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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몸속에 일본인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은 국적 논란에 불을 지피는 결정적 요소로 꼽혀왔다. 신 회장의 어머니는 ‘시게미쓰 하쓰코 (重光初子·88) 여사다.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의 둘째 아내다. 비록 한국롯데를 오랜 기간 경영해 왔지만 신동빈 회장이 서툰 한국어 실력을 보이는 것이 결코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롯데그룹이 국적논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에서 연명(?)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 때문이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동주 형제간에 경영권 분쟁 당시 국적논란이 확산되자 일본기업이 정점에 있는 지배구조 개편을 약속했다.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신 회장 또한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국적논란 잠재우기에 힘을 보탰다.
가장 최근에 불거진 롯데그룹 국적논란은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사임에서 비롯됐다. 신 회장 사임 이후 일본 롯데홀딩스는 일본인인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만이 대표이사로 남게 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다. 한국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하에 놓여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국적논란을 대하는 여론의 반응은 기존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과거에는 단순히 한국에서 돈을 벌어 일본에 퍼준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에는 오히려 동정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한국 내 롯데그룹 계열사가 송두리째 일본인 손에 좌지우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비롯된 결과다.
그런데 이번 국적논란이 불거진 시점이 참으로 공교롭기 그지없다. 논란은 신 회장이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뇌물공여죄’로 감옥 생활을 한 직후에 불거져 나왔다. 게다가 논란을 촉발시킨 장본인은 다름 아닌 신 회장 본인이다.
사실 롯데그룹과 신 회장이 일본기업이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국적논란을 대하는 지금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가능 했다.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직에서 스스로 물러나며 국적논란을 촉발시킨 이유가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일종의 ‘여론몰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구심이 드는 배경이다.
동정론을 촉발시킨 롯데그룹 국적논란과 이로 인해 촉발된 일본 장악설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배구조 상 현실 불가능한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의구심은 더욱 증폭된다. 비록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을 스스로 내려놓긴 했지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대주주 지위에 올라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개인자격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혹여 신 회장이 아니어도 롯데그룹은 일본인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광윤사의 최대주주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과 비슷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 일본인 어머니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신 회장과 마찬가지로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 신 회장이 아니더라도 롯데그룹을 한국인이 지배한다는 사실은 변함없는 것이다.
모든 정황적 사실을 종합했을 때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사임은 잘 짜여진 하나의 각본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잘 만들어진 각본을 읽은 여론의 반응은 동정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정론은 우리 민족의 뼈아픈 상처의 결과물인 ‘반일감정’을 등에 업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실 관계가 어떻든 간에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 사임은 결국 반일감정을 이용한 국면전환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국면전환은 감옥에 갇힌 신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일제치하 36년, 우리 민족 치욕의 상처가 누구 한 사람을 유리한 상황으로 이끄는 도구로 이용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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