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보존 급급한 수협회장 자격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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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보존 급급한 수협회장 자격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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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2-26 00:01:37

지난 2015년 취임한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의 임기가 내년 초로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지만 그간 수협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부실한 내부관리는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우려된다. 횡령·배임 등 각종 비리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이를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 마련은 요원한 상태기 때문이다.

최근 금감원이 수협중앙회에 대한 검사·감독을 실시한 결과 경영유의 10건, 개선사항 9건 등 총 19건의 제재조치가 내려졌다. 통상 금융사들의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 적발 건수가 3~5건 안팎임을 감안하면 수협중앙회의 제재 건수는 심각한 수준인 셈이다.

더욱이 수협중앙회의 경우 그간 부실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국내 수산업 경쟁력 강화와 어업인들의 권익증진을 위해 설립됐다는 취지와 달리 1990년 이후 약 30년간 역대 수협중앙회장들은 이종구 전 회장을 제외하곤 모두 비리 논란에 휩싸이면서 불명예 퇴진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경영 유의사항은 금감원이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결과, 경영적인 측면에서 취약한 부분이 드러나 경영진의 주의 또는 경영상 조치가 필요한 사항을 말한다. 개선사항은 규정이나 제도, 업무운영 등이 불합리해 개선이 필요한 경우 내려지는 조치다.

먼저 수협중앙회는 지난해 4월 회원조합 직원의 횡령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형사 고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협중앙회 ‘회원조합 임직원 범죄행위에 대한 고발요령’ 제4조 제1항 및 제5조 제3항 등에 따르면 횡령 등의 범죄행위는 수사기관에 고발해야한다.

심지어 해당 조합에 재정리요구도 없이 종결처리를 하는 등 심각한 범죄행위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사실이 발각됐다. 중앙회 및 회원조합 임직원의 심각한 도덕적해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안이라는 것이 관련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수협중앙회의 전산감시시스템 부실로 인해 대출취급 과정에서도 심각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015년 11월 토지담보대출을 해주면서 해당 토지가 외부감정평가 의뢰 대상임에도 이를 어기고 자체적으로 토지의 감정가액을 부풀리는 등 대출한도를 초과해 부당하게 대출해줬다. 혈세나 다름없는 자금이 눈먼 돈으로 전락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김 회장은 내부통제를 강화해 비리 척결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 회장 임기를 늘리는 등 자리보존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 중앙회장의 임기를 늘리는 등 권한을 강화해야한다고 꾸준히 강조해왔고, 정치권 지원에 힘입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수협중앙회장의 임기를 한 차례에 한해 연임 가능토록하는 법안을 발의해 소관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수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김 회장의 연임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수협법 개정안 움직임을 두고 어민들뿐 아니라 국민들은 비판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수협중앙회가 떠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인 비리를 척결하지도 못한 채 본인의 자리보존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혈세나 다름없는 공적자금이 1조원 넘게 투입됐음에도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고, 더욱이 개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비판 여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수산업 경쟁력 강화와 어업인들의 권익증진을 목표로 설립된 수협중앙회의 수장이 정작 어민들의 돈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면 수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