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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에 과연 진보와 보수가 있고, 그리고 구분이 확연한가? 국민은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견지하고 있는가? 정치적 불신이 워낙 크다 보니 부질없는 질문일 수도 있다.
원론적인 의미에서 보면 보수는 전통을 중시하고 내실에 충실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진보는 개혁을 중시하고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치적 신념과 관련한 개인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보편적 글로벌 현상이다. 이렇듯 상반된 노선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정치란 국가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서로 타협하고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우리 사회에서 보수라고 하면 뿌리가 친일파와 군사독재, 그리고 언론과 정치가 결탁한 집단으로 치부한다. 반면 진보는 친북·종북 좌파에다 급진적이며 세상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의 양분을 부추기는 세력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진보주의자들에게 보수는 타락하고 비도덕적이면서 타도의 대상이다. 보수주의자들에게 진보는 무능하고 무지하며 세상 돌아가는 현상과 담을 쌓고 있는 부류들이다.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들은 진보를 선호하고, 기성세대들은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비생산적인 세대 갈등의 골은 깊어져가기만 한다.
그러나 작금의 글로벌 트렌드를 보면 전통적 보수와 진보의 구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국가이기(利己)주의가 만연한 것이 특징이다. 진보주의자가 보수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향을 보이면서 이념적 색채가 혼돈스러울 경우가 많다. 4차 산업혁명이나, 미·중 무역전쟁, 유럽의 분열과 일본의 부활 등도 이러한 맥락에서 접근하면 이해가 충분히 간다. 이것이 바로 뉴 노멀이라고 불리는 가치관의 변화이다.
제대로 된 나라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정치권이 합종연횡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이념적으로 사사건건 대립하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도 중국과의 한판 무역전쟁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낸다. 일본도 자국 경제의 부활, 기업의 기(氣) 살리기만큼은 정치적인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기이하지만 반대적 현상이 나타난다. 시진핑 체제의 일방적 독주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과 관련한 중국의 가속이 오히려 약이 되는 것이 아니고 독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혹자는 이를 두고 중국의 착각 혹은 오판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역사의 발전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시야를 안으로 돌려 보면 우리는 너무 한심하고 안일하다. 과연 국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해묵은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진보는 독주하면서 좌충우돌한다. 보수는 궤멸되어 여론으로부터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제는 망가지고 국가 경쟁력은 시간이 갈수록 후퇴한다. 견제와 균형, 그리고 타협과 양보를 통한 국익 창출의 모습이 실종된 지 오래다. 곳간은 줄줄이 새고 있고,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경제주체들이 넘쳐난다.
성장 동력은 더 이상 생겨나지 않고 고인 파이를 더 차지하려는 이익집단의 목소리는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보수는 재건을 한답시고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힘은 집중되지 않고 내세우는 가치는 공허하게만 들린다. 시대정신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가 제대로 살아나려면 정치가 새롭게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인물의 수혈과 소통 혹은 대안만으로 해결되기에는 국민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국민의 고통을 분담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특권 의식을 혁신적으로 내려놓고 철저한 서민 행보로 정치의 지형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국익 우선 국가 패러다임 구축을 위해 진보·보수 편 가르기 중단해야 한다.
정치가 표류하고 있는 사이 국가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이 허물어져 간다. 스마트폰은 결국 중국 연합군에게 시장점유율 선두자리를 내놓았다. LCD는 이미 발목을 잡혔고, LED도 코앞까지 추격을 당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까지 넘본다.
일본차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는데 우리 차는 영업이익이 30%나 감소하고 있는 판이다. AI·5G·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도 경쟁국에 비해 앞서가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일본의 IT·부품·장비 업체들은 줄줄이 8분기 연속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연타석 홈런이다. 선진국의 4차 산업혁명 경기 호조와 엔저(低)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까지도 일자리가 남아도는데 우리는 일자리가 없을 뿐 아니라 좋아질 기미마저 보이지 않는다. 최악의 취업난인데도 공직(公職)만 늘리려고 하지 기업의 일자리는 어디에서도 만들어질 것 같지 않다.
당장은 물론이고 미래 먹거리 경쟁에서 경쟁국에 비해 완벽하게 밀리고 있다. 이런 우울한 소식은 이게 끝이 아니고 더 많이 터져 나올 것이다. 이 상태가 1∼2년 더 지속되면 우리 경제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내몰릴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바깥 상황은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우리 경제에 결코 유리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넋을 놓고 지켜보고만 있기에는 상황 전개가 너무 빠르고 치명적인 유탄을 맞을 수도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전후좌우를 정확하게 짚으면 후퇴를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 경제의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경제주체들이 융합할 수 있는 국가 발전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미국을 비롯하여 중국과 일본이 엄청난 속도로 미래를 위해 질주하고 있는데 우리만 과거라는 족쇄에 머물러 있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 적폐 청산은 해야 하지만 그것이 미래를 위한 동력이 되어야지 구심력을 분산시키는 형태로 작동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도 정신을 차리고 경제 활성화 드라이브를 걸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변하려면 제대로 변해야 한다. 경쟁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밀어붙일 수 있는 국면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이 면모를 일신하여 민간이 움직이도록 적극 협력해야 한다. 이 판에 딴지를 거려는 세력들을 무력화시켜야 한다. 국가 경제가 무너지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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