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없는 질타(叱咤)에 경제동력 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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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23 00:04:12

최근 우리나라 산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에 대한 쓴소리가 유독 많이 들린다. 삼성그룹은 ‘노조 와해 의혹’에 휩싸여 노동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사정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합병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발표 이후 경제시민단체와 일부 소액주주들의 반발 여론에 직면한 상태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 과정을 걸어 온 한국경제에 있어 이들 두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상황이 심히 안타깝다.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두 기업이 한국경제, 나아가 국민과 국가에 기여한 공로는 깡그리 무시된 채 오로지 특정 사안만으로 ‘부정적 낙인’이 씌워져 비판을 받게 된 데 대해 어느 국민 한 사람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 이들 두 기업이 걸어 온 과정과 그 성과를 되짚어 보면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닌 듯싶다. 우선 삼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OECD 국가 중 유독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근간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해 왔다. 그룹의 존폐 위기를 무릅쓴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설립 40여년 만인 2009년 매출액 기준 동종업계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우뚝 선 곳이기도 하다.

여전히 삼성전자는 지속적이면서도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국가경제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5년 삼성전자가 연구개발에 투자한 돈은 15조원에 달했다. 한국 전체 연구개발비의 약 25%에 해당되는 수치다. 삼성전자의 성장은 곧 국가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삼성전자의 수출액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막대하다.

현대차그룹의 주력계열사 현대자동차의 국가경제 기여도 또한 삼성전자 못지않다. 현대자동차는 과거 1970년대 독자 기술만으로 자동차를 만들 수 없었던 불모지나 다름없던 땅에서 ‘Made In Korea’ 자동차를 만들어 낸 기업이다. 당시만 해도 1년 동안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수가 1000대도 안됐던 점을 감안하면 그 시도가 단순히 기업의 이익 때문만이 아니라는 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 5위 기업(판매량 기준)으로 우뚝 섰고 이후로도 줄곧 5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이러한 성장이 해외 시장에서의 약진, 곧 수출 성과가 결정적이었다는 점은 특히 주목되는 대목이다. 일례로 1999년만 해도 1% 수준이었던 현대자동차 미국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지난 2015년 7.9%까지 올랐다. 현재는 중동과 브라질,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흔히들 우리나라 경제를 논할 때 ‘국토가 좁고 자원이 빈약해 수출 외엔 답이 없다’는 진단을 내리곤 한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누가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속 시원한 해답을 내리진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자세한 방법을 모르니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이도 드물다. 그것을 해낸 기업이 바로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다. 경제불모지나 다름없던 시절 온갖 고난을 감수하고 마침내 성공의 열매를 만들어 냈고 그것을 국민과 국가와 나눴다. 시설투자, 고용, 사회공헌 등 방법은 다양했다.

현재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에 대한 쓴소리가 유독 안타깝게 다가오는 배경이다. 이들 두 기업에 쓴소리에는 존경과 인정이 빠져 있다. 누구하나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의 존폐를 무릅쓰고 국민밥솥을 만들어 낸 점은 우리 국민이라면 당연히 인정해야 마땅함에도 단순히 ‘재벌’이라는 부정적 프레임에 씌워져 온간 쓴소리를 내뱉고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재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쓴소리가 나오게 된 계기는 이들 두 기업의 성과에 비하면 극히 미비한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와 공로를 무시하고 일부 사안으로 두 기업을 흔들어선 안된다. 이들 두 기업에 강력한 철퇴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누구 하나 누가 이들을 대신할 지에 대해서는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해 더더욱 그렇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신규채용 규모, 시설투자 및 사회공헌 비용 등을 감당할 지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수 없다면 쓴소리를 최대한 자제하는 게 맞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