사들이 잇따라 발생한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최근 발생한 각종 산업·건설현장 사고를 비롯해 병원의 의료사고, 대형 화재사고 등의 원인을 보면 대부분 인재(人災)라는 것이 드러난다. 헌법 전문에 있듯이 그 무한책임은 공직자들이 이끌고 있는 국가에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안전 불감증’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지 오래됐다. 예측불허의 안전사고는 어느 국가든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 우리나라는 유달리 대형참사를 동반한 각종 안전사고들이 많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도하 언론과 전문가들은 안전불감증, 인재, 관리부재 등을 외치고 사후약방문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이내 사고는 또 터지고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국민들은 매번 참극에 혀를 차면서 이젠 자신에게도 어떤 위험이 닥칠지 불안해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언제까지 우리 국민들이 국가의 부실한 관리능력으로 인한 각종 사고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야 하는지 답답하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분명한 것이 역설적으로 드러난 문제다. 뻔한 근본대책을 국가가 태만히 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의 공직자들이 국민을 미필적 고의에 의해 사지로 내몬다고 해야 할 판이다. 어렵지 않은 일에 뒷짐을 지고 있는 전·현 정부를 모두 이해하기 어렵다.
작금의 참사들을 보면 국민생명을 존귀하게 여기지 않은 행태로 밖에 안 보인다. 곱씹어 봤을 때 그 핵심 원인에 공직자들이 있고 그 위로 정권이 있으며 그 사이를 권력이 관통하는 사안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민국 정치권력은 지난 수십년간 살인죄에 준하는 중범죄를 저질러 왔다. 현 정부 또한 간판만 바꾸고 공무원들을 이합집산시키는 이른바 ‘무늬만 국민안전 대책’은 걷어치우고 실질적인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안전사고 현장을 다니는 것은 국민을 어루만지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는 하다. 하지만 역대 어느 정권이고 그것은 마치 틀이 짜여진 형식으로 전락했을 뿐이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진정성 있게 현장을 찾는다고 해도 실효성 있는 근본대책이 나올지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권력의 의지라고 해도 그 권력에 줄을 댄 공직자들이 또 유야무야 넘어가면 그만이다. 그것이 상시적 대응을 못하게 하는 ‘일회성의 적폐’로 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들어 각종 재난 및 사고에 대해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상시적 대응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현 정부도 공직자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일회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데 있다. 대통령의 뜻만으로 일회성 땜질식 대책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지에 전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당연히 해야 할 상시적 대응 시스템이 안 되는 이유를 먼저 고백하고 플랜을 이야기 하는 것이 맞다. 상시적 안전관리 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만 기존에 있던 시스템마저 작동이 안 되는 상황에서 소위 ‘새 버전’이 유효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국가 안전 시스템의 고장 원인은 바로 권력 상층부에 늘 있어 왔다는 것을 자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발이 돼야 할 공직자들이 보신성 무소신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배경에는 ‘권력형 인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현 정부 또한 권력형 낙하산 인사는 진행형이다. 보수정권보다 그 정도가 덜 하다고 해도 낙하산 인사가 살아 있는 한 공직자들의 은폐·엄폐식 보신행태는 사라지지 않는다. 위험이 예상되는 곳곳에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근본대책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권력화 돼 안전불감증이 커지는 역효과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이것이 규제와 사후관리만 강화하면 될 아주 쉬운 문제가 안 되는 핵심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자살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 3대 분야에서 사망자수를 절반으로 줄여나간다는 목표를 야심차게 설정했다. 이른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다. 이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직기강 개혁이 반드시 우선돼야 한다. 대통령이 먼저 공직자들에 대한 상벌을 엄정히 해야 한다. 그 시작이 아이러니컬하게 공직자들에 대해 권력으로부터의 온전한 자유를 주는 일이다.
해묵은 숙제인 공직자들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권력의 자기혁신이 국민 안전관리의 시작이다. 정권만 바뀌면 대부분 공직 분위기가 현재 권력에 지나치게 쏠린다. 당연히 국가 정책은 연계성이 단절되거나 심지어 역주행 하기까지 한다. 5년마다 새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공직자들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책임의 전면에 나서는 업무수행을 하지 않는 것은 짐짓 당연하다.
안전관리 상시 시스템은 다른 말로 공직자들이 시키는 것만 하도록 줄 세우는 일이 아닌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것이 안전관리 업그레이드의 전제 조건이다. 공무원이 목숨 걸고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정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통령이 현장을 다니는 것이 권력 뒤에 숨은 공직자들의 일회성 대응을 키우는 식의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권력이 국민을 위해 최고 지향해야 할 선(善)은 무위(無爲)라는 말이 있다. 무위는 ‘하지 않음’이 아니라 모든 것을 조화롭게 해내는 만능의 순리다. 권력은 역사적으로 보면 ‘작위(作爲)적 유위(有爲)’에서 오는 폐해가 끝내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작금의 우리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 매 정권마다 권력의 막강한 힘은 마치 신의 권능처럼 작위적이었다. 모든 것을 해낼 듯이 권력은 최고의 무기로 사용돼 왔지만 국민은 항상 뒷전이었다. 그리고 예고된 대형 안전사고들이 터지기를 반복했다.
권력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을 때 오히려 권력의 장점이 빛을 발한다. 국가라는 시스템이 정교하게 작동하고 그 속에서 소신 있는 공직자들에 의해 상시적 안전관리 시스템이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모습은 국민들에게 잘 안 보인다. 문제가 없으면 대통령이 국민 앞에 굳이 나설 이유가 없기도 하다.
공직망 세포단위까지 뻗은 거미줄 같은 권력이 걷히면 공직자들은 국민에게 보다 더 소신 있게 향해 갈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전수로 관리해 중앙부처나 지자체별로 꼼꼼히 재점검 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안전관리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면 된다. 권력이 국민을 정점에 놓고 이런 공직업무를 거중 조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동시에 감사원 기능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려 공직자들의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국민들의 안전은 굳이 대통령이 나서지 않아도 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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