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쟁이는 영원히 남을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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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쟁이는 영원히 남을 추억이다”

성대신문 출신 모임 ‘성탁 산악회’

김종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1-08-30 20:14:10

기자는 으레히 ‘쟁이’의 축에 나름 그리고 당당히 자청해서 들어들 간다. 방송 보다 신문기자는 쟁이다운 면모가 푹푹 풍기는 인사들이 많다. 언론은 권력과 게임하고 견제하는 또 다른 권력의 한 축을 이루기에 부와는 별개의 스카이족으로 치부될 만하다. 옛 대학 학보사들이 그런 항거의 권력 안에 있었다.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가 학보사 기자들을 무서워할 정도로 특별 관리했으니 말이다.

쟁이는 사전적으로 ‘~의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지만 약간은 어떤 일에 미친 듯이 하는 이단아로 비유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1985년 2월 25일 81학번 졸업식 날

그런 이단아 기자들이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중반, 이른바 7080 시절 대학의 학보사 사무실에는 즐비했다. 거의 전부 이단아 같은 성격들이니 그런 스타일이 아닌 기자들이 오히려 이단아 취급을 받던 시절이었다. 1년에 수업 들어가는 날이 일주일도 안 될 정도로 학보사로 출근과 퇴근 도장을 찍는 학생기자들은 그야말로 쟁이의 대명사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평판을 받을 만 했다.

성대신문사는 80년대 초중반 대학가에서는 쟁이의 간판으로 통했다. 땡전뉴스(9시 땡하면 나오는 대통령 소식)가 유행하던 시절, 전국 최초로 ‘해방구’를 선언하면서 치외법권을 외쳤던 성대생들의 가열찬 투쟁열기를 생생하게 보도하고, 그것도 모자로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소위 짱돌로 무장해 전사와 투사를 몸으로 해댔던 그들이다. 쟁이 정신이 없었다면 혹독하게 무서웠던 군부정권의 서슬 퍼런 칼날이 무서워 그렇게 못했을 그들이다.

한총련의 전신인 전학련(전국학생총연합)을 조직하고 전국 대학을 진두지휘했던 사령탑이 성대에 있었다. 그들이 ‘삼민투위’(민족 민중 민주 투쟁위원회)를 최초로 조직하고 위장취업 등으로 노동운동을 주도했다. 반제반파쇼민족민주투쟁위원회(민민투)를 조직해 대한민국에서의 치외법권을 외치며, 군사정권에 항거했던 일부는 공포의 남영동 분실에 끌려가 반신불수가 되기도 했다. 그들의 앞뒤를 한 치도 놓치지 않고 취재하며 소식을 알렸던 쟁이들이 성대신문 기자들이었다.

학생운동 아니면 글을 통해 군부정권에 대항했던 그들이 고생했던 옛 추억을 잊지 못해 ‘성탁 산악회’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84학번 유성재 카페지기(양파)가 그래도 가장 잘 나가는 대기업 직장인이라고 총대를 멨다.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한우물을 파고 있는 양파는 대두분의 성대신문 쟁이들이 시류를 타면서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할 때도 잘 나가는 부러운 대기업 성탁인이다. 회원들은 그런 양파에게 성탁 산악회를 더욱 열심히 끌어갔으면 하는 바램을 계속 보내고 있다.

▲ 관악산 산행

한 달에 한 번씩 서울의 인근 산행을 할 때면 회원들은 여자든 남자든 통일된 호칭으로 만난다. 30년이 지나도 ‘형은 형’이다. 연합뉴스, 중앙일보, KBS, 경향신문, 포커스 등 중앙 언론사에서 잘 나가는 선배도 이날만큼은 호칭이 없이 그저 형이다. 하산해 막걸리를 할 때는 한걸음 나아가 추억의 별명들이 술 내음과 함께 질펀하게 퍼진다.

제일 유명한 별명이 ‘기생오라비’다. 83학번 준호형은 자칭 그 별명을 여전히 좋아하고 선후배들이 불러주기를 좋아한다. 기생오라비는 늘 학보사 시절 몽둥이 찜질을 잘했던 남수형 얘기를 많이 한다. 쟁이는 적어도 빠따(각목의 속칭)를 맞아야 한다고 여전히 침 튀기면서 역설한다.

“빨리 게라지 교정지 갖고 안올래!!!”

일주일에 한번은 신문제작을 위해 한국경제신문 외간실을 향해야 했던 성탁회 멤버들은 그때의 남다른 추억 대명사가 바로 게라지로 기억한다. 기사를 넘기고 최초의 활자로 인쇄되어 나오는 것이 게라지이고, 수습이나 초짜기자들은 게라지 갖고 열심히 조판실과 교정실을 오르락내리락 해야 했다. 선배들은 그것으로 통상 군기를 잡았다.

잉크 냄새가 물씬 풍기는 조판실에서 정겨운 아저씨들과 나눈 농담들을 다들 기억한다. 글자 하나하나를 일일이 손으로 빼 맞추는 식으로 하다 보니 조판실의 아버지 같은 분들과 농담하고 선문답 하는 시간이 무척 좋았다.

오케이 대장을 끝내고 잉크가 채 마르지 않은 신문을 펼쳐드는 기분이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때가 최고 쟁이의 기분이다. 그리고 인근 설렁탕집으로 가 소주와 함께 노근함을 달래면 쟁이가 된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내가 쓴 기사가 당당히 주요 지면을 차지할 때는 기분이 좋아 술에 확 취해 버린다.

성탁 산악회 회원들은 이런저런 추억담을 주고받으며 한 달에 한번 산을 오르내린다. 그리고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만 가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하고는 집으로들 총총히 돌아간다. 기수별 모임이 간간히 있지만 그래도 전체 기수들이 섞여 모여야 아름다운 쟁이의 추억담들이 피어난다.

김종우 기자 jw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