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 갇혔던 뉴스소비자…매체로 분산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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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한성숙 “모바일메인 뉴스 등 제외…댓글허용·뉴스정렬 결정권 언론사에”

유은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09 11:10:18

네이버가 뉴스편집권을 포기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등에 따라 사회적으로 쇄신이 요구됐는데 네이버가 이를 일부 받아들인 개편안을 오늘(9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뉴스소비자들이 포털에 갇혀있다 매체로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포털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독립하기엔 다소 회의적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날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서울 강남구 파트너스퀘어역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뉴스댓글 등에 대한 논란의 근본적인 문제로, 네이버 첫 화면 최상단에 배열된 소수의 기사에 3000만명의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를 꼽으며 뉴스소비 동선을 다양화하는 개선 방안을 내놨다.

한 대표는 “올 3분기부터 더 이상 뉴스편집을 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과 함께 향후 언론이 직접 뉴스를 편집하고 네이버는 이를 통해 거든 광고수익과 독자데이터를 언론사에 제공할 방침임을 전달했다.

향후 네이버는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완전히 제외하고 검색중심의 첫 화면으로 재편한다. 실시간급상승검색어도 더 이상 첫 화면에서 제공되지 않는다. 사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구조로 개편될 예정인데 이는 세계 1위 검색엔진 구글과 유사하다. 현재 구글은 첫 화면에서 아웃링크만 제공하는 오픈플랫폼 형식을 택하고 있다.

또한 올 3분기 이후 ‘뉴스판’을 신설한다. 뉴스판은 사용자가 직접 언론을 선택하고 해당 매체가 직접 편집·노출한 기사들이 배열되는 방식으로 첫 화면을 옆으로 밀 때 등장하는 두 번째 페이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뉴스피드판’(가칭)도 신설된다. 해당 공간은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추천 기술인 에어스(AiRS)로 운영된다. 또 이달 안에 AI 헤드라인 추천과 개인 추천 관련 사용자 대상 테스트를 진행해 AI 추천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네이버는 △소셜 계정의 댓글 작성제한 △동일 전화번호로 가입한 계정들을 통합한 댓글 제한 △반복성 댓글 제한 △비행기모드를 통한 IP변경 방식에 대한 통신사에 협조 요청 등을 통해 댓글 어뷰징 시도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한 대표는 내달 13일 열릴 지방선거와 관련한 정책에 대해서도 “정치·선거기사 댓글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해 6.13 지방선거 기간까지 정치·선거기사 댓글은 최신 순으로만 정렬하고 사용자가 댓글 영역을 클릭했을 때만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3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모두 동일한 뉴스를 보고, 동일한 실시간급상승 검색어를 보는 지금의 구조로는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키기 힘들어졌다”며 “뉴스 편집 방식을 버리고 공간과 기술만 제공하는 역할로 물러나 네이버 본연의 모습인 정보와 기술 플랫폼에서 새로운 답을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언론계와 관련 학계 등에서는 네이버의 이 같은 발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간 폐단으로 꼽혀 온 이용자들의 선택권이 폭넓어졌으며 이번 서비스개편으로 인해 개별 매체의 경쟁력이 중요해져 언론의 순기능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완전한 포털로부터의 독립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동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김관규 교수는 “네이버라는 포탈이 파워를 가지고 있고 지배하는 것도 우리나라의 특이한 현상이었다”며 “그동안 포탈에 매체가 갇혀있지만 아웃링크 실행 시 소비자가 매체로 직접 흡수되기 때문에 매체의 영향력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뉴스 소비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독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소비자가 뉴스는 개별 매체에서 이용하지만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계속 포탈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돼, 포탈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고 부연했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유은주 기자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