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패거리 정치’ 심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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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패거리 정치’ 심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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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6-22 15:07:37

계파정치는 우리나라 정치사에 있어 가장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1945년 해방 이후 70여 년간 존재해 온 유물(遺物) 아닌 유물이다.

혹자는 우리나라 계파정치의 출발점을 조선시대 붕당정치에서 찾지만, 이는 일본제국주의가 조선 통치의 합리화를 위해 왜곡해 낸 것이다.

계파정치는 ‘정치적 이념노선을 같이한 집단’이라는 점과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 계파의 이해 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계파정치의 전형적 형태다.

하지만 공정경쟁을 통한 책임정치라는 긍정요소 보다 △새로운 정치인(집단)의 출현을 가로막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며 △정치행위를 사적화(私的化) 하는 등 부정요인으로 인해 ‘패거리 정치’ ‘떼거리 정치’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계파정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항상 존재해 왔다. 중국의 ‘태자당(太子黨)’이 대표적이다. 등소평의 자녀와 사위를 비롯해 당(黨)·정(政)·군(軍)·재(財)계 유력자들의 자녀들인 태자당은 중국의 핵심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혈연·학연으로 얽히고설키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권개입 등 부정부패의 전형으로 중국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일본은 ‘자금’과 ‘충성’으로 요약되는 파벌정치로 유명하다. 집권 자민당 내 파벌은 정치적 영향력과 자금력을 갖춘 ‘보스’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의원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보스에게 충성을 다하고, 보스는 정치자금을 동원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국가의 이익보다 파벌의 이해관계가 더 중요시 되고, 파벌 유지를 위해 정치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정부패가 발생해 왔다. 권력형 비리 스캔들인 록히드 사건(1976년), 리쿠르트 사건(1988년), 사가와큐빈 사건(1992년)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계파정치는 이승만 정권 때부터 시작된다. 극우파와 일제부역자 중심의 자유당 세력은 부정선거와 비리를 일삼았고, 종국에는 국민들의 저항에 무너졌다. 정변을 통해 권력을 차지한 박정희·전두환은 측근 중심의 패거리 정치를 통해 권력을 유지했지만 결국 파국을 맞았다.

한국의 계파정치를 설명할 때 김영삼 전 대통령 상도동계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를 빼 놓을 수 없다. 70·80년대 반(反)유신·반독재 운동을 거치면서 형성된 양 계파는 한국을 대표하는 민주화 세력이란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이들도 ‘자금’과 ‘공천’이라는 계파정치의 한계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218석을 차지하며 절대 권력을 쥔 민주자유당은 날치기 법안통과·지역감정 조장을 서슴치 않았고, 민자당 내 민정계·민주계·공화계 등 3개 계파는 권력투쟁에 여념이 없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보스정치’는 자금, 공천, 충성을 매개체로 권력을 유지했고, 결국 ‘차떼기 정당’이란 죄목으로 국민의 심판대에 올랐다.

21일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는 우리나라 계파정치의 부정요소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6.13 지방선거 패배 후 ‘우리가 잘못했습니다’며 국민 앞에 무릎을 꿇은 지 1주일도 안 돼 친(親)박파와 친홍파는 당의 주도권을 놓고 싸움을 벌였고 5시간 동안 의총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은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가려 계파정치가 수면아래로 잠복해 있다. 문 대통령이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당이 정치적 위기를 맞는다면 계파정치는 언제든 고개를 들이밀 것이다.

‘공정경쟁을 통한 책임정치’라는 계파정치의 긍정요소가 발현되지 못하는 데는 ‘기득권’과 ‘사익추구’의 단맛에 빠지기 쉬운 인간의 음흉한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계파정치의 폐해는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린다는 점에서 사라져야 할 유물 아닌 유물이다. 계파정치는 항상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고 몰락했다는 역사적 교훈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저들을 지켜본다면 심판과 몰락의 주기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김진강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김진강 산업경제부장·부국장 kjk5608@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