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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김도현 부장|이경엽·조성우·강주현 기자]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올라 선 대한민국의 출발점은 전쟁 후 폐허가 된 땅 위에서 시작됐다. 영토가 좁고 변변한 지하자원조차 없었던 우리나라는 곧 원료를 수입해 수준 높은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재차 해외로 수출하는 전략을 경제성장의 근간으로 삼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계무대에서 ‘Made In Korea’ 제품의 위상은 날로 높아졌다.
삼면이 바다라는 강점을 적극 이용한 수출 전략은 지난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숱한 산업역군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공업에서 중공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도 수출은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으로 불리고 있다.
‘조선 산업 발전 중장기 계획’의 주인공…대한민국 조선사의 산증인
신동식(87·남)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조선업계의 대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일제강점기·한국전쟁 등 험난했던 우리 근대사를 몸소 겪은 신 회장은 유년기 부산항에서 마주한 대형 미국 화물선을 본 일을 계기로 조선업에 몸담게 됐다. 전쟁 후 서울대학교에 진학한 그는 전공으로 조선기술과 관련 분야를 선택했다.
하지만 가난만 남은 국내에서 조선 기술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웠다. 그는 한 동안 교사로 재직하며 전 세계 조선소들에 편지를 보냈고 당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던 스웨덴 코컴사의 조선소에서 근무할 기회를 얻게 됐다. 이후 조선 관련 기술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동분서주했고 그 과정에서 영국 국제선박검사관(로이드) 자격을 획득하기도 했다.
불과 26세의 나이에 국제선박검사관이 된 그의 명성은 고국에까지 전해졌다. 그리고 이내 국가의 부름을 받게 된다. 1960년대 초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박정희 의장은 그에게 세계 최고의 조선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신 회장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오로지 애국심 하나만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이후 대한조선공사(현·한진중공업) 사장으로 임명됐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말만 조선소였을 뿐 배를 만들기엔 상황이 너무나도 열악했다. 일감이 없다보니 직원들 월급은 8개월 넘게 체불된 상황이었다. ‘조선산업 중장기 계획’이 발표됐지만 터무니없는 예산을 지적하는 목소리들만이 난무했다. 결국 그는 이 같은 대내·외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재차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신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렇게 마음이 불편할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국가와 민족의 부름을 물리친 스스로가 부끄러웠다고 회상했다. 미국에서 후회의 나날을 보내던 중 그에게 재차 러브콜이 날아들었다. 그를 불러들인 인물은 다름 아닌 의장에서 대통령이 된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존슨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길에 그를 직접 찾았다.
신 회장은 “당시 박 대통령은 해양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내 힘이 꼭 필요하다고 읍소했고 나는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면서 “결국 국민들을 책임지겠다는 의지 하나로 귀국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귀국길에 올랐을 때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조선업을 살려보자’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배를 팔기 위해선 돈과 기술력이 필요했다. 세계 곳곳을 돌며 기술이전을 요청했지만 마주한 현실은 무시와 냉소뿐이었다. 융자를 위해 세계은행에 내민 경제발전계획은 불가능한 계획이라며 반려됐다. 신 회장을 비롯한 조선업계 참모진들은 비록 빈손이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한 번 이룩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된다.
비웃음을 받던 기술자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우리만의 노하우를 축적했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선박 발주국으로 도약했다.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룬 뒤 세계은행을 다시 찾아 브리핑했던 순간을 신 회장은 잊을 수가 없다고 돌이켰다. 그는 “당신들의 잘못된 예측 탓에 우리나라가 매우 고통 받았다고 한 방 날렸다”며 “모두가 안 된다는 것을 해낸 성취감이 있었기에 더욱 통쾌했다”고 설명했다.
괄시와 무시 속에 무려 25년이란 시간을 보낸 우리나라 조선업은 단숨에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후 조선업은 우리나라 수출효자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유럽 국가의 견제와 중국이 추격으로 부침을 겪고 있긴 하지만 신 회장은 오히려 지금의 상황이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이 노후 된 선박을 대체해야할 시기가 오고 있는 데다 첨단기술이 집약된 새로운 선박이 필요한 국가들이 늘고 있다”며 “단순 건조기술 등에서 중국이 제 아무리 성장했다지만 여전히 우리 기술은 그들을 능가하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에 대비해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엄마들 홀린 ‘메이드 인 코리아’ 젖병…단숨에 500억대 매출 기업 발돋움
유아용품 판매기업 ‘코모토모’는 글로벌 유아용품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선 토종기업이다. 코모도토가 미국과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는 젖병은 전 세계 엄마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유아용품 부문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코모토모는 김상표 대표와 그의 매형인 김종화 부장 등이 주축 멤버다.
코모토모의 주력 제품은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졌다. 전자기기 등 모든 제품들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나가는 데 유독 젖병만 예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사실에 대한 의구심이 코모토모 주력 제품 개발의 시작이었다.
코모토모의 젖병은 기존의 젖병과 달리 인체의 촉감과 가장 비슷한 느낌을 주는 실리콘으로 제작됐다. 아기가 단순히 젖병을 무는 것만으로 모유 수유 때와 비슷한 느낌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코모토모는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연구개발을 거듭하며 마침내 그들만의 새로운 젖병을 탄생시켰다.
2009년에 설립된 코모토모는 현재 연 매출이 500억에 이를 정도로 튼튼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설립 이듬해인 2010년 연매출 1억원도 채 되지 않았던 스타트업이 글로벌 유아용품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선 것이다. 특히 코모토모는 매출액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한다.
코모토모가 국가경제 역군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인 특유의 자신감과 열정이 자리하고 있다. 월마트, 아마존 등 글로벌 유통업체에 입점하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랐지만 코모토모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설득해 결국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코모토모의 성장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2020년까지 1000억원 이상의 연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게 코모토모의 목표다. 올해는 외형확대 보다는 품질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더 높은 곳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일종의 ‘숨고르기’에 나선다는 게 코모토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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