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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시작은 언제일까. 진정한 의미의 쇼핑은 물건이 남아돌기 시작할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물건은 늘 모자랐기 때문에 선점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세이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했습니다. 굶어 죽는 사람들이 지천에 깔리면 맛은 더 이상 선택 요소가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왔고 비로소 잉여의 시대가 오게 됩니다. 대량생산이 시작되고 소비는 한계점을 맞죠. 열강들은 식민지를 개척했지만 그마저도 포화에 다다르면서 남아도는 물건이 발생했고, 결국 세계대공황까지 불러일으킵니다.
비로소 그때가 돼서야 자본주의는 판매의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광고란 개념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죠. 인간의 소유 욕구를 자극하고 이에 성공한 업체들은 물건을 팔고 살아남기 시작한 겁니다. 그 후부터 기업들은 어떻게 인간의 욕구를 자극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단계적으로 발달했습니다. 초창기엔 우편물도 있었고 방송광고 시장도 개척됐죠. 카달로그 보단 라디오로 듣는 것이, 듣는 것보다 TV로 보는 것이 자극하는데 수월했기 때문이죠. TV가 대중에 보급된 까닭도 20세기 최고의 파급력을 자랑하게 된 것도 모두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TV엔 한계가 있죠. 바로 일방향성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TV에서 본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등 그것을 살 수 있는 곳을 찾게 됩니다. 그러다 홈쇼핑이 등장했고 주문하면 집에서 물건을 받게 된 거죠.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 바로 인터넷쇼핑입니다. TV광고·홈쇼핑 등이 제한된 시간에 특정 정보만을 제공했다면 인터넷은 24시간 열려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PC앞에 앉아야 하는 공간적 제약이 있었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모바일쇼핑이 가능해지게 되고, 언제 어디서든지 쇼핑할 수 있는 시대까지 다다르게 된 것입니다. 인간이 편해지려는 욕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점차 발전하는 양상인거죠.
이제 어떤 진화가 가능할까요. 미국의 나스닥기업인 스티치픽스는 모바일쇼핑의 단점을 지적합니다. 너무 많은 정보로 인해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선택장애가 온다는 것이죠. 그 선택장애를 극복한 모델을 선보입니다. 자신의 체형, 몸무게, 피부색, 취향 등을 자세히 기입하면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의 옷 등을 골라주고 이를 배송합니다.
5벌을 일주일에 한 번 배달하는데 그 중 4벌을 반드시 반품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반품입니다. 반품을 많이 할수록 인공지능은 머신러닝을 통해 더 그 사람의 취향을 잘 알게 되는 거죠. 속속 국내에서도 이 같은 형태가 스타트업기업들을 통해 나타나는 추세입니다. 스타일쉐어, 지그재그 등이 이 같은 방식을 취하는 거죠.
과연 그럼 쇼핑의 미래는 어떨까요. 아마 음성혁명에 달려 있을 겁니다. 음성비서의 역할이 비대해 진다고 볼 수 있죠. 지금은 터치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면 향후엔 음성이 이 모든 일을 대체할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편리하기 때문이죠.
음악을 듣는다고 가정해보죠. 모차르트 음악을 켜 달라고 하는 것이 편할지, 아니면 음악 앱을 켜고 로딩을 지켜보다 모차르트란 단어를 검색하고 플레이를 누르는 것이 편할지. 당연히 전자일겁니다. 말만 할 수 있다면 남녀노소 장애유무와 관계없이 쇼핑은 편해질 것입니다.
게다가 많은 이들이 이에 치중하면 데이터는 더욱 축적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학습하고 보다 개개인의 취향을 쉬이 파악하게 될테죠. 결국 기업들도 관련 기술 없인 살아남기 힘들어집니다.
그럼 음성비서는 어떤 개념으로 봐야 할까요. 중세유럽의 똑똑한 집사정도로 봐야 할까요. 그렇다면 인간은 귀족이 되는 거겠네요. 인공지능은 알아서 집안 살림을 하게 되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될 겁니다. 물건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주문해서 채워넣을 정도로. 우리는 그저 살림살이를 인공지능에 맡기게 되겠죠.
또 언젠간 내가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모를 때 알아서 주문하고 쓰라는 식으로 강요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선택장애가 있는 분들은 결국 취향마저 이들이 정해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간의 데이터가 축적된 결과물일 테니 SNS에 뭘 입고 나가야할지 묻는 것보단 나을 겁니다. 다만 어느새 선택의 주체가 인공지능이 될 겁니다.
오늘날 음성비서는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요. 세계적으로는 구글과 아마존이 독보적입니다. 특히 아마존은 7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들 두 업체는 쇼핑과 음성비서를 결합한 형태와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의 욕구를 쇼핑으로 연결합니다. 애플의 시리는 사실 이들보다 먼저 나왔으나 쇼핑을 결합하지 못해 성공적이란 평가를 얻어내지 못했죠.
삼성전자가 개발한 빅스비도 결국 쇼핑과 연결돼야 할 겁니다. 아니라면 쓸 이유가 마땅해지지 않게 되죠.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가 크로바와 네이버쇼핑을 연결할 겁니다. 하지만 아직 그정도로 발전하진 못했습니다. 음악이나 틀어주는 정도인데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하지만 네이버에 미래를 거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안방정도 지키는 것이 최선일 수 있기 때문이죠. 언어장벽 때문입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거나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나라들에 비해 한국은 좁은 시장이기에 영미권에서 만든 제품과 대등하게 싸운다는 것이 텍스트기반보다 더 큰 장벽일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세계로 뻗어나가지 못한다면 그리 좋은 투자처는 아닐 것입니다. 확률 또한 높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아마존이 일본시장을 선점하고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장에서 차례로 접수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입니다. 결국 독점화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인공지능이 기계학습을 하기 위해선 광범위한 데이터수집이 선제적인데 후발주자들은 불가능한 영역입니다.
또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짜는 것은 이미 구글과 아마존이 앞서고 있죠. 구글의 딥마인드는 바둑을 학습해 이세돌을 이겼습니다. 유통의 경우 월마트·코스트코·타겟 등이 오프라인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이던 것이 차차 온라인 형태로 옮겨가는 추셉니다. 자연스레 구글과 아마존이 이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겠죠.
독점은 입점업체의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킵니다. 최근 아마존에 입점한 나이키를 예로 들어보죠. 당초 나이키는 단독매장만을 고집하다 방향을 선회해 아마존에 입점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고 아디다스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죠. 자연히 매출에 목을 매다보니 자존심을 꺾고 아마존으로 들어간 겁니다.
향후에도 아마존 생태계는 더욱 강해질 겁니다. 음성의 형태로 발전한 쇼핑이 빅데이터와 만나 인공지능이 개인의 취향 등을 고려해 물건까지 배달해 주는 형태. 마치 중세시대의 귀족처럼 될 인간. 그것이 곧 우리가 편해진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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