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몰랐던 던져진 유리잔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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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 몰랐던 던져진 유리잔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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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02 00:14:55

송중기·송혜교 커플이 인연을 맺은 KBS 2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같았던 tvN 드라마 ‘도깨비’를 쓴 김은숙 작가는 방송가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알려져 있다. 오는 7월에는 이병헌·김태리 등이 출연하는 ‘미스터 선샤인’의 방영을 앞두고 있다.

그녀가 집필한 드라마의 특징은 뻔해 보이지만 독특한 소재를 곁들이고 참신한 대사들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지난 2012년 장동건·김하늘·김수로·김민종·이종혁 등이 출연한 ‘신사의 품격’도 그런류의 김은숙표 드라마였다. 불혹을 갓 넘긴 네 친구들의 사랑이야기.

주인공 장동건의 여러 에피소드 중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신이 하나 있다. 장동건이 운영하는 건축사무소의 한 직원이 클라이언트가 던진 유리잔에 맞아 이마를 꿰메게 된다. 직원은 공사가 엎어질 것을 두려워 해 쉬쉬하게 된다.

하지만 장동건이 이를 알아채게 되고 클라이언트를 찾아가게 된다. 유리잔을 클라이언트가 서 있는 방향의 벽으로 던지고 계약서를 찢으며 “빗겨 맞아도 이렇게 위험한 것을 왜 사람을 향해 던지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드라마는 종영했고 이따금씩 회자되는 ‘빗겨 맞아도 위험한 유리잔’이 1일 매스컴을 탔다.

이날 경찰에 출석한 특수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유리컵을 던졌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이다. 6년 전 드라마에 등장한 한 마디 대사가 사람을 향하지 않았음을 강조한 조 전 전무의 대답이 궤변임을 지적하게 된 꼴이다.

이날 조 전 전무는 강서경찰서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눈물을 보였다.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보인 눈물. 뉴스채널을 통해 생중계 된 그녀의 눈물을 향한 여론은 거짓된 눈물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마치 사람을 잡아먹은 뒤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악어의 위선적인 눈물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사실 그녀의 눈물이 진심이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밝힐 수 없고 진실은 눈물 흘린 그녀 자신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눈물을 받아들인 여론이다. 여론은 대체적으로 입을 모아 “가증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여론에 호소하고자 했던 조 전무의 눈물이 무위로 돌아가는 양상인 셈이다.

조 전 전무가 사람을 향하진 않았다는 그 유리컵의 나비효과는 큰 확장세를 보였다. 몇 해 전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됐던 ‘땅콩회항’ 사태를 뒤로하고 최근 경영일선에 복귀한 언니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끌어 내렸다. 조 전 사장은 최근 이혼소송에도 휘말린 것으로 전해진다.

오너일가의 각종 갑질행태가 내부 직원들에 의해 고발됐고 심지어 그녀 자신과 조현아 전 사장,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등도 관세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될 처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섯 가족을 둘러싼 논란의 출발점이 ‘사람에 빗겨 던진 유리컵’이었으니 충분히 그 여파가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그간의 행실과 행태가 전해졌기에 오늘 그녀의 눈물을 향한 세간의 평가는 차가웠다. 또한 언니 조현아 전 사장이 “사과 해봐야 소용없다”고 하며 동생의 즉각적인 사과를 막았다는 소식은 일가가 지닌 시각과 사고방식에 대해서 문제적 요인이 많음을 언급하는 이들도 있었다.

조 전 전무를 포함해 일가는 대주주·오너임을 넘어 경영인의 마음가짐이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 이들이 인지해야 할 그 마음가짐에 대해서 공교롭게도 앞서 소개한 에피소드 말미에 장동건이 설명한다. 부디 이들 일가가 이 대사를 보고 그간의 행태를 반드시 반성하기를 바란다.

“네(직원)가 나(사장·장동건)보다 월급이 적은 이유가 뭔지 알아? 이런 일 있음 내 뒤에 숨고 고자질해도 되니까 그런 거야. 나는 그거 해결하니까 월급 많이 가져가는 거고. 못 받은 돈이 얼마든 네 가치는 그 금액보다 500원 많아. 몸 힘든 일은 시켜도 마음 힘든 일은 안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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