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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초]-국내 최초 장애인 앵커 이창훈 씨

“편견없는 사회 꿈꾸는 국내 1호 장애인 앵커죠”

시각 잃은 후 자존감 추락, 음악 통해 극복…“장애인권 존중사회 돼야”

나광국기자(kkna@skyedaily.com)

기사입력 2018-08-03 00: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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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훈(사진) 앵커는 생후 7개월 때 뇌수막염에 걸려 시력을 잃었다. 그는 2011년 국내 최초로 장애인 앵커가 됐고 그해 장애인문화진흥회 ‘2011년을 빛낸 장애문화예술인’으로 선정됐다.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본인을 상품으로 인식하는 사람과 작품으로 인식하는 사람이죠. 저는 이런 인식의 차이가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상품은 가격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지만 작품은 그 자체로 존귀하기까요"
 
경남 진주 출생인 이창훈(34) 앵커는 태어난 지 7개월 되던 때에 찾아온 뇌수막염이 시신경으로 전이되면서 시력을 잃었다. 8살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 있는 맹인학교에 진학한 그는 타지에서 홀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벽을 극복하고 지금은 방송과 라디오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장벽을 허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생후 7개월 때 뇌수막염으로 시력 잃어…비장애인 친구 앞 언제나 당당
 
"제가 부모님께 듣기로는 생후 7개월이 됐을 때 한번 크게 아팠대요. 열이 너무 심해서 일단 가까운 병원에 갔는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여러 병원을 옮겨 다니다 서울의 몇몇 대학병원까지 찾아가게 됐죠. 그리고 그곳에서 뇌수막염으로 인한 시기능이 손상이라는 최종 판정을 받았어요"
 
이창훈 앵커의 부모님은 그의 시력을 되찾아 주기 위해 할 수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았다.
 
"누나가 셋인 집안의 막내아들로 태어났어요. 그 귀한 아들이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자 부모님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낫게 하려고 하셨죠. 이런저런 민간요법도 받아봤고 교회와 절까지 갔었죠. 그러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했어요. 매번 어딘가를 가야 했고, 처음 보는 누군가가 저를 만지고 누르고 하다 보니 마음이 많이 약해졌어요"
 
부모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초등학교 때 두 번째 뇌수막염을 앓게 된다. 이전에는 앞에 무언가 있다는 형체 정도는 보였지만 두 번째 앓고 나서는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결국 부모님은 시력장애 학생이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찾게 됐고 이창훈 앵커는 서울에 있는 맹학교에 홀로 입학하게 됐다.
 
"저는 어린 시절 무척 무기력하고 자아존중감이 낮은 아이였어요. 혼자 서울에서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가족도 그리웠고, 처음 만나는 타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기 힘들었죠. 그러면서 학업도 친구들을 따라가기 힘들었죠"
 
하지만 그는 학교 수업시간에 트럼펫을 배우면서 소극적인 성격에서 적극적인 아이로 바뀌게 된다.
 
▲ 이창훈(사진) 씨는 초등학교 시절 트럼펫을 배운 후 자존감을 찾았다고 말한다. 이후 서울에서 학창시절에 잘 적응할 수 있었고 대학교에 진학한 후에는 한국시각장애인대학생연합회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스카이데일리
 
"초등학교 4학년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권유로 트럼펫을 배우게 됐어요. 그렇게 배우게 된 트럼펫이 굉장히 재미있었죠. 학생 중에 트럼펫을 불 수 있는 학생은 저 혼자였어요. 친구들이 제 주변에 모이기 시작했고, 자존감이 점차 회복되기 시작했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이후 저의 학교생활은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변했죠. 고등학교 때 전교 회장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어요"
 
그는 시각장애인이 살아가기에 우리 사회 곳곳에 불편한 것이 많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신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다짐으로 대학에 진학하며 사회복지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죠. 저도 그렇고 친구들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듣고 생활한다는 것이 낯설었죠. 하지만 제가 오히려 친구들에게 다가갔어요. 학교 각종 행사에 적극 참여했고 새로운 친구나 선·후배를 만날 때마다 저를 자신 있게 소개했죠.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싶은 욕심에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2006년 헌법재판소에서 시각장애인 안마가 위헌이라는 최종 판결이 나면서 그는 한국시각장애인대학생연합회 회장을 맡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활동에 적극 뛰어들었다.
 
"시각장애인은 학교를 졸업할 때 안마자격증을 소지해야 해요.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서 안마사는 시각장애인에게 중요한 생활 수단이죠. 위헌 판정을 받은 후 시각장애인 안마 인식개선을 위해 길거리 무료안마 시연행사, 대학가 시각장애인 체험 카페를 운영하는 등 사람이 가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려고 노력했죠"
 
이후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일명 가짜 뉴스가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고, 이창훈 앵커는 올바른 정보를 장애인들에게 전달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그는 지인의 권유로 KBS 장애인 뉴스 앵커 선발 공모 도전하게 됐고 523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대한민국 최초 시각장애인 앵커가 됐다.
 
500대 1 경쟁 뚫고 장애인 앵커 합격…장애 문턱 없는 사회 꿈 꿔  
 
▲ 이창훈(사진) 앵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싶다고 밠혔다. 나이 어린 장애인 친구들에게 스스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가길 당부했다. ⓒ스카이데일리
  
"시각장애로 인해 생긴 ‘어둠’으로 ‘얻음’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어둠이 왔기 때문에 삶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만약 제가 평범한 사람들처럼 시각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맥락과 세계관을 얻지 못했을 거라 생각해요. 오히려 시각장애로 인해 사회와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됐죠. 스스로의 한계점에 대해 한 층 더 깊게 생각하고, 어떻게 이겨내며 나아갈지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공동체 의식이 강하죠. 사람마다 개성이 다른 것에 대해 어려워하는 부분도 있어요. 이 때문에 장애에 대한 편견도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다를 것이 없는데 장애를 특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다소 아쉬워요”
 
이창훈 앵커는 장애인의 인권이 존중되고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이 없는 사회를 꿈꾸고 있었다. "장애인의 문제를 다른 사람의 문제라고 외면하지 말고 잘못된 부분이라면 고치기 위해 함께 힘써주면 좋겠어요. 내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문제를 외면하면 나중엔 자신의 문제도 외면당할 수 있죠. 함께 힘을 모아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어요. 그 책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바뀌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가 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방송영역에도 장애인은 프로그램 장르에 제약이 있어요. 저부터 그 제약을 이겨내고 비장애인과 어울려 방송을 진행하며 장애인의 사회적 문턱을 허물고 싶어요"
 
그는 나이 어린 장애인 친구들에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각자 자신을 하나의 소중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옳아요. 타인의 평가와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기보다는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기며 당당한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꿈도 넓게 가질 수 있고 나아가 그 꿈도 이뤄낼 수 있죠"
 
[나광국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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