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확정 이주열, 추종 아닌 공조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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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욱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07 00:05:11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 대한 연임을 결정했다. 지난 1974년 김성환 전 총재가 연임한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자 한국은행 역대 세 번째다.

동시에 박근혜 정부 당시 임명된 고위공직자가 문재인정부들어 처음으로 연임된 사례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 2014년 한 차례 청문회를 거쳤기 때문에 이 총재는 내달 두 번째 임기에 무난히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례적인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흘러나왔다.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는 부정적인 견해뿐 아니라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인정받은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존재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호흡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재와 김 부총리, 최 원장은 과거부터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 부총리와 이 총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부터 많은 교류를 이어왔다는 것이다. 당시 김 부총리는 청와대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있었고 이 총재는 한국은행 부총재를 역임하고 있었다.

둘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거의 매주 회의를 열며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총재는 과거 김 부총리가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할 때 직접 축하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김 부총리가 취임한 후부터 지난 5일까지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총 여섯 차례 만남을 가졌다. 이는 약 1년 반의 임기를 수행한 최경환 전 부총리(3회)와 유일호 전 부총리(2회)보다 2배 이상 많은 횟수다. 김 부총리와 이 총재의 경제·통화정책 공조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통화정책 기구와 경제정책 기구의 과도한 ‘결탁’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행정부에 권력이 집중돼 있는 구조상 경제정책에 대한 통화정책의 무조건적인 추종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총재는 지난 임기동안 이러한 문제로 오명아닌 오명을 받아왔다. 박근혜정부 최대 실세로 평가받던 최경환 전 부총리의 부동산 부양 정책에 기준금리 인하로 적극 화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최 부총리의 임기 중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50%에서 1.50%로 총 4차례 인하됐다. ‘빚내서 집사라’는 당시 기재부와 한국은행의 신호는 현재 145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의 주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러한 비판들에 대해 당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다만 2015년 말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제로금리를 탈피해 금리 인상기로 서서히 접어들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판의 여지는 충분하다.

‘44년만의 연임총재’ 타이틀은 이러한 오해를 풀기 위한 적절한 기회라고 생각된다. 이 총재 역시 연임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인으로서도 큰 영광이지만 무엇보다도 한은으로서 무척 명예스러운 일이다”며 “중앙은행의 중립성과 그 역할의 중요성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GM 철수와 미국보호무역 주의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한미 금리 역전이 눈앞에 다가왔다. 통화정책의 방향설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이 총재와 문재인정부의 남은 임기는 모두 4년으로 동일하다. 문재인정부의 통화정책 책임자로서 추종이 아닌 독립성을 갖춘 공조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기욱 gw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