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봉책 10개보다 좋은정책 1개가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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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규 기자페이지 + 입력 2018-08-13 00:01:18

BMW 차량의 화재 사건이 연일 매스컴을 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불이 난 BMW 차량이 30여 건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론 8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화재 사건을 계기로 디젤차에 대한 근본적인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디젤차에 대한 위험부담 때문에 앞으론 가솔린차에 더 잘 팔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세먼지 문제가 불어지면서 디젤차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형국이다. 사실 디젤차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불어지면서 각광받기 시작한 차량이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휘발유에 비해 디젤차에서 나오는 양이 훨씬 적다. 게다가 연료 효율이 높다는 것도 디젤차의 장점이다.

하지만 디젤차라고 해서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디젤차에서는 미세먼지와 다량의 질소산화물이 배출된다. 이에 정부는 내년 2월부터 노후 경유차의 운행을 제한하는 특별법을 시행한다. 경기도의 경우 고양시를 비롯해, 17개 시와 인천 전역에서 경유차 운행이 제한된다. 또한 2024년에는 모든 노후경유차에 매연 저감장치가 부착되거나 조기폐차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물론 경유차 소유주들을 위해 조기폐차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매연 저감장치를 부착할 경우 지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유차 운전자들은 그리 반기는 입장이 아닌 듯하다. 언제는 탄소 저감을 이유로 디젤 승용차를 적극 권장하더니, 이젠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세먼지가 전국적인 현상임에도 지원금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 운전자의 입장에선 퍼주기식 정책이란 볼멘소리도 나오고있다.

이젠 디젤차를 운전한다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눈치를 봐야할 시기가 멀지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노후화된 경유차를 없애고 매연 저감장치를 부착하면 미세먼지가 문제가 해결될까.

우린 이런 사건이나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원천봉쇄하는 방식을 취하곤 했다. 때문에 관련 부처를 없애버리거나, 문제가 되는 것의 사용을 금하곤 했다. 이는 ‘시작하지 않으면 문제도 없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나온 정책들이다. ‘괜히 문제를 일으킬 필요 없이 시간이 지나면 끝이라‘는 일부 공무원들의 생각이 만든 결과물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땜방식 정책은 결국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져 오히려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최근에 내놓은 플라스틱 폐기물 종합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2022년까지 일회용 컵ㆍ비닐봉투 사용량을 35%,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50% 줄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일에는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의 일회용 컵 사용을 단속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 매장에서는 ‘플라스틱 컵’ 대신 ‘종이컵’을 제공하고있다. 같은 1회용임에도 종이는 되고 플라스틱은 안 된다는 규제는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기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한 사람이 쓰는 1년의 플라스틱 량은 98kg으로 세계 1위지만 이를 재활용하는 비율은 34%에 그치고 있다. 세계 1위란 불명예를 벗어버리기 위해서라도 1회용 컵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를 가하기 전에 국민적인 공감대를 넓히고 업체들과 공조해 1회용 컵의 대안용품을 개발하는 게 우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노후경유차에 대한 규제도 마찬가지다. 경유차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전기차나 수소차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이에 대한 홍보를 통해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노후경유차를 폐기하기보다 디젤차의 수입과 제조부터 규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하는 것이다.

정책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두고두고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좋은 정책이 되기 위해선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며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즉시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정책을 세울 때는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실질적인 효과, 이에 따른 부작용 등을 철저히 분석해야한다. 그래야 단기적인 미봉책이 아닌 실질적인 좋은 정책이 되는 것이다.

[이철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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