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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위기와 기회는 공존…정확한 리포지셔닝 필수

승기를 잡는 수단, 선제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압도적 전략 필요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18-03-10 23:22:25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경영학적 의미의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란 소비자의 욕구 및 경쟁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존 제품이 갖고 있던 포지션을 분석해 새롭게 조정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이에 더하여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는 경쟁 제품에 도전하는 포지셔닝을 포함하기도 한다.
 
이러한 리포지셔닝 전략은 비단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가나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제 주체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혼돈의 시기에는 이러한 리포지셔닝 전략을 통해 경쟁력이 보강되고 승기를 잡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변수를 읽고 선제적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압도적 전략으로 무장한다.
 
미국의 보호무역,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무차별적 글로벌 테크 기업 M&A, 일본의 TPP 주도, 독일의 제조업 르네상스 ‘Industry 4.0’ 등 경쟁국이 내놓은 각종 카드들도 발상의 전환을 통한 포지셔닝 재구축 전략에서 기인한다. 강하게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원칙보다 변칙이 난무하고 기술과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모두가 게임체인저가 되려고 하는 판국이다. 정확한 현재의 포지션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야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 경쟁적인 미래전략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 선두 자리를 어떻게 오래 유지해 나갈 것인가, 어떤 신산업 분야를 치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2위 자리를 유지하며 기회를 틈타 1위로 오를 것인가 등을 결정하는 일이다.
 
경쟁 포지션을 진단·예측하면서 어떤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위험을 분산시켜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익을 극대화해 나가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50여년간 한국 경제가 축적해 놓은 기술·상품·시장·글로벌 경험 등 사회적 자본 등을 결집해 나갈 것인가 하는 총체적인 국가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비단 경제뿐이겠는가. 안보나 외교 분야에서도 우리 미래와 관련해 현재와는 다른 전략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제조업의 리포지셔닝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적 접근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해외에 나가있는 기업들을 국내로 유턴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에 박차를 가한다. 거대 내수시장을 확보하고 있다는 강점과 함께 파격적인 감세 혹은 인센티브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발상은 자동화·고도화를 기치로 하는 스마트팩토리의 구현에서 기인한다. 독일의 ‘아디다스’는 23년 만에 자국 신발 공장을 가동시켰다. 100% 자동 로봇 공정을 통해 10명의 상주인력으로 600명이 작업하던 연간 물량 50만 켤레를 생산한다.
 
독일은 인구 8000만명으로 내수시장이 그리 크지도 않다. 이는 공장들이 더 이상 저임금을 찾아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징조로도 해석된다.
 
우리 공장들은 여전히 시장이나 저임금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이제 부가가치 정도에 따라 저부가가치 상품은 해외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포지션 변화를 도입해야 할 때다.
 
외눈박이·자중지란…글로벌 포지셔닝 경쟁에서의 패인
 
우리 기업들만큼 민감하고 신속한 행보를 보이는 경쟁국 기업도 없다. 가끔 이런 민첩함이 화를 자초해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1990년대부터 저임금 생산기지로 중국을 선택해 거점을 마련했던 기업들이 수년 전부터는 베트남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지난 7년간 최저임금이 연 18%씩 올라 베트남도 더 이상 제조업의 낙원이 아니다. 10년 전 중국에서 야반도주하던 기업이 생겨났듯이 경영난 가중으로 베트남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속출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근로자에 대한 임금 체불로 베트남 정부에서도 이를 심각하게 인식,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항상 대안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문제가 생기고 난 뒤에는 이미 수습할 묘책이 적어진다.
 
일본 기업의 China+1 전략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인도 진출도 가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베트남만 고집한다. 외눈박이가 따로 없다.
 
△상품 특징 △브랜드 가치 △가격 구조 △경쟁 구도 △소비자 반응 △시장 환경 등 다양한 변수들에 의해 포지션은 항상 바뀔 수 있다. 이외에도 생산기지, 주력시장, 공급 혹은 가치 사슬 등 시장 내에서 위치를 정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
 
우리가 최고우위를 가지고 있는 가전·스마트폰·ICT·조선·화학·자동차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심한 품목은 선두 전략을 고수해야 한다. 반면 선진국 명품에 비해 지명도나 브랜드 가치가 미치지 못하는 소비재 상품은 B+ 전략이 보다 유효하다. 명품에 비해 손색없는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걸면 특정 부류의 소비층 확보가 언제든 가능하다. 이러한 전략적 틀을 가지고 공급 거점 재편과 시장 다변화를 해나가야 한다.
 
특정 거점과 시장에만 매달리는 어리석음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또한 스마트팩토리의 점진적 정착으로 나갔던 기업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부산 신발업계들이 국내 거점을 재건시키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R&D·생산·마케팅과 연계한 국내외 거점을 연결하는 혁신적 리포지셔닝을 인지하고 있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언제 편한 날이 있었던가 할 정도로 시계추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요즘이다. 상황 전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가쁘다. 자고 일어나면 위기가 기회로, 또 기회가 위기로 둔갑한다. 이럴 때 정신을 차리지 않거나 오판을 하면 자칫 국가의 명운이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특히 내부 결속이 되지 않고 분열이 이어지면 자중지란의 함정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혼돈의 시기 1년은 평시 10년과도 맞먹는다. 안보와 경제 중 어느 하나도 만만한 것이 없다. 사방에는 우군보다 적군이 더 우글거린다. 이 판에도 개인이나 집단 이기를 추종하는 내부의 좀비들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온 포지션을 다시 세팅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국가와 기업, 개인의 리포지셔닝은 결국 생존전략으로 연결된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결정적인 시기, 즉 동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도전이기도 하지만 엄중한 책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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