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육박 대기업 브랜드사용료 규제,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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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브랜드 사용료 규정 과도한 시장개입”…공정위 “사익편취 수단 악용 가능성”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07 12:04:31

대기업 계열사들이 지주회사에 내는 브랜드사용료 규제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의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과,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7일 ‘브랜드 사용료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며 그룹 지주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브랜드 사용료’ 수준은 기업들이 알아서 결정하도록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브랜드 사용료가 업종·상품·인지도·시장형태·브랜드 가치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브랜드가 일반 제품과 같은 재산이기 때문에 브랜드 사용료는 사적자치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제품에 공공성이 있거나 제품의 가격 수준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우에만 제품 가격을 규제하는데 브랜드 사용료는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에도 개선을 촉구했다. 현재 정부와 사법기관은 자회사가 지주회사의 상표권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을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2008년 금융감독원은 자회사가 지주회사의 상표권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며 지주사가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2010년 국세청도 A금융지주가 자회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는 것은 부당지원이라고 900억 원 상당의 법인세를 지주사에 부과했다. 또한 2011년에는 B금융지주에도 같은 이유로 법인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2013년에는 입장을 바꿔 B은행이 지주사에 브랜드 사용료를 낸 것을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부당거래로 보고 세금을 부과했다. 이후 B은행이 이의를 제기하자 국세청은 자체 심의를 통해 부과 결정을 취소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기업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인 브랜드 사용료를 일괄 규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반하는 과도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브랜드 사용료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브랜드 사용료 수취 내역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주회사 막대한 브랜드 사용료가 지주회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자율적 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간 지주회사가 있는 금융기관이나 대규모 기업집단 등에서 브랜드 사용료를 고액으로 책정해 계열사 탈세를 보조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에 대해 브랜드 사용료 수취에 관한 상세 내역을 매년 공시토록 하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의 중요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공시 규정)’ 개정안을 지난달 29일 행정예고 하고, 상표권 사용료 수취 현황과 공시 실태를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한경연은 브랜드 사용료를 내지 않는 경우와 내는 경우 모두 공적 기관이 문제 삼는 것은 일관성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해외 주요 기업이 계열사에 0.2% 내외 브랜드 사용료율(계열회사 대상 매출액 대비 브랜드 사용료율) 부과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적정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공정위에 따르면 20개 대기업집단 소속 20개 회사가 277개 계열회사로부터 연간 9314억원(2016년 기준)을 상표권 사용료로 수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유은주 기자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