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습, 알고도 당하기만 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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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4-27 15:48:30

승승장구하던 한국의 디스플레이 사업이 불과 1년 만에 분위기가 반전됐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6년 만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최고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도 1분기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의 사업에서 실적하락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한국의 ICT(정보통신기술) 최대 수출 품목들이다. 디스플레이사업이 주춤하는 이유는 중국업체들의 물량공세 덕분이다. 반도체도 중국의 굴기에 위협을 받고 있으나 디스플레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반도체는 아직까진 국내 기업들의 기술이 중국 업체들과 격차가 많이 벌어져 있지만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이 거의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 박막트랜지스터(TFT)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에서 한국을 추월해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대표적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발판삼아 무섭게 성장 중이다. 이미 국내 업체들은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 중국발 공급 과잉현상에 직면했다. LCD패널 가격의 급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산업의 주류를 LCD에서 차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보다 정교한 기술력이 필요한 OLED 시장에서도 중국이 추격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BOE는 지난해 10월 6세대 플렉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라인 양산을 시작했으며, 올 상반기 10.5세대 LCD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추격은 사실상 수년 전부터 예견돼 왔다. 하지만 왜 국내 기업들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따라잡히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정부의 지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선 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OLED를 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선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이 병행돼야 더 빠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굴기에도 한국 정부는 오히려 R&D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죽하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지난해 열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서 “정부 R&D 지원을 신청해도 대기업 업종이라는 이유로 수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실제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경우 2016년 기준 정부의 R&D 투자가 7000억원대에 그친 반면 민간 R&D 투자는 20조원에 달한다. 이들은 대기업이기 전에 한국의 수출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이다. 반재벌정서에 휩싸여 소극적인 지원을 펼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중국의 굴기를 두려워하며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것인가. 과거의 어리석은 행동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적극적으로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보다 통 큰 R&D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유은주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