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남북경협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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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남북경협 방심은 금물이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유은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14 00:08:15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 후 남북경제협력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TF)를 만들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이다.

현대그룹은 지난 8일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사업 TF를 가동키로 했다고 밝혔다. KT도 지난 10일 구현모 경영기획부문장 직속으로 남북경협을 전담하는 조직 ‘남북협력사업개발 TF’를 신설했다. 정상회담으로 남북 경협 활성화에 물꼬가 트이자 개성공단 재개는 물론 경기 북부 납북접경지역에선 ‘통일경제특구’ 지정까지 거론되고 있다.

남북화합을 통해 경제적으로 협력한다는 것만 본다면 물론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단순히 덮어놓고 좋아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려 보자면 더욱 그렇다. 특히 해당 사업이 남북관계, 북한과 정세 등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때다. 정부가 5500억원에 달하는 피해지원금을 지원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개성공단 피해대책위원회는 실질 피해금액은 1조5000억원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개성공단기업 중 96%는 재입주를 희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똑같은 일이 반복될지 모름에도 말이다. 남북경협의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던 지난 2007년 때로 떠올려보자. 경제교류 활성화로 1989년 1870만달러에 불과했던 남북 교역액은 2007년 17억9800만달러로 95배나 늘어났다. 하지만 이듬해 상황은 반전됐다.

금강산관광객 피격 및 천안함 사건 등으로 5.24 대북제재 조치가 내려져 경협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 출범이후 남북경협사업은 경색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됐으며, 이들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5년 넘게 중단된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재개를 요구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로 인해 회사가 파산하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온갖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만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다. 거대 자금을 쏟아 붓는 대기업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것은 마찬가지다.

KT는 2004년 KT-삼천리총회사(조선컴퓨터센터)와 남북 소프트웨어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했었으며, 2005년 KT개성지사를 열어 개성공단에 있는 입주기업들의 통신지원 업무를 수행했었다. 하지만 관련 사업들은 남북관계가 좋지 않을 때마다, 사업성이 재검토되거나 중단됐었다. KT의 남북경협사업 TFT는 엄밀히 말하면 신설보단 재가동에 가깝다.

대북사업 독점권을 쥐고 있던 현대그룹은 대북 관광사업의 중단 이후 회사가 존폐기로에 놓일 정도로 위기를 겪었다. 남북경협 재개는 현대그룹의 기회이자 위기인 셈이다. 남북경협이 물론 사업성이 좋을 수는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환상만 갖고 리스크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대기업은 일어설 힘이라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회복할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평생의 후회로 남을 수 있다. 망각은 축복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으면 재앙이 된다는 말이 있다. 어떤 것이 덜 후회되는 선택인지 신중히 고민했으면 한다.

[유은주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유은주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