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기 첫 단추 네이버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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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기 첫 단추 네이버에 박수를

스카이데일리 칼럼

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09 22:33:32

1984년 1월 1일 비디오아트계의 거장 백남준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란 이름의 쇼를 진행했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와 미국 뉴욕에서 동시에 요제프 보이스가 퍼포먼스를 펼치기 시작했고 존 케이지가 연주를 시작했다. 또한 숱한 예술인들이 이 쇼에 차례로 등장했다.

세계최초로 인공위성을 통해 생중계된 이 쇼는 뉴욕의 공영방송 WNET과 한국의 KBS 등에서 실시간 생중계된다. 전혀 다른 공간에 있는 여러 예술인들을 위성을 통해 TV라는 무대 위에 세우고 이를 전 세계에 생중계한 백남준의 쇼는 그의 이름 석 자를 우리 국민에게 확실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1984년이 되면 전 세계가 TV와 같은 매체들에 의해 지배당하게 될 것이란 내용을 담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인데 그래서 쇼가 1984년 새해 첫 날 진행됐으며 쇼의 이름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겐 30년도 더 된 과거지만 그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미래로 자리했을 1984년의 새해는 이렇게 시작됐다.

정작 해당 작품을 쓴 오웰은 자신의 소설 1984가 지닌 의미가 크지 않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1984년이 특정된 것도 작품이 탈고된 1948년의 십의 자리 4와 일의 자리 8을 바꿔 놓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미래사회를 상상하며 오늘날 전체주의 또는 막강한 권력을 상징하는 감시자 빅브라더의 탄생을 경고한 것이지 특정 년도의 예언은 아니라는 것이다.

1948년의 작가가 느끼기에 TV는 선전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었음을 포착했을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를 포함해 독재를 겪은 많은 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국민들이 ‘봐야 할’ 소식 대신 ‘보여주고 싶은’ 소식만을 전했다. 비단 TV뿐 아니라 라디오·지면신문 등 매체들이 갖는 태생적 한계가 여실히 독재자 밑에서 지적된 바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획기적이라 평가받고 모두가 열광했던 까닭도 이 한계를 극복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방적 정보 전달에서 양방향적 정보 교류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에 대한 자각이었을 수 있다. 가가호호 초고속인터넷 전용선이 가가호호 설치됐고 채 20년도 지나지 않았다. 세상은 급변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전히 빅브라더를 두려워한다.

“1984년이 됐으나 빅브라더는 없다”며 안심하라는 백남준의 메시지는 속단이었을까. 오히려 양방향소통이 활발해질수록 빅브라더에 대한 두려움은 날로 더해갔다. 소설에서 등장했던 것처럼 표면적으로 세를 드러내지는 않으나 언론을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마음만 먹으면 개인의 삶을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우려가 계속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포털이 새 시대의 빅브라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예견하기도 했다. 온갖 정보를 제공하는 입장이기에 대중의 우위에 설 수 있으며 언론사의 뉴스를 배치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포털만 장악하면 나라와 국민을 장악할 수 있다는 빅브라더 식 두려움이 꽃을 피운 것이다. 물론 숱한 가정 하에 나온 하나의 전망이지만 그 전제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사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 했음에도 뉴스 소비자로 전락한 독자들은 과거와 다름없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물론 다른 정보들을 취할 수 있는 구조임에는 틀림없으나 포털 초기면 등장여부가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게끔 구조적으로 잘 짜여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교도소의 수감자가 면회실의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면회자를 만나듯 포털이란 장벽을 사이에 둔 것 마냥 언론과 뉴스 소비자들은 포털이란 창을 사이에 둬야 했다. 결국 언론은 이때부터 포털 메인에 뜨기 위해, 검색어의 상단에 오르기 위한 노력을 펼친다. 온갖 짜깁기와 낚시성이 등장했고 동시에 언론불신의 촉매가 됐다.

해외와는 다른 포털의 뉴스제공이 최근 화두로 떠올랐다. 언론계에서는 오랜 기간 논란이 됐지만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물론 정치권에서 수차례 논란이 된 댓글사태의 곁가지로 비춰지긴 했지만. 그리고 오늘(9일) 네이버가 이 같은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을 발표했다. 뉴스배치를 포기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오늘의 발표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언론을 상대해야하는 기업 홍보업계에서는 향후 언론생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쏟아졌고 언론사들도 전제료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언론생태의 올바른 변화를 위한 초석이라는 반응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우선 네이버의 용기에 박수를 치고 싶다. 물론 우리는 앞으로도 네이버를 통해 또 뉴스를 볼 수 있겠지만 방식에 있어선 차이를 보일 것이다. 첫 술을 두고 배가 안 부르다는 비판은 겸허히 무시해도 좋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 오늘의 변화는 분명 부작용이 부각됐던 언론계의 각성과 변화를 이끌어 낼 기회가 될 것이다.

사실 네이버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언론 위에 군림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었다. 덕분에 정부기관·국회 및 타 기업들에 비해 언론의 견제를 다소 덜 받았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의도치 않게 갖게 된 권력을 포기하는 것은, 그것도 사회적인 공헌을 위해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더욱이 이번 포기는 철저한 네이버의 의도아래 발표됐음에 더욱 칭찬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네이버의 오늘 발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갖은 부작용을 정화시킬 첫 단추가 됐음에는 분명해 보인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도현 d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