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세확장만 급급 부영 이중근의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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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세확장만 급급 부영 이중근의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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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5-16 12:05:51

고기를 써는 기계가 필요했지만 실수로 햄 써는 기계를 사와 탄생했다는 대패삼겹살. 지금은 요식업계의 대부로 성장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대패삼겹살을 히트 친 계기는 일종의 실수였다.

쫄면의 탄생비화도 비슷하다. 인천의 한 제면공장에서 사출기 구멍을 잘못 맞춰 기존 냉면보다 굵은 면이 나왔는데 버리기 아까웠던 공장 관계자가 인근 분식집에 기증했고 이 면을 양념장에 버무려 판매하면서 쫄면이 탄생했다. 외국에서도 유사한 사례는 많다. 브라우니·와플 등도 모두 실수가 빚어낸 걸작들이다.

모든 실수가 성공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실수가 실패로 귀결되진 않는다. 성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교훈을 삼게 되는 실패가 갖는 의미를 돌이켜보면 실수 역시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100%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전무하다. 실수가 있기 마련이고 크고 작은 실패가 뒤따른다. 그래서 이를 두려워하지 마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성공에 이르는 과정이라지만 실수·실패를 반기는 이는 없을 것이다.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우린 이를 ‘시행착오’라 부르고 적어도 같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을 게을리 한다고 해서 비판받지 않는다. 일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소비자를 상대하는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론 내부적인 시행착오야 마찬가지의 기준이 적용되겠지만 소비자 피해까지 초래하는 실수와 실패가 반복된다면 이는 문제로 작용한다. 인간의 삶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와 관련돼서는 보다 엄격한 잣대가 드리워지며 특히 한 가구의 삶과 직결된 집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아파트 등 집의 경우 한번 구입할 때 고액을 지불하고 자신의 재산권으로 인정받는 반면 교환·환불 등이 어렵다. 그렇기에 보수·하자 등 시공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건설사를 향해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가 요구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보수·하자 등이 특정 단지가 아닌 전국적으로 빈번하고 심지어 이것이 반복된다면 구조적인 문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실수와 실패가 반복되면 곧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건축상 하자가 반복되는 것은 실력에 미치지 못하거나 혹은 개선 노력을 의심해볼 만한 상황이다. 전자든 후자든 의심의 여지없이 지적받아야 마땅한 사안이다. 깜냥이 되지 않는 건설사가 주택공급에 나설 경우 결국 많은 국민들의 피해를 자초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건설업계 안팎에서 부영을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대아파트 사업을 바탕으로 재계 16위까지 뛰어 오른 부영그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저가의 공공택지를 분양받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대출을 지원받아 사업을 이뤄왔다. 그룹의 성장에 국민의 혈세가 직·간접적으로 투입됐음에도 잇따른 아파트하자를 일으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부영이 낸 각종 하자의 원인을 두고 실수가 아니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공사 과정에서 졸속으로 일처리가 진행돼 왔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이 전해지면서 더 큰 비판에 직면하는 상황이다.

국가지원을 바탕으로 사업을 벌이며 입주자의 피해를 가중시켜 온 부영그룹의 모든 사업을 총괄 지휘한 이중근 회장은 4300억원 규모의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수감된 상태다. 비상장 계열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지닌 부영그룹 내 다수의 계열사로부터 매년 수백억원의 배당금을 챙겨 온 이 회장은 수감 중에도 배당을 지급받았다.

설상가상 최근 수년간 빌딩업계의 큰손으로 군림하며 도심지역의 다양한 오피스건물들을 차례로 매입해 온 부영그룹은 유동성악화로 경영난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작년에 매입한 삼성화재 을지로사옥 등 자산매각까지 논의 중이다. 짧은 시간 내 덩치를 키운 부영이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책임질 일을 외면하는 등 부영이 범한 다양한 논란들을 실수라 치부할 수도 없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부영의 실패를 규정짓기엔 이른 시점이다. 모든 실수와 실패가 성공으로 귀결되진 않는다. 다만 성공으로 귀결된 모든 실수·실패는 패착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됐음을 부영이 명심했으면 한다.

[김도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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