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다 우선인 개발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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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보다 우선인 개발은 없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나광국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7-11 00:38:59

용인도시공사로부터 도로 공사 위탁을 받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2008년부터 수도권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1491억원을 투입해 신갈우회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변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됐고 여기서 분쟁이 시작됐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매연 피해를 우려한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측은 환경영향평가를 기준으로 전혀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를 위탁한 용인도시공사 측도 모든 허가권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문제에 책임이 없다고 발을 빼는 모습이다.

현재 주민들은 입주예정자협의회와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시행사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바로 옆을 지나는 도로에 방음터널을 설치하지 않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갈등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거졌다. 도로 앞 아파트단지 일부 구간에만 방음터널 공사가 허가되면서 주민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방음터널이 설치될 아파트단지는 녹십자와 포스코가 공사비용을 지불했다. 방음터널 설치가 허가되지 않은 구간의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일부 구간에만 방음 터널이 설치되면 유해물질이 터널을 통해 더 많이 발생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주민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정당하게 돈을 지불해서 방음터널을 설치했다는 측과 나머지 구간에 터널이 설치되지 않으면 터널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본다는 측이 서로 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민들 간에 분쟁이 지속되고 있을 동안 시행사인 서울지방국토관리청과 지역개발에 책임이 있는 용인도시공사 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쁜 모습이다.

시행사인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이미 진행된 환경영향평가 결과, 방음터널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올해 말 도로 완공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을 추가로 지불할 수 없어 방음터널 연장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달 29일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에는 용인 시의원,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 용인도시공사 관계자, 입주예정 주민 등이 참석했다. 참석한 주민들은 방음터널 연장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날 입주예정자협의회 관계자는 “서울지방국토관리청과 용인도시공사는 올해 말 도로공사 완공에만 집중한 나머지 주민들의 피해는 외면하고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며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투명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음에도 제대로 된 자료를 보여주지 않아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설명회에 참석한 몇몇 주민들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공개한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보였다.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주민들이 전문가가 아니지만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공개한 데이터를 보면 신갈우회도로의 하루 통행량 시물레이션에서 일교통량을 4만2588대를 설정했는데 그 중 약 80%에 해당하는 3만3466대를 소형 휘발유차로 설정했다”며 “측정 예상치를 낮추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서울지방국토관리청과 용인도시공사가 문제에 대해 명확한 설명도 없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개발에만 신경 쓸 동안 앞으로 함께 살아가야할 주민들은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됐다.

국민의 편의를 위해 추진한 도로공사지만 편의보다 우선시 돼야 할 것은 국민의 건강이다. 시행사는 도시 개발 사업을 시작할 당시부터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나광국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나광국 kkna@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