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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임현범 차장|김민아·남승진 기자]흔히들 아버지를 일컬어 ‘헌신의 아이콘’이라 부른곤 한다. 고된 역경과 어려움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헌신하는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국가적 위기를 타계해올 수 있었던 배경에 이 시대의 아버지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가정의 아들을 넘어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불리는 이들의 뒤에도 아버지의 든든한 지원과 헌신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경우가 많다. 아버지가 일생을 바쳤던 일을 자식이 대를 잇는 경우는 물론 관련 분야의 성장까지 도모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 기성용과 그의 아버지 기영옥 광주FC 단장, 세계적인 디자이너 고 앙드레김(본명·김봉남)과 아들 김중도 대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기성용 키워낸 ‘평생의 지원군’ 아버지 기성옥
축구선수 기성용은 지난 2008년 19살 나이에 A매치 데뷔 후 10년 동안 한국 국가대표팀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처음 출전했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의 감격을 경험했던 그는 어느새 한국축구 국가대표를 이끄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도 맡고 있다.
현재 영국 스완지시티에서 뛰고 있는 기성용 선수는 한국 축구 역사상 14번째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과 3번째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있다. 기성용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아버지인 기영옥 광주FC 단장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진심어린 응원이 자리하고 있다.
“(기)성용이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국민들과 함께 지켜봐왔죠. 10년간 대표팀 주전을 맡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아버지로서 자랑스럽고, 영광이에요. 성용이에게도 국민들에게도 더 나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해주죠”
기성용 선수의 아버지인 기영옥 광주FC 단장은 국내 축구계의 유명인사다. 선수생활을 마치고 현역 은퇴한 기 단장은 1983년부터 2002년까지 금호고와 광양제철고 감독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대표 선수를 키워내 명성을 떨쳤다. 윤정환 울산현대 감독과 남기일 광주FC 감독, 김태영 전 전남드래곤즈 코치, 고종수 수원삼성 코치 등이 그의 제자들이다. 물론 현재 한국 최고의 미드필더이자 아들인 기성용도 그의 제자 중 한 명이다.
“(기)성용이가 국내에서 뛰는 경기는 모두 다 챙겨봤죠. 어린 시절 축구할 때 성용이에게 강조했던 부분은 기본기에요. 기본기가 충실해야 뭐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프로선수가 된 뒤부턴 축구에 대한 얘기보단 행동에 책임질 줄 알고 팬들을 위해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왔어요”
기성용 선수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기 단장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들이 축구를 시작한 초등학교 3학년 때 비교적 집에서 멀리 떨어진 순천중앙초등학교로 진학시켰다. 맹목적인 체력훈련보다 축구기술에 중점을 두면서 수업도 함께 들을 수 있는 교육 여건을 갖추고 있어서였다.
그는 기성용 선수가 중학교 1학년 때 축구선수로 대성하기 위해선 영어와 선진축구를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 쉽지 않은 결심을 하기도 했다. 광주에 있는 31평형 아파트를 8000만원에 처분하고 아들인 기성용 선수의 호주 유학행을 지원했다.
“대부분 ‘축구유학’이라 하면 브라질이나 유럽을 생각하지만 저는 호주로 유학 보냈어요. 지나치게 축구 하나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미래를 대비해 기본교양과 지식은 물론 세계적인 선수로 자라기 위한 영어 교육을 위해서였죠”
아버지 기영옥 단장의 든든한 지원 아래 기성용 선수는 축구 선수로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현재는 국내·외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영국 언론 또한 ‘EPL 내 과소평가된 10인 명단’에 기성용을 포함시킬 정도로 그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기역옥 단장은 이번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어려운 경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아들인 기성용 선수뿐 아니라 대표팀 전원이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길 바란다는 응원의 말도 잊지 않았다.
