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광주 
제주 
목포 
위험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경제가 정치적 흥행에 묻히면서 더욱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걱정거리다. 과거의 잘못을 일신하기 위한 적폐청산 로드맵과 북한의 비핵화 남북 화해무드 등이 국민적 관심사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경제는 지금 안으로부터 빠른 속도로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우선 우리 경제의 메가 기둥이라고 할 제조업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차갑게 식고 있어 오한이 돋을 지경이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주력산업인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매출이 줄면서 생산까지 급전직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제 전반의 성장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이미 닥치고 있는 고용과 일자리에 또다시 악재로 닥칠 공포스러운 전주곡이다.
지난 3월 기준 자동차 생산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2.5%나 급감했다. 앞서 작년 10월부터 전년대비 같은 달 10~20%대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해 오면서 이런 조짐이 이어져 왔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당연히 자동차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철강도 작년 11월 이후 5개월째 생산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5년 가까이 감소세가 계속돼 온 조선업은 올 들어 그 낙폭이 커지면서 3월에는 마이너스 24.6%를 찍었다.
‘공업대국’으로 불리며 급성장한 우리나라가 처한 현재의 생산감소는 죽음의 선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그널이다. 생산급감이 주력산업 뿐만이 아니라는데 있기 때문이다. 3월 기준 광공업 업종 중 전달보다 생산이 감소한 업종이 증가한 업종의 3배나 됐다.
이에 따라 생산증가업종(75)과 생산감소업종(55)의 비율인 생산확산지수가 26.7에 머물렀다. 이 수치는 지난 2014년 10월 25.3을 보인 이후 최저치라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나아가 생산증가업종 중 전월대비 생산이 감소한 업종이 최근 5개월 연속 절반을 넘어서 왔다. 이 역시 13개월 연속 감소했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최장 감소기록을 세운 것이어서 아연 긴장하게 한다.
이를 실감할 수 있는 상황은 공장들이 밀집해 수도권 제조업의 산실이 되고 있는 경기도 안산공단만 봐도 드러난다. 최근 안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안산공단 내 가동률은 62.0%를 기록해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이는 전월대비 5.0%p 감소한 것일 뿐만 아니라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14.2%p나 떨어진 수치다. 전국 평균 가동률 75.7%를 한참 밑도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이 지역 고용인원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5% 가까이 감소했다.
인천을 대표하는 국가 산업단지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인천 남동공단의 2월 기준 공장 가동률이 61.1%를 보이면서 안산공단과 유사한 비율을 보였다. 남동공단 또한 지난 2015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공장 가동률이다. 우려되는 대목은 남동공단의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진 것이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공단 내 기업들은 물론이고 지역주민들까지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3월 기준 제조업 전체 평균가동률인 70.3%는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던 지난 2009년 3월의 69.9% 이후 근 10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다. 가동률 보다 더 심각한 지표는 또 있다. 미래의 상장잠재력을 담보해줄 설비투자는 6개월째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지난 3월에도 7.8% 추락했다. 그 중에서도 기계류가 마이너스 11.6%를 보인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총 설비투자 감소율 또한 1년 8개월여만에 그리고 감소폭은 5년만에 각각 최대치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준다.
공장가동률이 이처럼 줄면 상품재고가 줄어들어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재고는 더욱 최악을 치닫고 있는 것이 우리경제의 앞날을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게 할 요소가 되고 있다. 3월 기준 전월 대비 출하량에 대비 재고비율은 114.2%를 보였다. 이 수치는 무려 20년 가까이를 거슬러 올라간 지난 1998년 9월 122.9% 이후 가장 높다. 팔리지 않아 창고에 쌓이는 재고가 가장 극심한 경제위기를 겪었던 외환위기 직후와 비슷하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노는 공장이 급격히 늘어나고 그나마 돌려 생산되는 상품조차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면 위기의 도미노 현상이 가중될 것이라는 예측을 충분히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 실업자 폭증 사태까지 얹혀지면서 한국 경제가 악순환의 서막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호황국면으로 바뀐 상황에서 역주행 하는 것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글로벌 경쟁력의 침체까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실업률을 보면 17~18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면서 이른바 고용쇼크가 현실화 됐음을 반증했다. 실업자 수 125만여명은 2000년대 이후 3월 기준으로 가장 많다. 실업률 4.5% 또한 3월 기준으로 지난 2001년 5.1%를 기록한 이후 17년만에 최고치였다. 올해 정부의 3% 성장목표가 실현되지 못하면 내년 실업률은 더욱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하게 된다. 하지만 멈추는 기계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팔리지 않은 상품이 쌓이고 있어 성장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두워졌다.
실업률의 원인까지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어 안개 속 우리경제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50~60대에서 안정적이던 실업률이 일제히 증가하며 실업률을 견인한 것은 주목되는 사안이다. 베이비부머들의 대량 은퇴가 현실로 닥치면서 앞으로도 이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20대 청년들의 ‘묻지 마 공시족’ 현상마저 실업률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한 마디로 진퇴양난의 경제지표들이 곳곳에 지뢰밭으로 묻혀 정부가 일자리 행보를 할수록 마구 터지고 있는 양상이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산업계의 심각한 경기위축으로 인한 실업자 확대를 막기 위해 공공 일자리라는 악수를 더 확대할 환경이 계속 커진다는 점이 그래서 더욱더 우려스럽다. 지금도 청년들 상당수가 정부의 공공 일자리 확대정책에 부응하면서 공무원 직에 사활을 걸고 있고 있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어둡게 하는 매우 바람직스럽지 않은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인들 마인드 또한 걱정을 보탠다. 기업인들을 만나면 대부분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하거나 탈출구를 모색한다고 하는 말들뿐이다. 더 놀라운 것은 무한경쟁의 자유시장에서 기업가 정신은 필수적인 요건임에도 그것이 도덕적으로 몰릴 가능성이 많다며 몸을 낮추는 태도들이다. 지금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엎드려 있는 것이 최선이라는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아주 쉽게 들을 수 있다.
한국경제는 반도체 등 그나마 몇몇 품목이 활황을 끌고 가면서 추락을 간신히 막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곱씹어야 한다. 수많은 업종들의 불황과 그늘이 가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치적 흥행에 이런 그림자들이 아예 보이지 않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모두 기업가 정신까지 뿌리째 흔들리면서 우리 자신을 전방위로 위협하는 중이다. 이 같은 일련의 위기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작은 정치적 구호를 과감히 접고 기업 중심의 경제운용 전반에 배수진을 치는 일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