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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에 이어 퍼주기 정책의 실패사례가 중남미에서 또 나왔다. 좌파벨트의 한 축을 이뤘던 니카라과의 오르테가 정권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그것이 부메랑이 돼 오히려 최대 위기에 내몰렸다. 정권퇴진에 나선 국민들의 격렬한 시위는 사제 박격포까지 등장하면서 수백명의 유혈사태로 확산되는 비극적 참사로 확대되고 말았다.
앞서 좌파의 맹주를 자임해 왔던 베네수엘라의 경우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2600%를 넘는 초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면서 인근 국가를 염려할 입장에 있지 않다. 굶주림에 시달린 약 150만명의 국민들이 오히려 이웃 국가로 터전을 옮기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세계최대 석유 매장량 1등 국가의 이해할 수 없는 비극이 눈앞에서 벌어진 원인은 바로 무상복지 정책에 있었고, 니카라과 또한 유사한 행보를 걷다가 같은 처지에 내몰렸다.
니카라과 사태는 자력의 힘이 아닌 원조에 의존한 사회복지 시스템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오일머니에 의지한 니카라과의 연금정책은 차베스의 환상적 무상복지가 무너진데 이어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들이닥쳤다. 차베스 전 대통령의 사망과 국제유가 폭락이라는 쓰나미가 오르테가의 사상누각 복지정책을 일거에 쓸어버린 셈이다.
오르테가 정권은 산디니스타 혁명군이라는 정의의 깃발로 권력을 장악하고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들의 환심을 샀다. 지지도가 80%까지 치솟았던 그의 정책은 결국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재촉한 자기기만을 지속하고 있다. 권력에 눈이 멀어 대통령 임기를 없애버리는 헌법에 손을 댄 것은 국민을 향한 권력의 도덕성이 이미 추락한 것을 반증한다. 국민들이 빈곤으로 추락할 위기의 상황에서 3번의 연임 대통령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당연히 자문해야 한다.
권력욕에 빠진 오르테가 정권은 오히려 지난 4월 19일 학생 사망자를 발생시키면서 시위를 격화시켜 마치 우리의 ‘4·19’를 연상케 할 사건으로 키우고 말았다. 뒤늦게 연금개혁안 포기를 했지만 흥분한 국민들은 정권타도 투쟁에 나서고 있다. 니카라과 사태는 이처럼 밑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일어난 시민혁명의 성격을 띠고 있어 주목 대상이다. 정의를 포장한 포퓰리즘의 사형선고 전형이 되고 있는 탓이다.
정의를 방패로 내건 권력의 망국병은 무섭다. 자성하기는 커녕 권력을 지키기 위해 더 큰 거짓말과 선심성 정책으로 국민을 호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가 그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는 점에서 니카라과 또한 그 열차에 탑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돼 버렸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은 최근 대선에서 승리하며 6년의 권력을 더 틀어쥐는 뜻밖의 뉴스를 전 세계에 타전했다.
우리가 북한의 3대 세습정권을 이해할 수 없듯이 독재권력의 이상한 승계는 결국 국민을 압살하는 괴물의 힘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진보와 휴머니즘을 내건 정의가 권력욕에 빠지면 그 탐욕의 대가는 훨씬 무섭게 되돌아온다. 더 많은 것을 속여야 하고 그 속임수 속에서 국민을 현혹하는 공짜주의를 무차별적으로 심어야 하는 탓이다. 베네수엘라에서도 보조금 지급이나 식품 배급 등으로 사용되는 ‘조국카드’(fatherland card)라는 것이 등장해 국민을 부당하게 현혹하고 유인해 집권연장을 꾀한 것은 아닌지 국제사회의 의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들이 참다못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압박을 한층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권력의 선심성 정책이 몰고 올 파국이 얼마나 무서운지 거듭 목도하게 된다. 1년전에 비해 무려 140배나 오른 초인플에이션으로 먹을 것조차 없어 굶주림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권력의 환심성·선심성 카드에 더 깊어만 지는 개미지옥에서 허우적 댈 상황에 빠졌다.
장기집권에 나선 니카라과 정권 역시 유혈사태라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끝까지 선심성으로 국민지지에 유일한 희망을 거는 길 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 지지는 신기루 같은 복지정책의 남발을 지속시킬 상황을 필연적으로 만들어 낸다. 알면서도 지뢰를 밟아야 하는 처지다.
공짜근성은 사탄의 속삭임에 버금가는 악마의 유혹이다. 누구나 선심성 정책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한다는 것은 국민 개개인 모두의 극단적 이기주의를 촉발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기심의 촉발은 타인의 노력을 공짜로 얻으려는 탐욕의 확산이기 때문에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거나 환수되면 국민들 상호간 적개심에 쌓이게 하면서 극도로 분열의 장을 만들어 낸다. 갈등과 대립 속에서 정권은 또 다시 환심성으로 그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그림을 그린다. 이 같은 사태가 지금 중남미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도 현재 중남미 좌파 정권의 복지모델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보면 두려움이 앞선다. 국민 모두의 피와 땀으로 모아진 귀중한 돈들이 마치 공짜 돈인 듯 마구 쓰이고 있다. 수십조원의 예산들이 도깨비 방망이처럼 뚝딱하면 만들어지는 상황은 우려를 넘어 공포 수준이다. 이 돈의 수혜를 받지 못하면 나만 손해라는 공짜근성이 확산되면서 예산은 실효적이지 않고 생산적이지 않는 결과를 낳고 있다. 추경까지 해가며 늘려가는 일자리 예산과 최저임금인상 지원은 그 대표적 사례로 꼽힌 지 오래됐다.
하지만 현 정부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실패를 자인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원인을 억지로 찾고 있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정권의 배수진을 치고 실패요인을 선제적으로 찾아 구멍 난 선심성 정책을 보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되레 국민적 환심을 사는 정책들만 계속 나오고 있다.
국민들에게 선심성 복지정책으로 공짜주의를 확산시켜 권력을 유지하는 정권은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중남미에서 입증되고 있다. 인위적 분배를 통한 섣부른 평등주의가 국가와 국민을 파멸로 이끄는 무서운 맹독이라는 것을 자각하지 않으면 중남미와 같은 사태가 우리에게도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경제 관련 대부분 지표가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을 도하 언론들이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이에 눈과 귀를 막아서도 안 되고 막을 수도 없다. 국민들에게 가장 위험한 시판폭탄인 가계부채만 해도 1분기에만 무려 17조원이 늘어나 3월말 현재 1468조원에 달한다. 소득증가율이 3~5% 수준인데 반해 부채비율은 8% 이상이라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시그널이 바로 코 앞에 있음을 잊었는가.
돈을 만드는 기업들의 온갖 지표가 적색 점멸등을 깜빡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할 상황이다. 가계 빚이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운 임계치를 향해 초침을 똑딱거리며 나아가고 있는 것을 목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세수기반이 역주행하는 중에 세수를 늘려 쓰면 국민들에게 빚으로 빚을 써 빚을 스스로 늘리도록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아가 선심성 착각에 빠진 국민들의 눈이 가려지면 돌이키기 힘든 국가적·국민적 빈곤사태를 마주할 수 있음을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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