“성용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저력을 낼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성용이 뿐 아니라 대표팀 중에 부상선수가 3명 정도 나와서 걱정이 되지만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잘 할거라 믿어요. 어려운 경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국민들도 열심히 응원해서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아 줬으면 좋겠어요”
김중도 앙드레김 아뜰리에 대표, 세계적 디자이너 아버지 발자취 이어 세계무대 진출 목표
국내 패션계에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이어 세계를 무대로 한국 패션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인물이 존재한다. 바로 故앙드레김의 아들 김중도 앙드레김 아뜰리에 대표다. 지난 2010년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생을 마감한 아버지 앙드레김을 추모하기 위해 김중도 대표는 오는 30일 추모 패션쇼를 앞두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8년 동안 행사를 진행해보려고 기획은 했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어요. 다행히 이번에 예전 아버지와 함께 활동하셨던 모델과 스태프가 선뜻 재능기부에 나서줘서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죠. 아버지가 쌓아놓으신 인망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오는 30일 열리는 앙드레김 추모 패션쇼는 슈퍼모델 대회 입상자들의 모임인 아름회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개최가 가능했다. 모델들이 직접 디자이너를 추모하는 일은 패션업계 내에서도 드문 일이다. 연출도 예전 앙드레김 무대를 꾸몄던 스태프들이 손수 나섰다. 말 그대로 ‘앙드레김 드림팀’이 재결합한 셈이다.
남성 패션 디자이너였던 앙드레김은 국내외에서 남다른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새하얀 옷과 화려한 금색 양식, 독특한 화장, 온화한 미소 등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평소 온화한 이미지로 유명한 그였지만 가정에서 만큼은 엄한 아버지였다고 김 대표는 회상했다.
“어린 시절 가정에서 아버지는 엄하신 편이었어요. 손찌검 한 번 하지 않으셨지만 교육만큼은 엄하셨죠. 덕분에 제가 별 탈 없이 잘 자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국가관이었어요. 아버지는 항상 저한테 애국심을 강조하셨죠. 외국에 나가서도 한국에 대한 애국심을 늘 말씀하셨어요”
현재 김 대표는 아버지인 앙드레 김의 뒤를 이어 앙드레김 아뜰리에의 경영은 물론 직접 디자인까지 하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김 대표가 패션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불어불문학과를 전공한 김 대표는 패션이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패션업의 매력에 빠졌고 결국은 아버지의 뒤를 잇게 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패션일을 물려받게 된 후 새삼 아버지의 대단함을 다시 느끼게 됐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을 하셨는데 디자이너로서 예술가적 기질은 물론 사업가적 기질까지 필요하단 걸 깨달았어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접하게 된 패션에 대한 모든 게 결국 제게 있어 가장 큰 자산이 된 거죠”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앙드레김 아뜰리에를 처음 이끌 때만 해도 책임감과 부담감이 막중했다는 김 대표는 8년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자신감과 여유를 찾았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여전하지만 ‘앙드레김’이란 패션브랜드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까지 가지게 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중국에서 패션쇼를 하셨어요. 저 역시 앙드레김 아뜰리에를 중국뿐 아니라 뉴욕, 이집트 등 세계로 진출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아버지의 분위기를 유지해 나가면서 심플하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라인을 따로 론칭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죠”
김 대표는 추모 패션쇼를 기획할 당시 돌아가신 아버지가 꿈에 나와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꿈을 꾼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어린 시절부터 은연중에 본인의 뒤를 이어 패션업에 종사하길 바라셨던 만큼 현재 아들인 김 대표를 응원하기 위해 꿈에 나타난 게 아니겠냐는 해석도 곁들였다.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패션디자인 배워보는 게 어떠냐고 물어보곤 하셨어요. 대놓고 강요하진 않으셨지만 내심 본인의 뒤를 이어나가셨음 하셨던 거죠.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버지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저도 자녀가 3명 있는데 중학생인 둘째 딸은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죠. 아버지가 저에게 그랬던 것 처럼, 저도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노력할 계획이에요”
[임현범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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