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구속과 정조의 부국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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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구속과 정조의 부국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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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3-23 15:04:42

조선시대 22대 왕 정조는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꼽힌다. 재위 24년 동안 탕평책 실시, 규장각 설치, 금난전권 폐지, 서얼 등용 등 찬연한 그의 업적은 2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개혁’의 표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조의 업적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단연 ‘수원 화성의 축조’를 들 수 있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을 수원 화산으로 옮기면서 시작된 수원 화성 축조는 요즘으로 말하면 ‘신도시 건설’과 같은 개념이다. 정약용 등 뛰어난 인재들이 참여한 화성 축조에는 수십 톤의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거중기’, 지금의 크레인 격인 ‘녹로’ 등 집약된 선진 과학기술이 총 동원됐다.

특히, 화성 축조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인부로 동원된 백성들에게 일한 날짜 만큼의 임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다. 백성들의 강제 부역이 당연시 되던 사회에서 이 같은 조치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정조는 또 인부들의 건강을 염려해 의약품과 털모자를 무료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조의 애민사상과 선진 과학기술의 조합은 실로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당초 10년을 예상했던 공사기간이 2년 10개월로 단축된 것이다.

정조는 더 나아가 인근 황무지를 농토로 개간하고, 발생하는 수익으로 인부들의 임금 지급 등 화성 축조에 필요한 경비로 충당했다. 국가재정은 한 푼도 건드리지 않았다.

정조의 발상 전환이 가져온 선순환 구조는 이 시기를 정치·사회·문화·과학 분야의 최고 황금기로 이끌었고, 동아시아의 빈국(貧國) 조선은 부국(富國)을 향한 청사진을 품을 수 있었다. 역사학자들은 ‘정조가 5년만 더 살았더라도 우리나라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조가 이룩해 놓은 조선의 황금기가 종적도 없이 사라지는데까지는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다. 1800년 정조가 사망하자 그동안 숨죽여 있던 외척들과 안동 김씨 일문은 왕권을 무력화 시키며 권력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매관매직 등 부정부패를 일삼았고, 지방 탐관오리들의 가렴주구 역시 극심했다. 국가의 기강은 무너져 갔고 체계는 흔들렸다. 백성들의 삶 역시 피폐해져 갔다.

정조 사망 9년 후인 1809년 굶주림과 수탈에 시달리던 백성들은 ‘홍경래의 난’을 일으켰고, 지배층에 대한 저항운동은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 나갔다. 철종, 고종 시대를 거치며 조선은 더 이상 회복불능의 상황에 빠졌고 결국 망국을 맞이했다.

국가의 흥망성쇠가 단기간 내에 판가름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25년의 재위기간 동안 조선의 기틀을 다진 조선 9대왕 성종의 업적은, 뒤를 이어 즉위한 연산군의 광기(狂氣)에 의해 일순간에 무너졌다.

세계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 사후 10년도 되지 않아 멸망의 길로 들어선 마케도니아 왕국, 400여년 가까이 분열됐던 중국 대륙을 통일했지만, 폭정와 무리한 해외원정으로 38년만에 멸망한 수나라가 대표적이다.

2018년 3월 한국사회에 ‘흥망성쇠’라는 화두가 던져져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나라를 망친 두 전직 대통령의 말로를 보면서 흥망성쇠의 기로에 섰던 지난 10년의 세월이 아찔하기만 하다.

최순실의 점괘에 의지해 나라를 다스린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미신의 나라, 우주의 기운에 좌우되는 나라로 만들었다. ‘돈’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희대의 사기꾼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투기 광풍의 사회, 원초적 약육강식의 사회로 바꿔 놓았다.

지난 1997년 국가부도 사태 극복을 위해 전 국민들이 장롱 속에 아껴둔 금반지를 아낌없이 내놓으며 재건한 나라, 세계에서 가장 단기간에 IMF를 졸업하고, 수천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다시 나라 곳간에 채워놓은 나라, 두 전직 대통령은 이러한 국민들의 삶과 희망을 순식간에 도말(搗末)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바라보면서, 나라의 흥망성쇠는 국민들이 잠시잠깐 방심하는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는 점을 새삼 되새겨 본다. ‘부자되세요’라는 선동을 일삼으며, 뒤로는 나라의 곳간을 털어간 이명박의 행태와 백성들의 고혈(膏血)을 짜내 부정축재를 일삼았던 외척들과 세도정치가들의 행태는 다르지 않다.

그 결과 정조가 이룩한 부국의 기틀이 단기간에 무너졌듯이, 대한민국의 중산층은 몰락했고, 국민들은 떠돌이가 되거나 빚쟁이로 전락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들이대며 으름장을 놓아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대북확성기 추가 설치 뿐이었다.

해방 이후 우리의 부모들이 수십년에 걸쳐 피땀으로 다져온 대한민국의 기틀과 미래가 한순간에 무너지지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이명박의 구속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김진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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