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실패도 맛보고 사기도 당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배우생활을 청산해야 하나 싶었어요. 하지만 좋은 선배와 가족, 그리고 하나님 때문에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유명 뮤지컬에서 주·조연급 역할을 맡고 있는 황만익(남·45) 씨는 21년 차의 실력파 뮤지컬 배우다. 그는 유명 뮤지컬인 ‘영웅’, ‘맨 오브 라만차’, ‘사랑은 비를 타고’, ‘맘마미마’, ‘시카고’ 등에 출연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던 영화 ‘미녀와 야수’의 야수 역을 맡아 더빙하는 등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수강신청 실패로 접하게 된 뮤지컬…대극장 고정 배우로 성장
서울예술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그는 1994년 MBC TV프로그램인 ‘일요일일요일밤에’의 ‘개그박스’ 코너를 통해 희극배우로 데뷔했다. 하지만 ‘개그박스’는 크게 인기를 얻지 못했으며, 그 중간에 영장을 받고 군입대를 하게 됐다.
“제대를 하고 나니 ‘개그박스’는 해체돼 있었어요. 마음이 많이 아팠죠. ‘개그박스’의 해체를 통해, 연기를 더 깊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곧장 학교로 복학 했죠. 그리고 학교에서의 작은 우연 때문에 뮤지컬에 입문하게 됐죠”
방송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연예인을 배출하기로 유명했던 故 김효경 교수의 눈에 들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는 김 교수가 정극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에 정극공연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리곤 동아리에서 진행한 ‘돈키호테’라는 연극에 참여,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공연을 잘 마쳤다는 기쁨에 그는 다음날이 수강신청일인 것도 잊은 채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결국 그는 김 교수의 수업에 수강신청을 하지 못했다.
“교수님이 워낙 유명하시다보니 학생들 모두 그 수업에 몰렸어요. 친구들과 술을 진하게 마신 탓에 교수님의 강의에 수강신청을 하지 못했죠. 결국 다른 곳에서라도 학점을 따야 했기에 뮤지컬 수업을 신청하게 됐죠”
뮤지컬 수업을 들으며 그는 ‘가스펠’이라는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그때 담당 교수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너 노래랑 춤 좀 되는 거 같은데 뮤지컬 계속 해보지 않을래”라며 권유했다.
그는 교수님의 의견에 따라 졸업 작품인 뮤지컬 ‘포기와 베스’에 참여했으며 이루 자연스럽게 뮤지컬 배우로 사회에 첫발을 딛게 됐다.
“졸업 후 교수님이 처음 추천한 곳이 서울시극단원이라는 곳이었어요. 저를 본 서울시극단 단장님이 제게 가족 뮤지컬의 주인공을 맡겼고 그 뮤지컬을 본 연출가 한 분이 뮤지컬 '해상왕 장보고’의 주인공으로 저를 캐스팅했죠. 그 작품이 저의 대극장 뮤지컬 첫 입봉작이에요”
황만익 씨는 이를 시작으로 연이어 대형 뮤지컬의 배역을 따내며 뮤지컬 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 ‘맘마미아‘와 ‘시카고’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당시 그는 연속해서 큰 역할을 맡았다는 성취감에 교만에 빠졌다고 한다.
사기로 인한 좌절 속에…재기의 바탕이 돼준 가족과 선배, 신앙
“수차례 큰 배역을 따내면서 스스로 교만해졌던 시기가 있었어요.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었다는 생각에 공연 수익을 이용해 여기저기 투자를 시작했죠. 투자하는 곳 마다 잘되진 않았어요. 경제적인 어려움도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고,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기획사로부터 사기까지 당했죠”
결혼 후 그는 부동산 등 여러 분야에 투자를 했다. 하지만 뜻대로 잘 풀리지 않았으며 결국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공연 준비는 계속하고 있었기에, 공연 수당으로 부족한 부분을 충당하고자 했다. 하지만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획사가 공연을 포기하고 수당도 지불하지 않았다. 이때가 그에게 가장 큰 어려움의 시기였다.
“아이가 둘인 가장이며 남편으로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프리랜서 개념이라 수입이 들쑥날쑥 하거든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배우 생활을 청산하고 취직을 해야 하나 싶었어요. 그때 정신적 지주 같은 사람인 이석준 선배가 갑자기 ‘얼마가 필요 하냐’라고 묻더군요. 그러더니 당장 필요한 돈과 아이들 과자 값까지 보냈더군요”
이석준 씨는 황만익 씨에게 돈을 빌려주며 자신의 성경 모임에 한 번만 나와 줄 것을 권유했다. 이에 그는 이석준 씨의 교회 모임에 나가게 됐고 그때부터 많은 것들이 변했다고 밝혔다.
“기도 모임을 통해 성경에 대해 알게 됐고 그동안 내 자신이 얼마나 교만했는지 깨닫게 됐어요. 배우 생활을 비롯해 많은 것들에 회의감을 느끼던 시기였는데, 신앙으로 극복할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내 까짓 게 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전에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이것저것 많이 재곤 했는데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생겼죠. 제게 일을 맡겨 준다면 뭐든 계산하지 말고 받아드리기로 했어요”
그는 이를 계기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가 생겼다고 한다. 어떤 일을 직면함에 있어서 하나님·가족·감사를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는 교만을 버리고 감사함을 갖고 되니, 주어진 일에 더 열심히 임하게 됐다고 한다.
“한 공연에서 단역인 ‘의사’ 역할을 맡아 달라고 제의가 들어왔었어요. 주위에선 ‘그런 작은 역할은 하지 말라’며 만류했지만 감사함을 갖고 시작했어요. 초심으로 돌아가 주어진 일에 감사함으로 임하려 했던 생각 때문이었죠. 그 이후 조금씩 더 큰 역할을 맡게 됐어요”
이후 그는 디즈니 영화 ‘미녀와 야수’의 야수 역할을 맡는 등 대중매체 쪽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모든 일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갈 생각이다.
“주어진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일하려고요 해요. 그러다보면 더 큰 배우가 될 수도 있고 지금의 자리에 머무를 수도, 또 이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겠죠. 그래도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신앙과 가족이 이끄는 데로 감사하며 앞으로 나아갈 거에요”
[배태용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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