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붙자 개미에 빚 권하는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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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14 00:09:10

최근 크고 작은 악재가 잇따라 증권시장을 덮치면서 투자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는 반면 증권사들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제약·바이오주 및 남북경협주 급등에 힘입어 시장에 유입됐던 투자자들은 오히려 변동성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증권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거래량 증가에 따른 호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증권사는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증시 활황에 따른 수혜를 가장 많이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활황과 더불어 수익성 다변화를 추구한 결과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이 이어졌다는 게 이들 증권사의 설명이다. 거래대금 증가는 자연스럽게 브로커리지 수익 증가로 이어졌고 나머지 IB와 리테일, 채권 등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르게 성장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증시에서는 투자자들의 거래가 어느때보다 활기를 띠었다. 지난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1분기 평균 거래대금도 13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무려 84.7% 증가한 수치다.

그런데 최근 증권사 수익 중 신용거래융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은 증권업계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2조229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약 7조300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1년 새 무려 67%가량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이자를 받고 주식 매수자금을 빌려주는 걸 말한다. 말그대로 증권사들이 기업금융이나 자기매매 등을 통한 수익다변화보단 대출을 통한 이자장사가 실적 개선에 상당 부분 기여한 셈이다.

특히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행해지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을 웃도는 고금리 상품이다. 증권사 평균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대출기간에 따라 다른데 1개월 7.4%, 3개월 8.7%, 6개월 9.2% 수준이다.

문제는 신용거래융자를 통해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이 항상 수익을 본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3개월 동안 전체 투자자들은 수익률면에서 코스피에서 -1.2%, 코스닥에선 -0.2% 등의 손해를 봤다.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평균 적게는 6%에서 많게는 10% 이상임을 감안하면 이자조차 갚기 어렵다는 말과 다름없다.

국내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 비중을 꾸준히 확대할 경우 주식시장 건전성에 직격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금리 역전현상으로 인해 해외자본 유출이 심화되고 있어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증권사에서는 오히려 신용거래융자 대출 금리를 할인해준다며 고객확보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들이 저렴한 대출이자를 무기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당장의 이익은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는 역효과가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이 아닌 개미를 향한 신용공여 확대는 증권업계 자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