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광주 
제주 
목포 
최근 세계 경제는 두 개의 큰 축을 형성하면서 움직이고 있다. 하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상징되는 제조업의 혁신이고 다른 하나는 혁신을 통한 창업 열기다.
목적도 매우 분명하다. 신(新)성장 동력 확보를 통한 미래 먹거리 선점과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 파생되는 경제적 현상을 일상 속에서 목격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하느냐, 아니면 이 경쟁 모드에서 이기려는 샅바 싸움에 뛰어드느냐에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승패와 명암이 엇갈릴 것이다. 중국 등 글로벌 제조환경 악화에서 비롯된 ‘시장으로서의 제조업 귀환(Back to the Market)’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외로 나가있는 제조업을 다시 안방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으로 미국·일본·독일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자국의 일자리를 재창출하겠다는 발상이며 부족한 노동생산성은 스마트 팩토리라는 자동화공정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보호무역 내지 자국우선주의다. 미국 트럼프의 당선은 ‘앵그리 화이트(Angry White)’의 일자리 창출을 담보로 했기에 가능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리쇼어링 유도를 위해 감세와 다양한 통상보복으로 미국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마저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유럽 전역은 우파 정권이 속속 등장하면서 자국 일자리 보호를 위해 난민들의 유입을 적극 봉쇄하는 조치를 취한다. 개방이라는 기치를 내면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국 이외의 제 2의 브렉시트(Bresit) 국가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시도가 먹혀들어가면서 요즘 지구상에 소위 잘 나가는 나라들은 경제가 부활하는 기미를 보이며 일자리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미국·일본·독일·중국 등이 이에 속한다. 거의 완전 고용을 실현하고 있을 정도로 오히려 일자리가 남아도는 판국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정은 이와 대조된다. 기회가 되면 바깥으로 나가려는 기업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국내 기업이나 외국 기업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이들을 붙잡아 두거나 끌어들이기 위해 내세울 수 있는 당근들이 점점 더 고갈되고 있는 형편이다. 심지어 스타트업들도 국내에서 터전을 마련하기 보다는 오히려 외국으로 나가려고 한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뒷북이고 마지못해 하는 전시 행정의 범주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절박감이나 전략적 사고 측면에서도 경쟁국에 비해 월등히 뒤떨어진다. 제조업 경쟁력,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위기를 위기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위기가 닥치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자리 창출에 모두가 ‘이판사판’…우리만 ‘무사안일’
마침내 우려했던 큰 건이 하나 터졌다. 풍문으로만 들렸던 GM의 한국 공장 철수가 마침내 수면 위로 부상했다. 1단계로 군산 공장 폐쇄를 결정함으로써 지역경제으 초토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향후 보령·창원·부평 공장도 단계적으로 철수할 수 있다는 설마저 나오고 있어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GM이 군산의 총생산 22%를 차지하고 있어 작년 현대중공업의 조선소 폐쇄로 인해 울산·경남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이번 GM이 군산 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한국판 러스트벨트(Rust Belt)가 남부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형성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한국 GM은 지난 4년간 3조원의 손실을 봤다. 판매 저조와 더불어 고질적인 고임금·저효율 구조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달한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도달한 겻은 GM의 경영 실패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우자동차의 파산으로 지난 2002년부터 한국 GM으로 갈아탄 이후 16년 간 수출과 일자리 창출 등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GM의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 재편에 한국 부품 기업들이 대거 편승함으로써 글로벌 부품 강자로 부상하는데 간접적인 기여를 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의 후퇴는 80여개나 되던 GM의 글로벌 사업장 구조조정의 칼날을 빼들게 했다. 2013년 호주 공장 폐쇄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러시아·인도·남아공의 사업장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기준 한국 GM의 임금은 8600만원 수준으로 국내 자동차업계의 평균 9213만원에 비해 다소 낮지만 이정도면 세계에서 인건비가 가장 높은 사업장에 속한다. 이는 도요타의 9104만원, 폴크스바겐의 8040만원보다 높다. 자동차 생산 1대 투입 시간에 있어서도 국내 5사 평균은 26.8시간으로 도요타의 24.1시간, GM 23.4시간보다 더 많다.
GM, 한국 정부, GM 노조 3자 산의 샅바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불리한 것은 우리 쪽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철수라는 강수를 두기까지에는 GM의 다각적인 포석이 깔려있을 것이 분명하다.
이 판국에 트럼프 행정부까지 공적 운운하면서 GM의 한국 철수를 부추긴다. 당장 2차, 3차 추가 철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극단의 처방전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짚어볼 것은 우리의 너무 무사안일한 대응이다.
GM의 이번 결정이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른 외국 기업으로도 번질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가 도처에서 감지된다. 심지어 국내 기업까지 반(反)기업 정서에다 강경 노조, 증세와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설 자리가 더 좁아지고 있다.
러스트벨트와 잃어버린 20년의 쓰라린 경험을 한 미국이나 일본은 이판사판 식으로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에 올인한다. 큰 먹구름이 다가올 것 같은 예감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그 자체가 더 큰 문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