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비리 대(代)잇는 신동빈·뉴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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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8-13 00:01:23

올해는 재벌기업 롯데그룹에게 ‘최악’으로 기억될 만한 해(年)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상 초유의 총수공백 사태를 겪은 지 벌써 6개월이나 흘렀다. 총수인 신동빈 회장의 자리는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뇌물 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후 지금까지 감옥에서 생활하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신동빈 회장 사이에 롯데 면세점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이 존재한다”면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해온 수많은 기업들에게 허탈감을 줬다. 뇌물 범죄는 공정성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해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으며 정치, 경제 권력을 가진 대통령과 재벌 회장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판시했다.

신 회장에게 적용된 뇌물 공여 혐의는 ‘권력형 비리’의 범주에 속하는 사안 중 하나라는 점에서 당시 여론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사실상 혐의가 사실이라는 결론에 가까워 진 이후에는 더욱 그랬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 배경에는 롯데그룹이 지닌 역사와 깊이 연관이 있다. 창업회장 시절부터 권력형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기업이 바로 롯데그룹이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일본에 뿌리를 둔 롯데그룹을 두고 한국에서의 시작 자체가 ‘특혜’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국롯데의 모태인 롯데제과는 당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시게미츠 다케오가 절반씩 투자해 설립됐다. 시게미츠 다케오는 신 총괄회장의 일본 이름이다. 같은 사람이 2명의 이름을 써서 합작법인으로 설립되는 황당한 일이 당시엔 가능했던 것이다.

사실상 신 총괄회장 홀로 설립했는데도 한국인과 일본인이 합작해 설립한 것으로 허가를 받은 롯데제과는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돼 소득세·법인세·취득세·재산세 등을 면제받았다. 롯데그룹의 한국진출에 앞서 외국인투자기업에 최소 5년간 각종 세제혜택을 지원하는 ‘외자도입특례법’이 신설됐고 혜택을 받으려는 신 회장의 꼼수를 정부가 그대로 인정한 셈이었다.

롯데그룹을 둘러싼 각종 특혜 의혹은 시작에 불과했다. 박정희정부 시절 껌에서 쇳가루·모래가루가 검출된 이후 호텔을 짓기로 하면서 무마한 사건, 전두환정부 비호 아래 잠실 일대에 특급호텔 및 백화점·실내테마파크 등을 건립한 사건 등은 롯데그룹이 주체가 된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꼽힌다.

롯데그룹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의혹의 정점은 제2롯데월드 건립이다. 노태우정부 시절 처음 추진된 이후 김영삼정부, 김대중정부, 노태우정부 등에 이르기까지 롯데그룹은 온갖 잡음 속에서도 초고층 빌딩 건립을 강행했다. 각종 장애물을 딛고 인허가 직전까지 갔으나 성남 전투기 비행장에서 이륙하는 전투기의 진로를 방해한다는 국방부와 공군의 안보 논리에 밀려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결국 해내고 만다. 롯데그룹과 유독 돈독하다고 알려진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군사비행장의 활주로의 각도를 바꿔내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추진한 끝에 결국 초고층 빌딩 건립을 성사시키고야 말았다. 당시 장경작 전 롯데호텔 사장 등 이명박정부와 돈독한 인사들이 롯데그룹에 몸담고 있다는 점에서 권력과의 밀월 의혹이 무성했다.

신동빈 회장이 현재 감옥생활을 하고 있는 배경에도 ‘권력형 비리’로 분류될 만한 사안이 자리하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이 면세점 유치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고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이 실 소유주로 알려진 재단에 수십억원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면세점 특허가 뇌물을 제공할 만한 중요한 현안이 아니었다며 신 회장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재판부도 그렇게 볼 지 의문이다. 국민들의 반응은 오히려 싸늘하다. 과거의 이력이 여전히 국민들의 뇌리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 재판을 맡은 재판부는 오는 17일 한 차례 변론을 갖고 29일까지 변론을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결심 이후 약 2개월여 간의 내부심리 기간을 거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10월경 신 회장의 2심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롯데그룹 입장에선 ‘그룹의 운명’ 운운하며 일말의 동정표를 기대하겠지만 과연 국민들도 같은 생각일 지 궁금하다. 그동안 롯데그룹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 의혹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번 재판은 사실상 과거부터 축적돼 온 해묵은 사안에 대한 ‘최종 심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물론 철저하게 법리적인 측면에 입각한 결론을 내리겠지만 그것이 국민들에게 한 치의 의구심도 갖게 해선 안 된다. 그 어느 때 보다 사안에 관심을 갖는 국민들이 많다는 사실에 책임감을 갖고 엄중하게 사안을 다뤄야 한다. 신 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에 함께 연루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무거운 중형이 선고됐을 때 국민들의 표정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