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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 일에 대하여 우리가 무슨 말 하리요 만일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신다면 누가 우리를 대적하리요”<로마서 8 : 31>
“이판사판, 개판, 이제는 막가자는 건가” 세상 사람들의 자조 섞인 원망의 소리다. 54조원이면 실업자 100만 명에게 각각 5400만원씩을 나눠줄 수 있는 큰돈인데 그 많은 돈이 어디로 실종된 것인가.
문재인 정부가 올해 일자리 예산으로 54조원을 투입했지만 고용시장은 그야말로 ‘참사’, ‘재앙’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처참하다. 이처럼 문 정부가 엄청난 액수의 일자리 예산을 투입하고도 고용위기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자, 많은 국민들과 민주당 당원들까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욱 참담한 것은 지난해 걷은 세금에서 나라 살림에 쓴 돈을 제외하고 남은 돈이 무려 24조원이나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균형재정관점에서 볼 때는 남은 돈이 그리 대단한 금액은 아니다. 문제는 필요하지 않은 세금을 더 많이 거뒀거나, 필요한 곳에 돈을 제대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냐하는 것이다.
불안한 초(超)슈퍼 예산안(案)…내년도 못 미더운 문 정부
지난 해 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그러나 고용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했다. 특히 예산 집행과정에서 부실사업에 쓴 낭비나 예산만 편성해놓고 쓰지 않은 불용액이 적잖게 드러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가 470조5000억 원(총지출)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올해보다 9.7% 늘어난 초(超)슈퍼 예산안(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지출을 대폭 늘렸던 2009년(10.6%)을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예산은 올 들어 고용과 분배 지표들이 급속히 나빠지고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하자 민주당과 진보단체들이 재정지출을 높이라고 압박을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과속 스캔들’이 빚은 고용참사를 메우려고 예산을 크게 늘린 게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오죽하면 경제부총리조차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관련, “내 후년 이후 중기적으로 불확실성 때문에 장담은 못한다”고 했을까.
불현듯 통계청장처럼 경제부총리도 미운털 박혀 경질되지는 않을 까 우려된다. 내년 예산 규모를 보면 보건. 복지·고용 분야 지출이 17조6000억 원이 늘어난 162조2000억 원으로 가장 많이 증액되었다. 특히 일자리 예산이 올해보다 22% 늘어난 23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를 내년 13만6000개를 만들고, 노인을 대상으로 사회 서비스 형 일자리도 2만개를 신설 한다.
또 중앙공무원은 경찰과 집배원 등 현장인력을 중심으로 2만1000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지원되는 일자리 안정자금은 2조8200억원을 편성했다.
이런 경직성·선심성 예산이 늘어나면서 내년 의무지출 예산 비중이 51.4%로 재량지출(48.6%)을 웃돌았다. 재정의 유연성과 위기대응 능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 3만6000명 증원도 오랜 기간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민간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을 크게 기대하고 있지만 잠시 ‘고인 물’에 불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은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무엇을, 언제까지 기다리란 말인가. 그런 말이 어떤 근거와 분석에 의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그만큼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축된 한국 경제…지도자라면 잘못 인정하는 용기 필요
오히려 경제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와 내년 초 경제지표들이 걱정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발표된 7월 고용통계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가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취약계층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근로시간 단축이 엄격하게 적용 될 경우 서민층 일자리는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 여건도 매우 좋지 않다. 강대국 간 통상 분쟁으로 무역마저 위축되면서 한국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경제가 악화되는 요인은 널려있는데, 청와대와 대통령이 외치는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재정 투입 얘기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당장을 모면하려는 대책을 쓰고 있다 보니 ‘재정 중독’ 이니 ‘재정 만능주의’ 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안타까운 것은 추가로 돈을 쓸 만한 일자리 사업이 무엇인지를 대통령과 청와대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미 두 차례의 본예산과 두 차례의 일자리 추경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예산 사업은 다 추려냈다.
바라기는 ‘선거용 표’를 의식, 기존에 예산 심의조차 통과하지 못한 함량 미달 사업은 억지로 추가하려는 무리수는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정책 실패를 재정으로만 메우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우리가 지금 경제위기에 처해있는 건 주력 제조업의 경쟁력이 악화하는 데, 규제에 짓눌려 혁신적인 새로운 산업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서 일어난 현상이다.
일자리 예산의 상당 부분이 사회 안전망 강화에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 시장의 유연성은 한 발짝도 진전이 없을 뿐더러, 실 날 같은 희망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눈앞에 드러난 처참한 고용 및 양극화 통계조차 전혀 인정치 않고, 한 술 더 떠 사실을 밝힌 통계청장을 경질시키면서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것은 결코 생산적 토론을 위한 자세가 아니다.
한마디로 억지고,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경제 활력은 시장에서 나오고, 정부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정책의 잘못을 인정하되, 쓸데없는 고집만 부리며 관철시키려 하지 말고, 경제의 기본원칙을 제대로 알고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도 지도자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나의 곤고와 환난을 보시고, 내 모든 죄를 사하소서. 내 영혼을 지켜 나를 구원하소서. 내가 주께 피하오니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하소”<시편 25 : 1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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