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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에는 한낮에도 해의 높이가 낮다. 하루 중 해가 가장 높이 뜨는 때는 정오 무렵이다. 이때 해는 정남 방향에 오는데 이를 남중(南中)이라고 한다. 동지에는 남중의 고도가 겨우 29도에 그친다. 해가 뜨다 마는 식이다.
최근에는 제법 해가 길어졌고 빛 알갱이도 은빛에서 금빛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의 남중 고도를 계산해봤더니 34.5도 정도로 나왔다. 오는 19일 우수(雨水)가 되면 35도를 웃돌 것이다. 참고로 춘분에는 52도, 하지가 되면 무려 76도까지 치솟는다.
해가 높이 뜨면 빛살도 강해진다. 뿐만 아니라 더 멀리까지 볼 수 있다. 시야가 트이는 것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를 시계(視界)라고 한다. 동지는 시계가 가장 작은 때가, 하지는 시계가 가장 큰 때가 된다. 그리고 그 중간의 분기점이 바로 춘분이다. 올해 춘분은 오는 3월 21일이다.
춘분이 되기 전까지는 우리들의 사물을 보는 눈은 무척 제한적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춘분이 돼야만 비로소 먼 곳의 사물이 눈에 들어온다고 할 수 있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새해의 일을 전망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올해 한국 경제나 정치에 대한 전망 또는 작게는 업종별 전망이 제시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혀 들어맞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망은 전망으로 그친다.
연초 전망이 빗나가는 이유는 시간의 간격이 너무 커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1월 초에 전망하기 때문이다. 동지 무렵은 시계가 가장 짧은 때다. 1월 초는 사실상 동지와 같기 때문에 새해 연초의 전망이 많이 빗나가는 것이다.
새해 전망을 나름 근거를 가지고 시도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3월 21일 춘분 경에 하는 것이 좋다. 그 정도가 되면 한 해의 흐름을 예측하는 것이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춘분부터 시계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계절에 따른 태양의 고도와 빛의 강도는 자연계의 현상이기 때문에 한 해를 전망하는 일과 성질이 많이 다르다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동일하다.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자연순환의 원리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새해 업무 계획을 확정하는 것도 빨라야 3월 춘분에 하는 것이 그나마 실효가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통상규제 때문에 한국의 수출이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유럽연합(EU) 마저 한국 철강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었다.
얼마 전 EU는 미국의 트럼프에게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메시지를 날렸다. 트럼프에 의해 시작된 보호무역이 중국은 물론이고 유럽까지 따라서 온 글로벌을 뒤흔들어놓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우울한 소식이 추가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올해가 무역전쟁의 해가 될 것이라고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아직 춘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모든 사물이 겨울 안개에 가려져 있다. 춘분이 돼야만 비로소 제법 멀리까지 시야가 확보되고 비로소 전망도 가능해진다.
아직 모든 것들은 겨울 안개와 희미한 미미한 겨울 햇빛 속에 가려져 있고 숨겨져 있다. 그 그림자와 어둠 속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고 도사리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볼 수가 없기에 지금은 전망도 어렵고 예단을 내리는 것은 더욱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초의 예상이나 전망보다 더 좋을 수도 있고 더 나쁠 수도 있다.
다만 자연순환운명학의 이치에 근거해 큰 그림을 예측해 볼 수는 있다. 올해보다는 내년이야말로 변화가 훨씬 더 클 것이라고 판단이 된다. 굳이 근거를 대자면 글로벌 양적완화로 인해 풀려난 돈의 홍수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시행한 양적완화는 6년간이나 이어지다가 2014년 10월에 종료됐다. 지난해 9월 추분부터는 연준의 직접적인 통화 환수 조치, 즉 양적 축소가 시작됐다.
직접적인 통화환수 작업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액수가 점점 불어나기 때문에 금리인상과 마찬가지로 내년 상반기 말쯤 그 강도가 체감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시대도 그 무렵 끝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는 그간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그림이 우리 눈앞에 펼쳐질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최근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전체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있어왔음에도 갑자기 이 시점에서 유독 흔들리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펀드 매니저들이 지난해 말까지는 실적을 내야만 보너스를 두둑이 받을 수 있기에 매도를 미뤘다가 이달 들어서 물량 정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변동성 옵션을 팔아서 수익을 보던 파생상품 펀드들이 대거 깡통이 됐고 관련된 프로그램 매도가 즉각 작동했다.
간단히 정리하면 그간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를 모른 척하면서 일종의 담합으로 연말 실적을 올린 펀드 매니저들이 이제야 비로소 위험 회피 또는 선제적 조정에 나선 것이다. 펀드 매니저들의 ‘먹고사니즘’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일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액이 엄청 크다”, “그 것이 빠져나가면 큰일이다” 등의 우려는 일단 잊어도 좋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올해의 일에 대한 전망은 아직 때가 이르다. 모든 것이 겨울 안개와 약한 햇빛이 만든 그림자 속에 갇혀있다. 보고자 해도 보이는 것이 많지 않다. 모든 사물들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자칫 실체가 아니라 그림자에 놀랄 수도 있다. 이번 글로벌 증시파동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평창에서는 겨울 안개를 이용한 북한의 평화공세가 전개되고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대화 국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해 역시 지난해에 이어 북한은 또 한 번 중장거리 미사일 테스트를 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진입 기술의 성공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은 큰 시각으로 보면 하나의 흐름이다. 그리고 내년이 되면 전혀 다른 국면이 등장해서 다시 3년간 이어갈 것이다. 이처럼 세상은 3년씩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이를 두고 필자는 세상이 방각(方角)을 돌아간다고 말한다. 호랑이와 토끼, 용의 해가 하나의 흐름이고 뱀과 말, 양이 하나의 흐름이며 원숭이와 닭, 개가 하나의 흐름, 다시 돼지와 쥐, 소의 해가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올해 무술년 개의 해는 2016년부터 이어진 흐름의 연장이자 마무리가 된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6년 4월 총선부터 흔들리기 시작해서 지난해에는 탄핵으로 파면됐다. 올해까지 그 여파가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내년 새 흐름이 시작되고도 계속 순항하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이번 글은 해의 고도와 일조량으로 시작된 얘기였다. 그리고 그 원리를 통해 세상 변화에 대해 얘기했다. 연초 전망은 언제나 크게 빗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과 그 이유에 대해서도 다뤘다. 독자들 역시 올해 일이나 계획은 3월 21일 춘분을 지낸 뒤에 구체적으로 세워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여겨진다.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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