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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료된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의 백미는 공중에서 드론으로 연출한 오륜기와 마스코트인 수호랑의 모습이었다. 모두가 감탄사를 연발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우리 기술이 아닌 인텔의 드론 쇼로 밝혀지면서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자체 기술이 지난 2013년에 이미 개발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되지 못해 미국의 기술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자아낸다. 미래 먹거리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글로벌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 우리는 아직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형편이다.
난마처럼 얽혀있는 각종 규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비행 허가는 국토부, 촬영 허가는 국방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중국에서는 휴대폰 앱으로 승인이 끝나는데 말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신산업 분야는 한시적으로 규제가 없다.
뒤늦게 우리도 규제를 푼다고 하지만 이미 앞선 주자들은 멀리 도망가고 있다. 드론 상업화게임이 이미 끝났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들린다. 국내 1200개 드론 업체 중 수익을 내는 곳은 고작 30개사에 불과할 정도다.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의 60%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글로벌 기업들은 초창기 단순 레저용에서 벗어나 교통·건설·택배·농업·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의 수요를 창출해내고 있는 추세다.
규제와 더불어 혁신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커다란 성역이 있다. 기득권 세력들의 철옹성 같은 집단 이기주의의 벽이다.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갈수록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고질적인 문제로 굳어지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일례로 의료 부문에서 나타난다. 고령화 추세의 글로벌화로 인해 의료 부문은 4차 산업혁명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핵심 영역으로 꼽힌다. 특히 간호사는 가장 선호하는 직업군에 편입돼 있을 정도로 그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의사 혹은 약사 단체들이 자기 밥그릇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개방의 발목을 잡으면서 혁신을 내팽개치고 있다.
로스쿨 도입으로 소위 ‘철밥통’이 깨진 변호사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최후의 발악인 셈이다. 미국·일본·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속도가 처진다는 게 현저히 눈에 드러난다. 가정용 유전자검사(DTC)가 되지 않아 해외로 떠나는 바이오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원격의료가 허용되지 않고 있어 디지털 헬스 케어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약사들은 상비약 편의점 판매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2020년이 되면 간호사의 수가 11만명이나 부족할 것이라는 통계에도 처우 개선만 주장하고 인력 확충은 동네 불구경 하듯 손을 놓고 있다.
규제와 지원이라는 양날의 끝에서 기업들은 곡예를 타고 있다. 이 와중에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글로벌 지위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적신호가 도처에 켜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3년, 반도체는 5년 혹은 10년을 넘기 어렵다는 푸념도 들린다. 말로만 혁신을 외치면 근본적인 변화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수년간 지속되면 미래 경쟁에서 우리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혁신의 기관차인 대기업은 소외당하고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 벤처기업은 해외만 쳐다본다. 국내에서는 기업 활동이 눈치를 봐야 하고 마치 비도덕적 행위를 하는 집단으로 취급 당하는 것이 부지기수다. 경쟁국들은 뿌리째 혁신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흉내만 내고 특정 집단의 몫인 냥 겉돌기만 할 뿐이다.
혁신의 대상들이 오히려 엉뚱한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기가 찬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규제 샌드박스 법안을 보더라도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늬는 그렸지만 여전히 독소조항이 많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기업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리면서 행정절차는 까다롭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게다가 바이오·의료·서비스 등 미래의 핵심 먹거리들이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제외됐다는 점도 실망감을 안겨준다.
혁신 우선순위 1호, 완장 찬 공무원·자기 배만 채우려는 기득권
정부의 어설픈 정책이 벤처기업의 성장판을 닫고 있다. 올 7월부터 직원 300명 이상 기업들은 우선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 시행한다. 사원수가 그 미만인 경우는 2020~2022년까지 점진적으로 줄여 나갈 예정이다.
이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다.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여론과 결국 줄어드는 시간만큼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여론이 팽배하다. 일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기간이 빈번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유럽이나 중국과 같이 최대 1년까지 ‘탄력근로제’를 허용해 줄 것을 호소한다.
특히 창업 초반에는 밤을 새워 일하고 일단 성공 궤도에 진입하면 여유를 찾는 ‘벤처 성공 방정식’이 주 52시간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중국의 중관촌(中關村) 등 스타트업이 활개를 치는 외국에는 근무시간 제한이 없다. 일률적 근로시간 단축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미래인 스타트업의 싹을 자르지 않을지 걱정이다.
승차공유와 같이 공유경제 시대가 대세가 되고 있음에도 규제의 덫에 걸려 시장이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우버의 진입은 원천 봉쇄되고 승차거부 혹은 승객 골라 태우기의 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택시 노조의 반발과 정부의 뒷짐 자세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 꼴로 글로벌 트렌드와는 너무 동떨어진 또 하나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판세를 잡으면서 늘공(늘 공무원)들은 소신 없이 눈치만 보거나 시간만 흐르기를 바란다.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늘공이 중심을 잡고 소신껏 정책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보수꼴통으로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힌 일본은 늘공이 제 위치를 잡아가면서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세상 판세를 읽지 못하는 완장 찬 공무원, 자기 배만 채우겠다고 설치는 기득권들이 변하지 않으면 혁신 경쟁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들이 1차 혁신의 대상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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