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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사회서 산업사회의 변화는 노동의 생산성…배움, 수단보다 목적돼야

김장섭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6-20 06:01:13

중국 은 나라의 건국 시조 탕왕(湯王)이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세숫대에 새겨놓았다는 훈계의 글. 그 내용은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으로, 진실로 날로 새로워지고, 날마다 새로워지며 또 날로 새로워진다라는 의미입니다. 탕왕이 세숫대에 훈계의 글을 새긴 이유는 자신이 세수할 때마다 이 글을 보고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일신우일신 - 매일 배우니 기쁘지 아니한가. 저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거짓말이라 생각했습니다. 입시공부에 찌들어 있을 때인데 어떻게 기쁘겠습니까. 외워야하고 외운 것으로 시험을 쳐야 하고 시험을 쳐서 점수를 잘 받아야하니 스트레스였죠. 그러나 요즘은 매일 배운다는 것이 기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애들 공부를 위해 4년 전부터 TV를 끊었습니다. 당시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죠. 스포츠 신문을 집으로 배달 시켜 봤을 정도로 연예, 스포츠 기사를 좋아했습니다. 한 때는 골프에 미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프만 치기도 했죠. 그러다가 4년 전부터 공부에 미쳐서 공부했습니다.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공부하면 좋은 대학을 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그냥 대학은 강남 애들이 돈을 퍼부어서 간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애들과 함께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요즘과 같은 방학에는 집에서 애들과 함께 공부를 합니다.

공부를 하려면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일단 TV를 끊어야 합니다. 애들이 멘붕이 올 때가 혼자서 자기 방에서 공부하다 화장실 가려고 나왔는데 부모들은 거실에서 TV 켜놓고 깔깔대고 웃을 때라고 합니다. 저도 물론 어릴 적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TV를 끊으니 같이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그 시간에 책을 읽던 신문을 읽던 같이 책상에서 무엇을 해야 합니다. 그 때 스마트폰을 보면서 게임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러니 책 읽고 신문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매일 배우는 거죠.

한국 학생은 세계적으로 고등학교 때까지 최고의 지능과 학습능력, 독해능력을 자랑하다가 대학교를 들어가면서 급격히 학습능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세계 선진국들은 그렇지 않죠. 오히려 40대 때가 정점입니다. 꾸준히 배우는 거죠. 그것이 자신의 관심사가 되었건 인문학적 소양이 되었건 직업적 연관이 되었건 말입니다.

배우는 것은 오늘 하나를 안다는 겁니다. 어제는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다 읽은 것은 아닌데 그 중에 인상깊게 읽은 대목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농업사회에서 어떻게 산업사회로의 노동력이 바뀔 수 있었는가’ 에 대한 생각입니다. 농업사회는 노예제 사회나 농노제 사회죠. 노예제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수동적으로 일합니다. 채찍으로 때리고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노예는 최대한 많이 먹고 최대한 많이 쉬는 것이 자신의 목적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산업사회에서 임금노동자는 노예와 다릅니다. 자신의 노동을 임금으로 사고 팔 수 있었습니다.

임금으로 사고 팔려면 임금을 더 많이 주면 더 열심히 일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기가 힘듭니다. 임금을 더 많이 주면 일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적당히 받을 임금만 챙기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노는데 씁니다. 합리적이죠.

그러나 자본가는 이러한 노예근성이 있는 임금노동자는 필요 없습니다.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생산성이 오르려면 소위 돈독이 올라야 합니다. 그래서 돈을 더 주면 더 열심히 일하고 돈을 더 준다고 하면 야근도 불사해야 하고 집에도 가지 않아야 하죠. 어떻게 이렇게 바꿀 수 있을까요. 그래서 그들은 인간의 약점을 이용하기로 합니다. 인간 최대의 약점은 굶주림이죠.

그러려면 모두가 굶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깔립니다. 그래서 만약 일을 안 하는 사람, 성과가 떨어지는 사람, 임금이 높은 사람이 나타나면 일을 주지 않는 겁니다. 그러면 그는 일을 하지 못하고 기업이라는 곳에서 나가게 되면 자유인이 되는 것 같지만 그는 굶주리게 됩니다. 그래서 직업을 잃는 것은 굶주림에 직면한다는 것과 다름없죠. 그래서 농노에서 임금노동자의 변신이 가능했던 겁니다. 매일 그래서 TV나 인터넷으로 서핑을 할 때보다 책을 읽을 때 배울 것이 생깁니다. 매일 새로워지니 기쁠 수 밖에 없죠.

인간이 태어난 목적이 있다면 슬퍼집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질문에 어떠한 답을 하더라도 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죠. 나는 부자가 될꺼야. 부자가 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하고 나는 정치인이 되는데 현재의 내 삶은 돈을 버는 수단이 됩니다. 나는 무엇이 될꺼야 또는 어떤 목표가 내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수단이 됩니다.

그래서 인간이 태어난 목적은 없다고 해야 슬퍼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배우는 것은 어떨 때 슬퍼질까. 무엇인가의 도구가 됐을 때 슬퍼집니다. 취직을 위해 토익공부를 할 때 슬퍼지는거죠. 그것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쓰임을 당하려고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입시가 슬픈 이유와 같습니다. 그런 공부는 지겨워집니다. 그래서 배움의 기쁨은 무언가를 알아가는 데 있죠. 배움 자체가 목적이 돼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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