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포퓰리즘 횡행…국가경제 수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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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좌파 포퓰리즘의 도미노 몰락, 유럽 우파 포퓰리즘 득세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8-06-16 23:39:20

자본주의란 필연적으로 자유민주주의라는 뿌리에서 비롯된다. 2차 세계대전 후 자유민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국가들보다 훨씬 풍요롭고 체제적으로도 안정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수차례 경제위기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골격으로 하는 중국의 급부상으로 자본주의 혹은 자유민주주의가 오히려 코너에 몰리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상징적 수단으로 통용되던 글로벌화도 민족주의·국가이기주의·보호무역 등에 의해 심하게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스트롱맨이라고 불리는 포퓰리스트들이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면서 득세하는 현상이 도처에서 보이고 있다.

포퓰리스트들은 지지자들의 강력한 지원을 ‘국민의 뜻’으로 몰아붙이면서 기존 질서와 자유를 억압하려한다. 권위주의적이면서 독재자로 변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포퓰리즘은 좌파·우파 이념 구분 없이 국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포퓰리즘의 사전적 의미는 ‘대중’과 ‘엘리트’를 정치·사회 체제의 변화를 주장하는 수사법 혹은 그 변화를 뜻한다. 엘리트 특권층에 의해 착취당하는 일반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인 소통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근대적 의미의 포퓰리즘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있기는 하나 1870년 러시아에서 있었던 자본주의 경제 구조 파괴를 시도한 ‘브나로드 운동’으로 알려져있다. 어원적인 기원은 1891년 미국 인민당(People's Party)이 노동자 권익을 찾으려고 노력한 당원들을 두고 포퓰리스트라고 부른 것이 그 발단이다.

그러나 포퓰리즘이 지나치게 대중영합주의에 집착하는 경향 때문에 궁극적으로 성공보다 실패로 끝난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은 의외다. 특정 엘리트가 지배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대중의 반발에서 시작되고 있지만 대중이 반드시 옳다는 가정과는 명백하게 괴리된다.

포퓰리즘에 대해서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갖고 있는 속성과 함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남미에서는 20세기부터 현재까지도 일부 좌파적 성향의 포퓰리즘이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세가 대폭 꺾이면서 좌파 정권의 도미노 몰락으로 옮겨 붙고 있는 추세다.

2015년 초까지만 해도 중남미 12개국 중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국에서 좌파 포퓰리즘이 정권을 지배하고 있었다. 중남미를 휩쓸던 ‘핑크 타이드(Pink Tide)’가 무능과 부패로 일관하면서 경제는 만신창이가 됐다. 이를 두고 남미의 어느 경제학자는 “마약갱단과 게릴라보다 더 무서운 것이 포퓰리즘”이라고 말할 정도다.

눈앞의 인기에 급급해 무상복지 등 퍼주기 정책으로만 일관한 탓에 미래를 전혀 읽지 못한 것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산업다각화 혹은 미래 먹거리 준비 소홀 등을 더 큰 원인으로 간주하는 전문가도 있다. 경제적 파탄은 결국 시간문제였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마침내 우파 정권으로 교체되는 또 다른 정치적 실험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판이다.

이분법적 대립구도로 해법 찾기, 더 큰 수렁에 빠지는 지름길

한편 중남미의 이러한 현상과는 대조적으로 지금 유럽에서는 오히려 우파 포퓰리즘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헝가리·폴란드·체코·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집권당으로 등장했다.

또한 독일·스페인·오스트리아·핀란드 등 국가들은 집권당이 갈수록 포퓰리즘적인 정당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이는 EU 역내의 여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EU 통합 가속화와 유로존의 부작용이 갈등의 원인 제공을 했다면 난민 유입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물론 여기에는 좌파 정권의 무능한 경제 운영도 한 몫 했다.

영국의 EU 탈퇴 확정, 즉 ‘브렉시트(Brexit)’가 도화선이 됐다. 자국 우선주의에 매몰된 결과물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당분간은 이러한 포퓰리즘이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EU의 분열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EU의 미래가 그만큼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초강대국 미국과 패권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로 한동안 속도가 붙었던 유럽의 통합이 중요한 기로를 맞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에 쉽게 유혹되는 경향이 짙다. 지지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결국 그 길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불만을 기회로 기존 엘리트층을 적폐 대상으로 간주하며 대중 선동을 일삼는다. 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지나친 포퓰리즘이 자칫 건전한 경제 흐름을 방해하고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나머지 다른 쪽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충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우리는 지구촌의 글로벌화에 따른 최대 수혜 국가 중 하나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시장경제로 현재까지의 번영을 구가해 나오고 있다.

대중의 아픔을 읽고 그들을 치유하는 포퓰리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여론을 양분하고 국가 발전에 장애가 된다면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단순히 선량한 대중과 탐욕적인 기득권으로 이분법적 사회 대립 구도를 설정해 해법을 찾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행해졌거나 행해지고 있는 포퓰리즘은 성공보다 실패로 끝났거나 끝날 확률이 높다. 한때의 트렌드라고만 치부하기에는 앞으로 가야할 미래가 너무 중차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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